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Woo Lee Jan 16. 2018

공유 자전거 시장의 보증금에 대해

공유 자전거 시장의 뜨거운 감자, 보증금

지금까지의 포스트에서 공유 자전거 회사 ofo와 mobike의 경쟁을 많이 다뤘다. 그런데 그 다루는 와중에 자주 등장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보증금이다. 공유 자전거 시장이 생겨난 이후 보증금 문제는 항상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왜 뜨거운 감자일까? 그건 중국 공유 자전거 시장의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특성은 지금까지의 포스트에서 많이 설명했다. 그 특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돈을 벌기 어려운 시장"


현재 중국 공유 자전거 시장은 ofo와 mobike가 양분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 어쨌든 ofo와 mobike의 경쟁은 정말 격렬하다. 각 회사마다 몇 조원의 돈을 투자받아 출혈전을 벌이고 있다.

말도 안되는 할인율

어떻게든 고객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3개월 동안 자전거를 거의 무한대로 몰 수 있는 비용이 1600원 정도밖에 안 된다. 공유 자전거 생태계를 유지하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이라 볼 수 있다.


ofo와 mobike에 투자된 돈이 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내놓기 위해 쓰인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사실 아무리 핫한 공유 자전거 시장의 주요한 플레이어라고 해도 수익 모델 없이 투자에만 의존하고 있을 순 없다. 그런 건 투자자가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스스로도 주권을 잃게 되기 쉽다.


그런데 어쩌랴. 자전거 서비스 자체에선 돈을 벌어들일 수 없다. 그래서 공유 자전거 회사들이 보통 선택하는 방법이 사용자가 낸 보증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유 자전거 서비스 월간 패스를 가입하기 위해선 보증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통 100~300위안(만육천원~오만원) 정도 한다.


중국의 물가를 생각하면 보증금이 그리 저렴한 편도 아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보증금이 쌓이다 보면 그것도 꽤 큰돈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mobike에 보증금을 300위안을 냈다.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쓴 지출 중에 가장 큰 지출이었다.


서비스 내에 모인 사용자의 보증금을 자본으로 활용하여 투자하거나 회사의 급한 적자를 메꾸는 것에 쓰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돈이 벌리면 다시 채워 넣는 식이다. 공유 자전거 회사임에도 수익 모델은 뭔가 은행이나 투자 회사 같다. 어떻게 보면 좋은 수익 모델 같기도 하지만 현재까진 정말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보증금은 제 3방 은행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말뿐이었다. 많은 소비자가 보증금을 내면서 당연히 그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텐데 어떻게 보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리고 결국 소비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보증금 문제가 표면으로 떠올랐다. 공유 자전거 회사가 소비자의 보증금을 임의대로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스토리는 대충 아래와 같다.


1. bluegogo라는 공유 자전거 회사가 서비스를 운영하며 사용자에게 보증금을 받았다.

2. 해당 회사는 여타 공유 자전거 회사와 마찬가지로 투자금을 바탕으로 출혈전을 하던 회사였다.

3. 그런데 성사된 줄 알았던 투자가 결국엔 이뤄지지 않았다.

4. 투자가 될 줄 알고 보증금으로 그동안의 적자를 메꾸고 있었는데 투자가 안 됐으니 돌려막기가 안 된다.

5. 그러니 소비자가 보증금 환급을 요구했을 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을 리 없다. 왜냐면 이미 없으니까.

6. 회사는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물론 최근 디디에 의해 구사회생 되긴 했다.)

사건의 당사자 bluegogo(小蓝车)

이런 보증금과 관련된 사건은 단순 bluegogo라는 회사만의 일이 아니었다. 다른 공유 자전거 회사에서도 많이 일어났다. ofo와 mobike에 투자가 몰리면서 투자 유치에 실패한 기업들이 늘어나니 위와 같이 소비자가 보증금을 환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졌다.


그래서 최근 중국에선 '떼인 돈 대신 받아드립니다.'처럼 '떼인 보증금 대신 받아드립니다.'라는 서비스가 나타나기도 했다. 혹은 파산한 회사를 집단으로 고소해서 소송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관련 법이 제대로 규정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그 진행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비교적 투자를 많이 받은 ofo와 mobike도 보증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 번은 ofo와 mobike가 소비자의 보증금을 마음대로 운용하고 있으며 현재 두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스캔들이 터졌는데 두 회사의 해명이 흥미롭다.


"소비자는 언제든 자신의 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 보증금을 마음대로 운용하고 있다는 의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한 것이다. 사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두 회사가 보증금을 마음대로 운용하고 있을 거라 짐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증금으로 사업의 적자를 메꿀 만큼 대단한 돈이 벌릴 것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위의 사례처럼 갑자기 투자가 끊기게 됐을 때 회사가 순식간에 파산할 수 있다. 보증금은 위기 상황에서 연명할 수 있는 자금줄 같은 것인 셈이다.


어쨌든 이런 보증금 문제가 점차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자 정부에서 나섰다. 특히 심천(선전)에선 관련 공청회를 열어 문제 해결에 대해 의논하고 법안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뭐 법이 그리 빨리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중국 자체도 신흥 시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나도 혹시나 하여 보증금을 한 번 환급해봤는데 다행히 자본이 많은 mobike여서 그런지, 최근 보증금 관련 문제가 심각해서 그런지 환급 신청을 하자마자 바로 내 계좌로 이전에 낸 300위안이 들어왔다. 참고차 보증금 환급 과정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환급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서비스 내의 개인 정보 페이지에서 쉽게 보증금 환급 가능!

