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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Aug 28. 2021

퇴사 준비앱 퇴준생 제작기

사이드 프로젝트 앱 제작기

올해 초에 세웠던 목표 중에 하나가 나만의 앱 만들어보기였다. 기존에 종종 만들었던 웹이 아닌 앱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개발을 배우며 퇴준생이라는 퇴사 준비 앱을 만들었다.  간단한 앱이지만서도 만들며 많은  느끼고 배웠는데.. 까먹지 않도록 이번에도 기록으로 남겨놓는다.



1. 학습을 위한 동기부여


앱 개발을 배우기 위해 React Native 유료 강의를 등록했는데 얼마 간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React Native를 배워서 만들고 싶은 앱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배운 걸 써먹을 곳이 없으니 회의감이 들었고 얼마 안가 흥미를 잃었다. 전형적인 작심삼일 루트였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이 흘러 21년의 반이 지났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이 흥미로운 대화를 하는 것을 들었다.


너는 퇴사 언제 할 거야?


직장인 친구들이 서로의 퇴사 예정 일자를 묻고 있었다. 평소에 친구들과 퇴사 관련 얘기를 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퇴사 일자까진 논한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궁금해서 친구들에게  구체적인 퇴사 일자를 정한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들은  가지 이유를 말해줬다.



1. 퇴사를 더 진지하게 준비하게 된다.

언젠간 퇴사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목표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퇴사 준비 또한 언젠가 하겠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구체적인 퇴자 일자를 박아놓으면 D-Day 생겨 그것에 맞춰 계획을 짜고 실행하게 된다. 수능 일자에 맞춰 학습 스케줄을 짜고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2. 심적인 위안이 된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언제까지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나라는 생각에 우울해지곤 한다. 끝이  보이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다.


그런데 만약 퇴사 예정 일자가 박혀 있으면 그때까지만 존버하자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끝도 없을 것 같은 고통에 마침표가 생기는 셈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모르게 설득이 되어 나도 퇴사 예정 일자를 정해보았다. 퇴사 후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지금 내 상황을 고려하여 일자를 잡았다.


그러니 실제로 친구들 얘기처럼 퇴사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을 짜게 되었다. 회사 일로 힘들 때마다 퇴사 예정 일자를 보며 위로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그리고 위의 경험을 하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걸 앱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퇴사 예정 일자를 정하는 식으로 퇴사 준비를 도와주는 앱.


일단 단순하게 기획하면 내가 직접 개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의 기능들로만 구현하는 것을 생각했다.


퇴사 D-Day 설정 기능

퇴사 후 버킷리스트 작성 기능

퇴사 전 To-Do, Memo 작성 기능


React Native를 배우며 실제로 만들어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리고 이렇게 학습 목표가 생기니 동기부여가 됐다.


의욕이 생긴 김에 간단하게 시장 조사도 해보았는데 퇴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참 많더라. 기사에 따르면 신입 10명 중 3명이 1년 내에 퇴사한다고 한다.


퇴사를 꿈꾸고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만 많은 것은 아니었다. 또 유튜브를 보니 퇴사 관련 콘텐츠의 조회 수가 높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걸 보니 얼른 앱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물론 내가 만들 앱은 참 단순한 기능뿐이 없겠지만.. 그래도 설렜다.


그리고 이런 마음 때문인지 여섯 달 동안 못 나가고 있던 학습 진도를 단 2주만에 다 뺐다. 학습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2. 퇴준생이란?


우선 앱 기획을 했다. 핵심 가치는 '퇴준생'이라는 앱 이름에 맞게 퇴사 준비를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퇴사 관련 콘텐츠들을 보면 조금  준비를 하고 퇴사할 걸이라는 내용이 많았다. 홧김에 감정적으로 퇴사를 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로 보였다.


그래서 준비된 퇴사를   도록 돕는 기능들을 마련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퇴사 일정, 계획 등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스펙이 필요했다.


내가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하여 아래의 스펙을 잡아보았다.



