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 앱 홍보하기
이번에 S.O.P.T라는 IT 창업 동아리의 해커톤 행사에 기획 멘토로 참여했다. 내가 멘토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참 많은 것들을 배운 시간이었다.
특히 각 팀 부스를 돌며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 의미가 있었다. PM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런데 돌아다니며 유독 많이 들은 질문이 있었다.
출시 후 앱 홍보, 바이럴은 어떻게 하죠?
앱이 출시가 될 시점이라 그런지 홍보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특히 팀 내에 마케터가 없는 상황이기에 PM 친구들의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함께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소리소문 없이 묻히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느껴졌다. 팀원들의 고생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백번 동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능력 부족으로 뾰족한 수를 제시해주지는 못했다. 멘토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물어봤을 텐데 죄송한 일이었다.
근데 꿩 대신 닭이라고.. 사이드 프로젝트 앱 홍보에 대한 내 생각을 공유하긴 했다. 오늘은 스스로도 생각 정리할 겸 그 때 공유한 이야기들을 남겨놓고자 한다.
앱 홍보를 어떤 식으로 할지에 대한 고려는 기획 단계부터 이뤄져야 한다. 아래의 질문을 신경쓰며 기획을 진행하는 게 좋다.
우리 앱의 주요 화면이 홍보 때 유용하게 쓰이거나 바이럴될 수 있을까?
홍보 때 유용하게 쓰이거나 바이럴이 될 만한 화면이 어떤 걸까? 이를 알기 위해선 홍보 및 바이럴이 발생하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의 플랫폼의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
서로 기능이 다른 만큼 특징도 각양각색이겠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빠르게 소비하는 숏-폼 콘텐츠를 주로 다룬다는 점이다.
해당 플랫폼의 사용자들은 단 몇 초 안에 콘텐츠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더 볼 것인지 말 것인지, 공유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앱에 대한 홍보, 바이럴 콘텐츠도 같은 방식으로 소비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광고처럼 느껴져서 더 빠르게 넘겨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유튜브 범퍼 광고처럼 3~5초 이내에 예비 사용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 3~5초 안에 아래의 일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1. 앱의 핵심 기능을 이해시키고,
2. 더 나아가 그것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1번만 해도 어려운데 2번까지 도달해야 한다니.. 미션 임파서블처럼 보인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려운 만큼 그 열매가 단 법이니까.
우선 위의 질문에서 말한 것처럼 시작점은 우리 앱의 주요 화면이다. 홍보에서든 바이럴에서든 주요 화면은 앱의 얼굴처럼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우리 앱에서 주요 화면이 어떤 것이 있을지 찾아서 정리해보자. 앱을 켜면 가장 먼저 보이는 화면 혹은 그것이 아니더라도 핵심 스펙을 담고 있는 화면을 나열하고 검토한다.
주요 화면이 3~5초 사이에 사람들을 매혹할 수 있을지 위의 1, 2 과정에 맞춰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3~5초 안에..
1. 핵심 기능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 자연스레 메시지는 분산되고 말 것이다. 단번에 이해되는 메시지를 만들려면 단순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하나의 화면엔 하나의 스펙만 담도록 해보자.
2.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심심하지는 않은가? 기존 앱과 다른 점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면 관심을 끌 수 없다. 차별성을 예리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해보자.
방식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앱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컴포넌트를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이 주요할 것이다.
조미료를 뿌리는 것도 좋다. 주목을 끄는 인터랙션(혹은 애니메이션)을 쓰거나 요새 바이럴이 많이 되는 콘텐츠들의 형식을 차용해보자.
(MBTI 기반 테스트, 닷페이스 퀴퍼 등)
그런데 2번 부분에서 주의할 점은 조미료보다 앱의 차별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앱 자체의 차별성이 약하면 아무리 조미료를 뿌려봤자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부끄럽지만 모지또의 케이스를 가져와봤다. 모지또는 주로 틱톡을 통해 바이럴이 많이 됐다.
해당 화면엔 주요 스펙 하나만 넣었으며 칵테일이라는 핵심 컴포넌트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또한 이모지가 굴러다니는 인터랙션이라는 조미료도 넣어봤다.
물론 모지또는 어디까지나 참고이며 자신의 앱 특성에 맞게 주요 화면을 잡는 게 중요하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5초 뿐이라는 것은 새겨두면 좋을 것 같다.
홍보, 바이럴까지 고려하여 기획을 해야 한다니 막막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앱 홍보나 바이럴에 대한 고민은 출시 직전이 아닌 기획 단계부터 시작해보자.
효율을 중시하는 특성상 큰 효과가 없을 것 같으면 아예 시도를 안하는 일들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일들 중 하나가 앱 홍보용 채널 만들기였다.