보증급 환급 과정은 아주 단순하다. 이건 모바일 페이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손쉽게 환급할 수 있다. 서비스 내의 개인 정보 페이지에서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이용권 정보를 누르면 보증금을 환급하는 그림의 맨 왼쪽 창으로 넘어간다. 그다음부터는 버튼 몇 개만 누르면 환급 완료!


환급이 되면 연결된 계좌나 웨이신 계정으로 바로 이전에 넣은 보증금을 쏴준다. 나는 처음에 보증금을 낼 때 웨이신 페이 계정으로 결제했기 때문에 환급된 보증금이 내 웨이신 계좌로 들어왔다.

내 계좌로 돌아온 보증금!

보증금이 환불되면 위의 그림과 같이 웨이신 페이의 공식 계정으로 환불 성공 메시지가 들어온다. 내 웨이신 계정의 지갑으로 돈이 잘 들어왔다는 얘기다. 원래 150위안 정도 있었는데 300위안이 들어와 450위안이 되었다.


다행히 나는 보증금 환급을 아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다. 최근 이 문제로 사회가 좀 시끄럽다 보니 더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mobike가 돈이 많아 이런 문제에 더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 같기도.


그런데 이렇게 ofo와 mobike에서 환급이 잘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보증금이 뜨거운 감자인 건 마찬가지이다. ofo와 mobike를 제외한 다른 자본이 부족한 공유 자전거 회사에선 보증금 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돌려주고 말고를 떠나 과연 공유 자전거 회사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통지하지 않고 보증금을 임의대로 운용한다는 게 맞는 건가?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얘기가 많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마땅한 법안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진 회색 지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추세는 아예 보증금을 없애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추세의 중심은 ofo와 mobike와 같이 거대한 투자처와 대기업을 빽으로 두고 있는 공유 자전거 회사들이다. 그들이 보증금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건 그들의 뒤에 있는 자본과 기술력 덕분이다.


공유 자전거 시장에서 최근 힘을 쓰고 있는 알리바바는 참깨 신용이라는 신용도 시스템을 마련하여 보증금을 대체하고 있다. 알리바바를 빽으로 두고 있는 공유 자전거 회사들은 이미 보증금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 마련되어 있다.(참깨 신용과 공유 자전거 시장에 대한 건 이전 포스트 참고)


디디의 경우에도 파산 신청을 했던 bluegogo를 인수하여 공유 자전거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데 bluegogo에도 보증금을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 마련되어 있다. 아마 앞으로 이와 같이 점차 보증금을 받지 않는 추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렇게 되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공유 자전거 회사 자체의 수입원이 사라지게 된다. 보증금이 없으면 도대체 어디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러니까 결국엔 회사는 더욱더 투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창업자의 비전이 투자자의 이해관계와 상충되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ofo와 mobike를 세운 창립자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비전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텐센트, 알리바바, 디디와 같은 대기업들에 그 비전이 가려지게 된다.

ofo의 사장 戴威, 91년생으로 상당히 젊다!

실제로 ofo의 창립자 다이웨이(戴威)는 디디, 알리바바 그리고 텐센트 등의 이해관계에 얽혀 자신만의 비전을 제대로 실현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자들에게서 들어오는 입김으로 자신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의 보증금 폐지 추세와 더불어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증금 폐지 추세가 공유 자전거 시장에 어떤 흐름을 가져올지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걸 보면 중국 스타트업 시장은 참으로 변화가 빠르다. 5개월 전만 해도 보증금을 내는 것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보증금을 내는 것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목할 기술은 참깨 신용이라고 생각된다. 참깨 신용은 알리페이 생태계 속에서의 사용자 정보를 분석하여 신용도를 산출해내는 서비스다. 중국은 현금에서 신용 카드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모바일 페이로 건너갔기에 IT 회사에서 직접 이렇게 신용도 산출 서비스를 시작한 듯싶다.


이 신용도 산출 서비스의 신용 포인트를 담보로 보증금을 대신하겠다는 것이 알리바바의 생각이다. 이 서비스가 공유 자전거 시장에서 잘 작동하는 것이 증명되면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적용될 것이다. 그러면 중국 사람들이 더욱더 적은 부담으로 편리하게 공유 경제 재화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에서 말한 대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저 대기업들의 장기짝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알리바바, 텐센트 그리고 디디와 같은 거대한 대기업의 전쟁터가 된 공유 자전거 시장에서 본래 창업자의 입김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할 땐 그 회사의 서비스나 재화뿐만 아니라 비전도 그 대상이 되었으면 한다. 문제를 가장 깊게 인식하고 이해한 사람이기에 멋진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서비스와 재화만 사가고 창립자의 비전은 내버려 둔다면 그 회사는 오래가기 어렵지 않을까?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기에 더욱더 공감되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중국은 뭔가 한 단계 한 단계 점차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모바일 페이에서 진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약 문제가 생길 것이 두려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라면 참으로 아쉽다. 그 땅덩이가 크고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들을 위험을 감수하며 받아들이고 있으며 나름대로 잘 관리해가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


오히려 제대로 된 법안을 규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나아간 중국을 참고할 수 있기에 더 좋은 입지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보증금 사례 같은 것을 보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


2018년 한국에서도 멋진 서비스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