1. 퇴사 D-Day + 설정 이유

퇴사 예정 일자를 정하는 기능이다. 또 일자를 설정한 이유도 적을 수 있도록 했다. 퇴사라는 게 가벼운 일이 아닌 만큼 일자 설정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래 이유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경력이 충분히 쌓이는 시점이다.

원하는 만큼의 돈이 모일 때다.

지금 맡고 있는 일이 끝난다.


당장 퇴사 일자 설정 이유가 없다면 그것을 고민하며 퇴사에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퇴사를 준비하는 첫 단추가 아닐까 싶다.


2. 퇴사 후 버킷리스트

퇴사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 기능이다. 퇴사 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으면 존버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퇴사 일자까지 버티면 얻는 일종의 보상으로써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아래의 버킷리스트를 적었다.

세계 여행하기

나만의 서점 차리기

독립하기


퇴사하면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버킷리스트 기능은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3. 버킷리스트별 To-Do, Memo

버킷리스트 실행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기록하는 기능이다.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고 그것이 자동으로 이뤄지지는 않기에 넣게 되었다.


버킷리스트: 카페 차리기 To-Do

바리스타 자격증 따기

카페 들어갈 곳 정하기

인테리어 정하기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준비해야 되는 것들을 정리하고 실행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처음에 구상한 내용 그대로 스펙을 잡았다. 그래서 초기 기획 과정에 들어간 시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에 기획적으로 배운 점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상세 기획에 들어가면서부터 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3. 컴포넌트 기획 연습


화면을 설계하는 상세 기획에 들어가면서 이번엔 컴포넌트 기획에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컴포넌트 기획이 뭘까? 이를 알기 위해선 우선 컴포넌트가 뭔지 알아야 한다.


구글에 컴포넌트를 검색하면 여러 키워드가 나오는데 정리하면 컴포넌트란 여러 곳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기능 단위(모듈)이다.


약간 레고 블럭과 같은 느낌인데 이해가 어렵다면 아래 퇴준생 예시를 참고해보자. 파랑, 빨강 테두리 두 컴포넌트가 여러 화면에서 재사용되고 있다.

퇴준생 컴포넌트 예시

다시 말해 컴포넌트 기획이란 기능 단위의 재사용성을 고려한 기획이다. 그러면 컴포넌트 기획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하나의 기능 단위를 여러 화면에서 재사용할 수 있기에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 화면마다 모든 요소를 새롭게 설계하고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컴포넌트를 수정하면 관련된 화면에 모두 반영이 되어 유지, 보수가 쉬워진다. 매 화면별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결국 컴포넌트 기획을 하면 기획자,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 모두가 편해진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더 연습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퇴준생을 상세 기획할 때 비슷한 기능 단위들은 최대한 하나의 컴포넌트로 만들고자 했다. 기능이 많지 않은 서비스였지만 컴포넌트화 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었다.


일단 상세 기획 초기 단계부터 어떤 기능 단위를 컴포넌트화할 수 있을지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래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1. 일단 쭈-욱 화면 설계

2. 중간중간 유사한 기능 단위들 리스팅

3. 리스팅된 부분 최대한 컴포넌트화


컴포넌트화를 위해 유사한 기능 단위들의 구성을 통일하는 작업이 필요해서 초반엔 시간이 더 소요됐다. 하지만 컴포넌트가 증가함에 따라 작업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그런데 컴포넌트 기획의 진가는 디자인, 개발할 때 드러났다. 내가 직접 디자인과 개발을 했기에 재사용성의 효용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디자인, 개발 역시 작업의 후반부로 갈수록 재사용할 수 있는 기능 단위들이 많아져 화면을 구현하는 시간이 줄었다. 어떤 화면은 컴포넌트로만 구성할 수도 있었다.


또한 작업 중간중간 수정을 해야할 때도 컴포넌트 기획은 큰 도움이 됐다. 변경사항이 생기면 컴포넌트만 손봐주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익숙하지 않아 시행착오가 있기도 했다. 보통 아래의 두 가지 케이스였다.



