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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Jul 25. 2020

모지또 앱 기획 오답노트

Team Blender

다이어리 앱 모지또를 출시하고 한 달이 지났다. 출시 전에는 과연 사람들이 써줄까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 보려고 사람들이 준 긍정적인 피드백을 모아놨는데 내용은 보통 다음과 같았다.



긍정적인 피드백


1. 여러 감정을 쉽게 입력할 수 있어서 좋아요.


2. 감정을 쉐-킷하는 컨셉이 재밌어요.


3. 감정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게 귀여워요.


4. 앱의 완성도가 높아요.


5. 캐릭터가 귀여워요.


감사히도 좋은 평이 많았고 화면을 캡처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해주시는 분들도 꽤 있었다. 처음엔 주로 지인 중심으로 공유가 이뤄졌는데 이후엔 바이럴도 좀 되는 것 같았다.

앱스토어 에디터 추천에도 올라갔다!

앱을 만들며 팀원들이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평을 들으니 힐링이 많이 됐다. 또 앱 제작 과정을 정리한 글도 제법 공유가 되어 뿌듯했다.

(브런치 글이 생각보다 다운로드 수 증가에 도움이 된 듯하다..!)

디자이너를 위한 툴, surfit에 공유된 글

출시 한 달 반 정도가 됐을 때 가입자 수는 5,000명을 돌파했다. 회원가입이라는 귀찮은 과정을 뚫고 우리 앱을 이용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긍정적인 피드백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 분들은 우리의 앱을 써보고 몇 가지 귀한 피드백을 주셨다. 배울 점이 많아 오늘 오답노트처럼 하나씩 정리해보려 한다.

(피드백 외에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고칠 점에 대해서도..)



모지또 앱 기획 오답노트



A.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 출시 전 유저 테스트는 필수!


개발 일정이 빡빡해 우리는 튜토리얼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빼버렸다. 없어도 사용자가 어련히 잘 쓰겠지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앱 튜토리얼 사례

하지만 출시하고 보니 그건 안일한 생각이었다. 앱에 들어와 헤매는 사용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앱을 출시하고 나서 지인들에게 꽤나 많이 들었던 피드백이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지?'였다.


어찌어찌 이모지를 누르고 쉐킷을 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지 않은 것 같았다. 또 쉐킷을 하루에 한 번만 할 수 있는 걸 모르는 사용자도 많았다.


착하디 착한 사용자들은 자기가 익숙지 않아서라고 해줬지만 사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사용자들이 헤매는 안타까운 광경을 보며 나는 반성했다. 왜 그때 튜토리얼을 빼자고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엔 너무 제작자 입장에서 생각했었다. 앱을 처음 접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봤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다.


만약 출시 전에 지인 세 명 정도에게만 User Test를 했다면 튜토리얼을 넣었을 텐데.. 참 아쉽다. 초기 오픈빨을 잘 타는 게 중요한데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업데이트 때 앱 튜토리얼이 추가 되었다. 튜토리얼을 통해 사용자들이 더 수월하게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엔 꼭 User Test를 진행해 사용자들이 더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



B. 이 칵테일은 왜 나온 거죠?

- 메타포는 공감이 생명!


모지또는 사용자가 감정(이모지)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칵테일을 만들어준다는 컨셉을 가졌다. 그리고 해당 컨셉은 모지또의 코어인 만큼 앱의 성패를 가늠할 주요한 기준이었다.

감정 입력에 따른 칵테일 제공

다행히도 참신하다, 귀엽다 등 좋은 평가가 많았지만 그만큼 개선점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피드백 중 가장 주요했던 게 '이 칵테일은 왜 나온 거죠?'였다.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이 받은 칵테일에 대해 궁금해했다. 칵테일의 기본 정보는 물론 그것에 담긴 의미도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앱에선 그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사용자는 기껏해야 자신이 받은 칵테일의 이름과 색상만 알 수 있었다.


처음에 기획할 땐 칵테일 이름과 색상만 있으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까보니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던 사용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컨셉을 형성할 때 참고했던 여러 심리 테스트들을 다시 살펴봤다.

심리 테스트 - 포레스트

그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역시나 포레스트에서 만든 심리 테스트였다. 포레스트의 심리 테스트 결과를 분석하며 내가 놓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 이미지(식물)에 대한 설명 - 빨간 박스

포레스트에선 대표 이미지(식물)만 주지 않고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려줬다. 겨우 한 줄에 불과한 설명이었지만 대표 이미지에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모지또에선 저런 안내 역할을 하는 요소가 없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린 칵테일의 이름과 색상만을 알려줬었다.


