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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Dec 21. 2020

물 들어올 때 노 젓지 않은 죄

다이어리 앱 모지또 운영기

간혹 어딘가에서 바이럴이 되어 떡상하는 앱들이 있다. 모지또도 감사하게도 떡상까지는 아니어도 유의미한 바이럴이 된 적이 몇 번 있었다.


자식 사랑하는 마음에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얘기해보자면..


1. 틱톡 바이럴

어느 날 앱스토어에 따로 피처드 되지 않았는데 다운로드 수가 확 증가한 적이 있었다. 어디서 유입이 됐을까 이리저리 구글링 해보던 중 신기한 걸 발견했다.


구글에 앱 모지또라 치니 이상하게도 틱톡 링크가 나왔다. 틱톡이랑 모지또가 무슨 상관이지?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틱톡에서 콘텐츠로 활용된 모지또

틱톡에서 모지또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크리에이터가 있었다. 이 감사한 분은 팔로워들에게 댓글로 이모지(감정) 신청을 받고 모지또로 칵테일을 만들어줬다.


누군가 댓글로 슬픈 감정 넣어주세요! 하면 슬픈 이모지로 칵테일 만드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식이다. 모지또로 이런 콘텐츠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다.


조회 수가 꽤 많이 나오고 감사하게도 크리에이터 분이 앱 소개까지 해주셔서 바이럴이 된 것 같았다. 또 더 대박인 건 크리에이터 분이 모지또 헌정 영상? 같은 것도 만들어주셨다는 거다.

소리 ON 필수!

영상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웅장해지는데.. 참 복 받은 기획자라는 생각이 든다. 팀원들에게도 영상을 공유했는데 다들 좋아했다.


평생 틱톡과 연이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생각을 단번에 바꾸게 해준 바이럴이었다.


2. 네이트판 바이럴

틱톡 바이럴이 끝나고 얼마 후 모지또 앱 순위가 치솟은 적이 있었다. 어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하다가 무료 전체 앱 순위 48위까지 올라갔다.

모든 앱 48위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앱스토어에도 피처드 되지 않았고 구글에 검색해도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웠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던 중 인스타그램 질문 기능이 떠올랐다. 모지또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모지또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마침 바이럴로 모지또 채널의 팔로우도 늘었던 터라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질문을 올린 지 얼마 안 되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바이럴의 시작점은 네이트판이었다. 10대 이야기 게시판의 자존감 극복 관련 글에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너무나도 감사한..

모지또가 누군가의 자존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해당 댓글은 추천도 많이 받고 대댓글도 많이 달렸는데 하나하나 다 감사한 말들이었다.


특히 '안드 존버'라는 대댓글을 쓰며 모지또 안드로이드 버전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꽤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우리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동기부여를 많이 받았다.


해당 게시글은 10대 게시판 인기글로 올라갔는데 그로 인해 모지또가 바이럴이 많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원이 순식간에 몇천 명이나 늘었다.


마찬가지로 네이트판과 평생 연이 있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무참히 부셔줬다. 모지또를 통해 내 인식이 넓어지는 것 같다.


사이드 프로젝트 만세!


자식 자랑하느라 서론이 길었는데..

그렇다면 모지또는 바이럴이 된 후 어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지또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 못했다.


바이럴이 터진 후 뭔가를 해야 돼!라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래서 바이럴로 들어온 유저들이 상당수 이탈했다. 그래서 현재는..

무다야.. 거기서 나와..

정말 슬프게도 다이어리계의 머기업 MOODA에게 모지또 검색어 1위를 빼앗긴 상황이다. 본진을 빼앗긴 느낌, 고향을 잃은 느낌. 바로 이런 느낌이려나?


기획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참으로 반성하게 되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 못한 이유에 대해 반성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



반성문

왜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지 못했는가?


모지또가 바이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를 하나씩 적어본다.


1. 앱 기획 때부터 대비하지 못한 죄

책 Hooked에서 나온 것처럼 유입된 사용자를 잡기 위해선 앱 내에 보상 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지또는 단기 보상에만 집중하고 장기 보상은 놓쳐버렸다.

(이전 글 참조 - 모지또 앱 기획 오답노트)


그래서 상당수의 유저들이 몇 번의 단기 보상(칵테일)을 받다 그만 질려버리고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앱 기획 단계 때부터 단기/장기 보상 다 잘 챙겼으면 바이럴이 왔을 때 잘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처음에 프로젝트 시작할 땐 이게 설마 바이럴이 터지겠어?하고 크게 생각을 안 했는데.. 다음에  기획할 때는 혹시 모를 바이럴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사용자 보상 체계를 수립해야겠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 서비스 배포 후 PM이 갈팡질팡한 죄

모지또가 나온 후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기분이 참 좋았는데 고민이 하나 생겼다.


그래서 우리 계속 해?


아예 사이드 프로젝트가 망했으면 별 고민 없이 그만하자고 했을 텐데 그게 아니었다. 모지또는 앞으로 계속 나아갈 만한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팀원들 각자의 생각은 다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확신에 차지 못해 팀원들에게 애매한 요청을 반복했다.


이 기능까지만 배포해보고 반응 보자.
별로면 그만하고..?


PM이 프로덕트에 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이니 팀원들도 애매함을 느꼈을 것 같다. 이런 근거로 이 서비스는 잘 될 거야! 그러니 계속하자!라는 말로 팀원들을 설득했다면 바이럴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다.


다음부턴 팀원들의 입에서 계속하자!라는 말이 나오길 기다리지 말자. PM이 직접 나서서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것이 PM이니까.

그것이 PM이니까.


