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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May 24. 2024

봄나물이면서 여름꽃

봄과 여름을 잇는 돌나물

여름이 왔다. 아직 5월이지만 24 절기 중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가 지났고 여름의 두 번째 절기라 할 소만(小滿)도 지났다.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날”이라는 소만 절기에 걸맞게 지금 산과 들은 나무와 풀로 우거졌고 잎은 짙어진 지 오래다.

     

이맘땐 밭에서는 감자가 꽃을 피우고 논에서는 물을 가두고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다. 마늘쫑이 맛있는 때이기도 하다. 들길을 걷다 보면 초여름 기운이 물씬 느껴지고 목이 마르기도 한다. 이럴 때 길섶에서 돌나물을 만나면 주저하지 않고 허리를 숙인다. 줄기 채 따서 씹으면 잎이 터지면서 밍밍한 물이 갈증을 달래준다. 아삭한 식감도 좋아 한번에 그치지 못하고 또 뜯어먹게 된다.

     

아내가 돌나물을 좋아한다. 특히 겨울을 막 지난 초봄에는 단맛이 있어 다른 시기보다 더 상큼해서 맛있단다. 겨울이 채 물러가기도 전부터 그동안 봐두었던 곳에 가서 돌나물을 뜯는다. 한참을 뜯어도 잎이 작아 한 끼는커녕 한 입 거리도 되지 않는데도 아내는 즐겁다. 그런데 나는 비릿한 풋내가 느껴져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양념 맛으로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길에서 먹는 맛과 집에서 먹는 맛에는 차이가 있다.

     

돌나물이 아삭한 맛이 나는 건 다육식물(多肉植物)이기 때문이다. 다육식물은 잎과 줄기에 물을 저장하여 두툼하다. 건조한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이상의 물을 조직세포에 저장했다가 가뭄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나 생장기간 동안 사용한다. 또한 줄기나 잎의 표면이 반질반질하고 두꺼운 큐티클 층으로 덮여있어 수분 손실을 최소화한다.

     

광합성도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한 특별한 방법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낮 동안 잎에 난 숨구멍(氣孔)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동시에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이때 열린 기공으로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런데 돌나물을 비롯한 다육식물은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했다가 낮에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대신 낮에는 기공을 닫아 수분 유출을 막는다.

  

돌나물은 뿌리가 얕게 박혀있어(천근성 淺根性) 땅 표면만 적시는 적은 비나 이슬까지 흡수하는 전략도 있다. 그래서 돌나물을 채취할 때 뿌리까지 뽑히기 일쑤인데 걱정할 건 없다. 뽑힌 뿌리는 줄기와 함께 그 자리에 묻어두면 된다. 줄기가 조금만 있더라도 뿌리가 나와 번식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또한 줄기를 옆으로 뻗어가며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순식간에 퍼질 정도로 번식력도 강해 무리를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씨앗이 아닌 잎이나 줄기, 뿌리에서 독립된 개체로 성장하는 방식이 영양생식이다. 물론 돌나물은 씨앗으로도 번식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한다.


생명력이 강한 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돌에서도 잘 자라 돌나물이라 부르고 한자로는 석상채(石上菜)라고 한다. 돌 틈이나 바위 위 같이 흙이 많지 않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 흔하고 재배할 정도로 봄나물로 사랑받는다. 그러니 맛으로나 개체수로나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다육식물 중에 대표할 만하다.

     

꽃잎과 수술의 개수는 일정한 규칙성이 있다. 돌나물 꽃잎은 5장이고 수술은 10개이므로 수술 개수가 꽃잎의 2배다. 이처럼 배수인 경우도 있고 수술과 꽃잎의 개수가 같거나 수술이 꽃잎의 1/2인 식물이 있다. 이런 규칙이 모든 꽃에서 나타나지는 않는다.

      

돌나물꽃을 들여다보면 마치 별 같다. 꽃이 노란색이라 더 별 같고,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5장에 끝이 뾰쪽한 데다 많은 꽃이 한꺼번에 모여 피므로 별이 겹겹이 떠 있는 모습이다. 낮에는 땅에 핀 별이고 밤에는 땅에 비친 별인 셈이다.

     

이렇게 예쁜 꽃이 피는 돌나물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다육식물이 많다. 기린초, 꿩의비름, 바위채송화, 쇠비름이 그들인데 원예종 다육식물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절로 나고 자라는 식물들도 관상가치가 높은 식물이 많다. 본래 자라던 곳이 아닌 환경에서 잘 자라도록 길들이고 더 매력 있게 품종개량이 이루어져 더 많은 꽃을 우리 곁으로 가까이 데려왔으면 좋겠다.

<돌나물 꽃에 찾아온 곤충들>
<돌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꽃이 별이 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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