문제를 더 악화시킨 건 칵테일이 사람들에게 충분히 익숙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동식물, 대학/학과 등과 달리 칵테일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었다.


몇몇 유명한 칵테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사용자들에겐 생소한 것들이었다. 과연 생소한 칵테일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내 실수였다. 사람들에게 칵테일이 어떻게 다가올지에 대한 고민이 얕았던 탓에 불친절한 기획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까?


포레스트처럼 칵테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을 생각해봤다. 하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쉽지 않았다.


1. 꽃말처럼 칵테일말?

포레스트에서 제공한 짧은 꽃말처럼 칵테일도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찾아봤다. 살펴보니 '칵테일말'이라는 게 없는 것 같지는 않았다. 트위터에선 이런 것도 찾을 수 있었다.

출처 - 트위터 @ehdqkdejr22

얼마나 신용할 수 있는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걸 보며 뭔가 칵테일말 관련 정보가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바텐더를 인터뷰해보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첫 번째 이슈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칵알못이라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말이다.


2. 칵테일 매칭 로직의 문제

더 큰 걸림돌은 로직 문제였다. 지금은 칵테일을 매칭해주는 로직이 상당히 단순하다.


a. 각 이모지마다 고유한 색상값을 가진다.

b. 이모지 입력 시 각 색상이 혼합된다.

c. 혼합된 색상과 유사한 칵테일을 찾아 매치한다.


우리는 로직의 순서에 따라 각 요소의 색상을 결정했다. 먼저 이모지 색상이 설정됐고 그에 맞춰 칵테일의 색상이 정해졌다.

이모지의 색상
칵테일의 색상

칵테일의 색상이 이모지의 색상에 따라가는 .


위와 같은 구조는 칵테일말의 도입을 상당히 어렵게 만든다. 한 번 예를 들어 살펴보자.


현재 모지또에선 행복(노란색)을 많이 입력하면 미모사라는 노란 칵테일이 매칭된다. 노란색이 많이 입력되었기에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미모사의 실제 칵테일말은 행복과 관련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행복(노랑) > 모지또

결국 칵테일말을 추가하려면 매칭 로직을 복잡하게 바꾸거나 이모지 색상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이는 서비스 전체를 갈아엎는 대공사가 될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은 '처음부터 설계를 잘했어야 됐다..'이다. 재밌는 컨셉을 잡았다는 사실에 신나 너무 가볍게 달려들지 않았나 후회가 된다.


사용자에게 칵테일이 생소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감안했다면 더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컨셉(메타포)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명심하자.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메타포는 사용자를 혼란에 빠트린다. 그러니까 쓸 거면 깊게 연구하고 쓰자!



C. 칵테일 컬렉션이 있으면 좋겠어요!

- 단기/장기 보상 모두 챙기기!


우리는 사용자가 일기를 더 재밌게 쓸 수 있도록 칵테일이라는 단기 보상을 강조했다.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도 많은 사용자분들이 좋아해주셨다.


그런데 출시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아쉬운 점이 드러났다. 우리 앱엔 사용자의 지속적인 사용을 이끌어낼 장기 보상이 부족했다.


장기 보상이 뭘까? 한 번 다른 일기장 앱을 예시로 살펴보자.

장기 보상 = 꽉 채워진 달력

무다, 이모로그 등은 위와 같이 달력 채우기라는 방식으로 장기 보상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는 사용자에게 '일기 꾸준히 쓰기'라는 장기 목표를 심어준다.


장기 보상은 더 챌린징한 것을 원하는 헤비 유저를 위한 보상이다. 헤비 유저들은 장기 보상을 얻기 위해 앱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그만큼 습관적으로 앱을 사용하게 된다.

(도서 <훅, Hooked> 참고)


모지또는 위의 두 앱보다는 단기 보상은 강했지만 장기 보상이 부족했다. 그래서인지 데이터를 보면 며칠 쓰고 마는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더 도전할 만한 과제를 사용자에게 던져주어 그들을 계속 묶어놓아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모지또는 어떤 장기 보상을 제공해야 됐을 까? 사실 사용자로부터 들려오는 피드백에 답이 있었다.