1. 어.. 이거 재사용하기 어렵네..

여러 화면에서 쓰일 것 같은 기능 단위를 컴포넌트화 하였는데 개발을 해보니 뒷단 데이터 로직이 달라 재사용이 어려웠다.


뒷단 로직에서 예외 처리를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코드가 복잡해져 가독성이 떨어졌다. 물론 이것은 내 개발 역량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래의 깨달음을 얻었다.

모습과 형식이 비슷하다고
무조건 컴포넌트화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뒷단 로직도 유사한지 봐야 한다.


2. 아.. 이걸 컴포넌트화 안 했네..

작업 막바지에 개발하기 바빠 신경을 덜 쓴 디자인을 이것저것 손을 봤는데 정말 노가다였다. 작은 버튼 하나의 텍스트 크기를 바꾸려면 매 화면마다 체크해서 수정해줘야 했다.


화면 내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는 작은 단위라 컴포넌트화 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후회가 많이 됐다. 그래도 한땀한땀 노가다를 하며 아래의 다짐을 했다.

화면 내에서 역할이 사소해도
재사용성이 높다면 컴포넌트화 하자.


결국 두 케이스 모두 재사용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결과인데.. 앞으로 연습하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이번에 느꼈는데 내가 직접 디자인과 개발을 하니 자체적으로 컴포넌트 기획을 진단할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다.


만약 팀 프로젝트였다면 디자이너나 개발자 동료가 나의 실수를 커버해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똥은 내가 직접 치운다는 점이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의 좋은 점인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도 직접 디자인, 개발자 역할을 하며 컴포넌트 기획에 익숙해져야겠다. 결국 모두가 편해지기 위해 하는 방식이니 각각의 입장이 되어봐야지.



4. 혼자 하는데 이만하면 됐지..?


혼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참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말했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가장  부분은 스펙 축소였다. 혼자가 아니었다면 욕심을 더 냈을 것이다. 아래의 추가 스펙들을 혼자 상상해봤다.


버킷리스트 제안
리서치,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퇴사 후 버킷리스트 제안하는 기능

D-Day에 따른 일러스트
남은 일자에 따라 달라지는 메인 화면 일러스트

버킷리스트 커뮤니티
버킷리스트가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응원하고 팁도 공유하는 기능

버킷리스트 관련 콘텐츠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도움이 되는 콘텐츠


앱 기능과 디자인 그리고 콘텐츠적인 면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 잘 발전시키면 돈을 벌 수 있을지도?라는 망상을 하며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보통 그렇듯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부족한 디자인과 개발 실력 그리고 나의 안일함..


사실 생각해보면 안일함이 가장  문제였다.


혼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 내가 모든 것을 책임져서 열심히 하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안일한 타협을 하게 되기도 한다. 너무 어려운데 이 스펙 그냥 빼자라는 생각.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에선 아쉽게도 위와 같이 안일함에서 비롯된 타협이 좀 있었다. 조금 더 해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요새는 팀 프로젝트도 하니까 배가 부른 것 같은데 헝그리 정신을 다시 가져야겠다. 나에겐 이것밖에 없어라는 마음으로 개인 프로젝트에 임해보자.



4. 맺으며


앱을 출시했다고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지.


앞으로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은 계속해볼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버전도 얼른 만들어야 하고.. 할 거는 많다.


특히 퇴사 관련 콘텐츠를 연재하는 것에 관심이 생긴다. 앱을 만들며 퇴사 관련 기사, 유튜브를 보고 지인들과도 얘기해보았는데 퇴사라는 게 자아실현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퇴사하고 뭐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이 잊고 있었던 그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 퇴사도 그런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이렇게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 기분이 좋다. 하고 싶은 것들을 실제로 이뤄내면 더 좋을 테니 정진하자.


파이팅!


그리고 오늘도 긴 글 읽어주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퇴준생 앱은 현재 iOS 버전만 제공하고 있으며,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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