나는 마케터가 아니라 홍보용 채널을 만들어도 유의미하게 키워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평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채널을 굳이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생각이 모지또를 하면서 바뀌었다. 모지또 인스타그램 채널이 많은 팔로워를 확보해서가 아니다. 그냥 몇 번의 바이럴을 경험하며 결국 이것도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는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모지또를 운영하며 바이럴이 발생했을 때 그 근원을 찾아 헤맸는데 시작점은 언제나 하나의 게시물 혹은 댓글이었다. 기존에는 바이럴의 결과만 보았기에 놓쳤던 부분이다.
꼭 인플루언서의 게시글, 댓글이 아니어도 어찌저찌 바이럴로 연결되기도 했다. 결과가 거창하다고 꼭 시작점도 그러하라는 법은 없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 피어날지 모른다는 것, 아무리 작은 곳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나니 관점이 달라졌다.
비록 팔로워 수가 얼마 안되는 홍보용 채널이더라도 의미가 없지 않다. 우리의 채널에서 올린 게시글이 바이럴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시작된 바이럴을 이어줄 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앱 홍보용 채널을 미리미리 만들어서 운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앱 출시 시점이 되어 부랴부랴 하는 것보다는 미리 파놓고 차근차근 쌓아가보자.
정 효과가 없더라도 지인 홍보 수단 혹은 앱 운영 시 고객 문의 채널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또한 앱을 만드는 과정을 개인 채널에 공유하는 것도 추천한다. 개인 채널엔 이미 지인 기반 팔로워가 많아 사실 이 부분이 더 빠른 시작일 수도 있다.
물론 개인 채널은 앱과 직결되지는 않은 만큼 앱 홍보용으로 꾸준히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이럴이 일어날 하나하나의 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지인이라는 짙은 점을 활용할 수 있다.
잊지 말자.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수 있는 점을.
앱에도 오픈빨이라는 게 있다. 아무래도 오픈 시점에 지인 홍보를 총동원하고 앱스토어에서도 신규 앱을 피처드해줘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해서든 오픈할 때 승부를 봐야한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픈했을 때의 홍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그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은 곧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팀원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면 그 정도는 더 심해져 홍보 및 바이럴 관련하여 필요 이상의 부담감을 갖게 된다.
물론 오픈빨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앱을 출시하는 건 그저 망망대해에 미끼를 던지는 일이다.
운이 좋으면 대어가 곧바로 미끼를 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니 상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미끼를 던졌을 때 수면 아래에 아무런 물고기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조류는 바뀌기 마련이다. 조류가 바뀌고 내가 미끼를 던진 곳에 대어가 몰려들 수도 있다.
'가슴속3천원'이라는 앱을 예시로 들고 싶다. 이 앱도 출시 시점엔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겨울이 되어 붕어빵 시즌이 오자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투두메이트'라는 앱도 그렇다. 물론 이 앱은 출시 시점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앱스토어 정상에 이른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였다.
물론 실력자라면 조류의 흐름을 읽고 가능성이 높은 곳에 미끼를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에 의한 행동일 뿐 물길 아래는 여전히 미지수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 너무 마음 쓰지 말자. 미끼를 던지고 얼마 안 지나 반응이 없다고 포기해버려서는 안된다. 낚시와 같이 인내심 싸움이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최고의 미끼, 사용자가 필요로 하고 바이럴이 될 만한 멋진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겠다.
또한 대어가 미끼를 물었을 때를 대비하여 이후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준비해놓으면 좋다. 그때에 닥쳐서 허겁지겁 대처하면 늦을 수 있다.
그리고 국경을 자유로이 넘을 수 있다는 앱의 최대 이점을 활용하여 여러 곳에 미끼를 뿌려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면 분명 언젠가 멋진 미끼에 걸맞는 조류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오픈빨을 타기 위해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그것에 타지 못했다고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앱을 만드는 일만큼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엔 마케팅을 전담하는 조직이 있고 비용도 일정 이상 투입을 한다.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 팀에선 보통 그럴 여유가 없다. 마케터가 아예 없어 기획자, 디자이너가 대신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마케팅 비용도 잘 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사이드 프로젝트에선 앱을 알리는 과정에서 많이 막히는 것 같다. 특히 오픈 시점이 다가왔을 때 홍보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참 답답하다.
그래도 어쨌든 그런 답답함 속에서 헤매며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 참 좋다. 특히 투박하게나마 마케터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는 경험은 마케터와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잘 쌓아가며 마케팅 감각을 조금씩 키워나가면 좋겠다!
언제나와 같이 오늘도 글이 길어졌는데..
읽어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