꽤나 많은 사용자들에게 칵테일을  모아볼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물론 모지또에 그런 기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는 칵테일 모음 화면에서 자신이 여태까지 어떤 칵테일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받은 칵테일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화면

하지만 해당 화면은 장기 보상으로써 충분하지 않았다. 무다나 이모로그처럼 결과물이 한눈에 멋지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한 화면에 들어오지 않아 스크린샷을 찍어 공유하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해당 화면을 영상으로 찍어 스토리에 공유해주시는 감사한 들도 계셨다!)


만약 칵테일 모음 화면을 더 신경써서 만들었다면 사용자들을 더 묶어놓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렇다면 칵테일 모음 화면을 어떤 식으로 개선해볼 수 있을까?


일단 지금보다는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더 풍성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화면 상단에서 이번 달에 총 몇 번 쉐킷 했는지만 알려주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간단하게 고민해보면..

1) 한 달 동안 입력한 감정 통계

2) 한 달 동안 받은 칵테일 통계

3) 일기 연속으로 쓴 최대 콤보(ex. 3일 연속)


위와 같은 정보를 화면 상단에서 공유하기 좋게 잘 구성해서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또 한 달 동안 쌓인 감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월말에 '이 달의 칵테일'을 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외에 여러 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많은데 출시 버전에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 조금만 더 고민했으면 관련해서 재미난 기능들이 나왔을 텐데..


다음번에는 보상을 더 세분화하여 단계별로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래야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질 테니까!



D. 1 + 1 = 2가 아니다.

- 독립적인 화면은 없다!


개발 기간 중 모지또의 기획은 정말 많이도 바뀌었다. 이번엔 그러지 말자고 프로젝트 시작 전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소용이 없었다.


기획이 여러 번 바뀌며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앱이 나오긴 했지만 그 과정은 분명 고통스러웠다. 특히 배포 일정이 점점 뒤로 밀리는 게 팀원들을 지치게 했다.


나의 실수로 인해 배포 일정이 밀리니 더 많이 반성하게 됐다. 이번엔 왜 기획이 많이 바뀌었을까 진지하게 성찰을 해보았다.


잦은 기획 변경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치명적이었던 건 '화면 단위의 기획 변경'이었다. 나는 서비스 전체가 아닌 하나하나의 화면만 보고 기획을 변경했었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A는 앱의 핵심 화면인데 사용자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팀원들과 논의 후 A의 전체적인 기획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얼마 후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작업 결과물을 공유해줬다. 살펴보니 A는 확실히 매력적으로 변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전과 달리 A와 B가 잘 연결이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

(B는 A에 연결된 화면)


그래서 살펴보니 A의 변경으로 B 화면 내 특정 요소가 쓸모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B에 대한 기획 변경을 요청했다.


이는 사실상 디자이너/개발자에게 일을 두 번 시킨 셈이었다. 처음부터 A와 함께 B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전달했다면 작업은 한 번에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화면 단위에 갇혀 고민했기에 팀원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물론 실제 상황은 예시보다는 더 복잡했지만 내가 서비스 전체를 보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 분명하다.


앞으로는 기획을 변경할 때 환경 영향 평가를 꼼꼼하게 해야겠다. 특히 그것이 서비스의 핵심 화면이면 더더욱 철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팀원들의 불필요한 고생을 줄일 수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잦은 기획 변경으로 고통받았던 팀원들에게 깊은 사과를 한다!



앞으로도 이어질 모지또

- 앞으로도 이어질 오답노트


일단 생각나는 대로 오답노트를 적긴 했는데 분명 더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후 떠오르는 게 있다면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모지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기에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것이다.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귀한 피드백을 주시고 있다.

(몇몇 피드백은 이번 업데이트에 반영되기도 했다.)


이번 업데이트에선 세 가지가 추가되었다.


a. 튜토리얼 추가

b. 이모지/칵테일 종류 추가

c. 삭제 기능 추가


개인적으로는 이번 업데이트로 모지또가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배포 -> 피드백 -> 업데이트의 사이클을 한번 완수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사이드 프로젝트, 모지또


태어나기부터 유저들을 만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배우고 얻은 게 참 많았기에 감사하다. 팀원들에게도, 부족한 앱을 써주신 사용자분들에게도..


모지또를 통해 더 성장한 기획자가 됐으면 좋겠다!



앱 다운로드하기

오늘 내 기분은 □□□야!


아쉽게도 모지또는 현재 iOS 앱스토어에서만 만나볼 수 있어요. 아이폰을 갖고 계신다면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모지또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오늘의 감정을 재밌고 쉽게 정리해보세요!


+ 모지또를 만든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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