3. 서비스 운영에 서툴었던 죄

개인적인 자부심인데 우리 팀 블렌더는 드림팀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모지또 첫 배포 후 드림팀 멤버 중 한 명인 맥스(가명)가 개인적인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팀에 들어올 때 나는 맥스가 손대는 것마다 잘 되게 하는 황금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맥스는 나와 함께 모지또 기획은 물론 콘텐츠/마케팅을 담당했는데 역시 소문대로였다.


맥스가 담당한 부분은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뒀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콘텐츠/운영 부분은 참 탁월해서 초반 지표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런 맥스가 팀을 떠나니 빈자리가 너무 컸고 나는 바이럴이 터졌을 때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물이 마구 들어오는데 나는 운영적인 면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몰랐다.


맥스가 만들어놓고 나간 모지또 인스타그램 채널이 있어서 적어도 노는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노를 젓는 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모지또 인스타그램 채널에 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들을 어떻게 붙잡고 소통해야 할지 하나도 몰랐다.


맥스였다면 어떻게든 유입된 사용자들을 휘어잡았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며 내가 참 서비스 운영에 문외한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모지또의 주 사용자는 Z세대인데 나는 아직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채널에 이것저것 자주 올리며 소통하며 팬층을 늘려가는 게 중요해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 채널도 바이럴로 팔로워가 늘었다가 조금씩 이탈하는 중이다. 여러 인플루언서나 캐릿 등을 참고하여 모지또에 맞는 운영을 해보아야겠다.


지금까지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만 몰두했었는데 이제는 잘 운영하는 법도 익혀나가야겠다. 아무리 공간을 잘 만들어도 운영이 별로면 유저는 떠나기 마련이니까.

영어 할 줄 아세요?



One More Thing..

반성 + 알파(α)


반성을 하면서도 앞으로 모지또에게 또 바이럴을 탈 기회가 있을까라는 걱정도 많이 한다. 이미 지나간 기회를 다 놓쳐버린 게 아닐까 하면서..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됐다. 가만히 있지 말고 바이럴 포인트를 직접 잡아보자! 요새 여기저기서 많이들 하니까!

각종 테스트의 범람

이런저런 테스트가 바이럴 되는 걸 보며 모지또도 한번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모지또로 테스트를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 고민해봤다.


일단 모지또는 칵테일이 메인 컨셉이니 결과로 칵테일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구성으로 결과 화면을 보여줄지는 선택이 필요했다.


1. 다른 MBTI 테스트처럼 몇 가지 문제를 풀면 맞는 칵테일을 보여주자!

2. 지금 모지또처럼 감정을 누르면 맞는 칵테일을 보여주자!


MBTI 방식이 대세인 것으로 보여서 1번으로 가야 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바꾸었다. 바이럴을 시키려는 목적은 결국 모지또 앱 다운 및 사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트 맛보기 코너처럼 모지또를 체험해볼 수 있는 튜토리얼 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앱 모지또의 핵심 기능을 웹 버전으로 구현하는 방향이었다.


1. 감정(이모지)을 마구 입력하면

2. 모지또가 섞어서

3. 감정에 맞는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뭔가 바이럴이 될 포인트가 부족해보였다. 앱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는 웹의 장점에만 기대기엔 불안했다. 그래서 바이럴이 될 수 있는 지점들을 고민해보았고 다음의 키워드를 뽑아냈다.


#연말 감정 정산

#아듀 2020 칵테일과 '칵테일말'

#칵테일 통계/순위


모지또 앱이 하루 동안의 감정을 입력한다면 웹 버전은 2020년 한 해 동안의 감정을 입력하고 칵테일을 받는 흐름이다.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며 감정을 정산(정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약간 2019년도에 진행됐던 WATCHADEMY 같은 느낌으로다가..

WATCHADEMY 2019

그리고 칵테일과 함께 꽃말처럼 칵테일말을 주기로 했다. 사용자가 포춘쿠키를 열어보는 마음으로 칵테일을 받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준비해보았다.


칵테일말 콘텐츠를 준비하며 콘텐츠 기획자들이 참 대단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바이럴이 될 만한 콘텐츠 만드는 게 참 어렵더라.. 시간이 더 있었다면 콘텐츠 고민을 더 해보았을 텐데 좀 많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아래의 칵테일 통계 정보도 보여주기로 했다.

1. 나와 같은 칵테일을 받은 사람 수

2. 사람들이 많이 받은 칵테일 TOP 5


가끔 MBTI 테스트 중에 나와 같은 인간형이 몇 퍼센트나 되는지 보여주는 것들이 있는데 그걸 따라해봤다. 어떤 통계가 나올지 궁금하다.


서비스/콘텐츠 기획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후 웹 개발을 진행했다. 리액트로 개발했는데 배운 점이 참 많았다. 처음으로 파이어베이스를 활용해보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정리해봐야겠다.


그래서 어쨌든 완성했다!

아래의 링크에 들어가서 바로 해볼 수 있다.

(바이럴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바이럴이 될지 안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이번엔 노 저을 준비가 된 거야?


적어도 일단 전보다는 많은 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문제들을 개선 중이며 곧 안드로이드 버전도 출시된다. 모두 올해 안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팀원 모두가 고군분투 중이다.


고생하고 있는 팀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특히 팀에 새로 합류했음에도 순식간에 팀에 녹아들어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Bakbang이 존경스럽다. 최고의 팀원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며 스스로 복 받았다고 느낀다.


역시 이번에도 모지또를 통해 얻는 게 참 많은데 아쉬운 건 그때그때 정리를 못했다는 점이다. 요즘엔 글이 좀 뜸했는데 차근차근 잘 정리해서 남겨놓아야겠다.


그리고 이번 글도 또 길어졌는데 그럼에도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총총..



우리 팀원들 모두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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