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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Mar 18. 2024

까마귀에게 양육이란?

새대가리는 없다


새의 지능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새대가리’와 ‘bird brain’는 우둔한 사람을 놀림조로 말하는 표현이며, ‘pigeon’과 ‘turkey’는 멍청이란 뜻도 함께 있다. 이런 표현으로만 보면, 새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동서양 모두 비슷하다.

    

새의 어떤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상황에 따른 갖가지 지저귐 소리, 씨앗을 숨기고 찾아 먹는 행동, 목적지를 정확하게 찾아가는 철새의 이동, 편지를 전달하는 비둘기, 탁란 하는 행위와 같이 흔히 볼 수 있는 행동들만으로도 지능을 낮게 평가할 이유도 없고 이런 행동을 본능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수많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새의 지능이 밝혀지고 있다. 까마귀가 돌멩이를 병 속에 넣어 수위를 높여 물을 마셨다는 이솝우화는 실험설계에 영감을 주었다. 비슷한 실험에서 까마귀는 깊은 통속에 돌을 넣어 문제를 해결했으며, 작은 돌보다 큰 돌이 효율적이고 알맞은 돌의 개수를 알았다고 한다.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새의 지능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게 똑똑하여 연구자들의 관찰과 실험 대상이 된 새다. 이 새는 문제를 이해하고 풀며, 낡은 해결책 대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고 도구를 사용한다. 더 나아가 다양한 재료로 문제해결에 맞는 도구를 만들고 장소를 옮길 때 도구를 가지고 가서 다시 사용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뉴칼레도니아섬은 뉴질랜드 근처 태평양에 있다. 열대우림 지역으로 동식물의 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뉴칼레도니아까마귀에게는 먹이가 풍부해 경쟁이 심하지 않고 위협적인 천적도 많지 않은 환경이었다. 경쟁자도 천적도 적어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느긋하게 탐색하고 도구사용 기술을 연마할 수 있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측한다.

     

뉴칼레도니아섬에서 어린 까마귀의 도구 제작과 사용 과정을 관찰한 연구자들은 “음식을 흘리지 않고 수저로 밥을 먹는 법을 배우는 유아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기술을 터득하기 전까지 계속 실수를 하고 기회를 놓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새들의 천재성」, 제니퍼 애커먼)고 회상했다. 어린 새가 어른 새처럼 먹이를 잡는데 효과적인 도구를 만든 건 생후 1년 6개월이 지날 정도로 긴 시간이 필요했다.

     

Natalie Uomini 박사는 까마귀의 긴 아동기가 지능 발달을 촉진한다는 보고서를 발표(2020년)했다. 까마귓과는 부화해 둥지에 평균 29일을 머물러 다른 새들의 평균 16일보다 길었다. 둥지를 떠나서도 301일 동안 부모에 의지하여 다른 새의 평균 98일보다 3배 이상이다. 또한,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부모와 살며 다양한 생존 방법을 배운다. 그 결과, 뇌가 크게 발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새는 부화 시 새끼의 상태에 따라 조숙성(, )과 만숙성(, 留巢性)으로 나뉜다. 조숙성은 눈을 뜨고 깃털이 자란 상태로 부화하며 수 시간 내에 걷고 헤엄치고 체온유지까지 스스로 한다. 반면에 만숙성은 눈도 못 뜨고 깃털도 없이 부화하여 걷지 못하며 체온과 먹이를 상당 기간 어미에 의존한다. 만숙성 새는 부화 후에 고단백 먹이를 먹고 뇌가 충분히 성장하므로 조숙성에 비해 뇌가 크다. 까마귀는 만숙성 조류다.

    

사람의 지능이 높은 이유도 부모와 함께 아동기를 거치면서 인지능력을 발전시키 큰 뇌를 키우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람과 까마귀의 지능은 양육 기간과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지능을 높이는 일과 상관없이 모든 동물은 자식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지능이 생존과 번성의 전부는 아니다. 행복과는 더더욱 상관관계가 없다.

 

* 사진 : Natalie Uomini 박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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