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해체 분석기를 시작하며.

Do not go gentle into that hell-chosun

by JunWoo Lee

헬조선


안타깝지만 이미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그지 같은 일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삿스가 헬조선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조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래야 하는 걸까. 남은 생 동안 내가 사는 나라를 두고 계속해서 삿스가 헬조선을 외쳐야 하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회 도처에 깔린 헬조선의 증거들이 우리에게 암울한 미래를 전망해준다. 이렇게 사회 구석구석마다 악질이 꾸덕꾸덕 가득 찼는데 한국이 헬조선이 아니게 되는 날이 오기나 할까?


그렇다고 두손 두발 다 내려놓고 있을 수는 없다. 헬조선이 아닌 자랑스러운 나라를 갖기 이전에 일단 나부터가 너무 힘들다.


"사는 게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


어렸을 때부터 레이스를 시작해 끊임없이 수능을 향해 달려가고 이제 좀 쉬어야지 했는데 또다시 스펙 쌓기 전쟁. 어찌저찌 취직을 하더라도 회사의 부품이 되어버리기 일쑤. 평생을 데리고 살 것처럼 연수원에서 애사심 강요해놓고 말 안 듣고 때가 되니 슬금슬금 퇴직 압박. 그리고 결국 덩그러니 버려질 나.


사회만 믿고 사회의 부속으로 계속해서 회전해온 사람들이 많지만 사회는 그런 사람들을 숱하게 배신 때린다.


물론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애초에 난 프로불편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사실 스스로를 프로불편러라고 하기엔 오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아마추어불편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 연재할 이 "헬조선 해체 분석기"에서는 그 이름 그대로 불편러의 시각에서 헬조선이라는 문제를 해체하여 분석할 예정이다.


아직 정해진 목차는 없지만 헬조선에서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헬조선의 단면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가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으레"라는 단어로 설명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를 좀먹는 헬조선식 고정관념은 으레라는 말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뭔가 꼰대 느낌이 더 잘 우러나오는 것 같다.


으레

의미

두말할 것 없이, 언제나, 당연히


예시

남자라면 으레 현역으로 군대 다녀와야지.

여자면 으레 남자 앞에서 자기 의견 굽힐 줄도 알고 그래야지.

여자는 으레 30 전에는 시집을 가야지.

신입 사원이면 으레 까라면 까는 거야.

사회라는 게 으레 그런 거지 어떻게 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이번 매거진을 통해 이런 '으레'라는 말을 앞에 달고 오는 헬조선식 고정관념들에 대해 해체하고 분석할 예정이다. 물론 위의 사례들처럼 워낙에 극혐인지라 겉으로 돌출된 고정관념들은 다루지 않을 것이다. 이번 매거진에서 다루고자 하는 건 비교적 안쪽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고정관념들이다.


그 은밀한 놈들 때문에 헬조선을 욕하는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헬조선에 녹아들게 된다. 이게 바로 헬조선 매트릭스의 생존 방식이다. 많은 고정관념들이 우리의 안에서 은밀히 작용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헬조선을 유지시키는 양분을 내뱉게 한다.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그토록 헬조선을 욕했지만 결국엔 그 안에 흡수되어 버리는 게. 모두 다 우리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작용하는 그 고정관념 놈들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잘라내기 위해선 일단 하나하나씩 도려내어 밖으로 드러나게 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분명 흉측하고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고정관념이 워낙에 많을 테니 무척 오래 걸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다. 난 헬조선이 아닌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이 매거진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스타일은 아Q정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루쉰이 중국 사회의 암 걸리는 구석구석을 아주 잘 포착한 것처럼 이 매거진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번 매거진이 은밀하고도 추악한 헬조선의 단면을 잘 드러내어 사람들이 더욱더 헬조선을 부정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먼 미래의 한국인이 우연히 이 매거진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은 말을 했으면 좋겠다.


"상상할 수 없어. 우리 한국이 이렇게나 거지 같은 나라였다니!"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이 헬조선이라는 악령을 떨쳐내 버리길 바란다.


참고로 이 매거진의 주요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정리한 것이기에 상대성과 주관성이 아주 다분할 예정이다. 만약 내용이 내키지 않는다면 페이지를 넘기거나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적어주면 좋겠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다.


이 매거진에는 다른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

모두의 매거진이다.

혹은 글 쓰는 거나 깊게 생각하는 게 귀찮은 경우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아래의 사람에게 제보를 주셔도 좋다.


jefron917@gmail.com

양식 같은 건 없고 그냥 헬조선에 살면서 극혐인 부분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서 보내면 된다.


이번 매거진을 기획하도록 영감을 준 시 한 편을 올리며 프롤로그를 마치려 한다.

갓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시로 유명하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Dylan Thomas, 1914 - 1953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순수히 저 멋진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노인이여, 하루가 저무는 것에 발끈하고 노여워하세요.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하여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현명한 자는 자신의 임종에 어둠은 당연하다고 하지만

그들의 말이 진리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순수히 저 멋진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선량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 곁에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울어요

그들의 덧없는 물결이 푸른 강기슭에서 춤출 것처럼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하여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높이 떠 있는 태양을 찬양하며 붙들려하는 거친 사람들은 너무 늦게 깨닫게 되죠.

그들의 방식대로 태양을 떠나간다는 것을

순수히 저 멋진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무덤지기들, 죽음과 가까운, 눈먼 눈으로 보는 자들

먼눈에는 유성처럼 찬란하고 화려하게 보일지라도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하여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그리고 내 아버지, 슬픔 가득한 곳에 서 있는 당신

당신이 격한 눈물로 지금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기를 나는 기도합니다.

순수히 저 멋진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사라져 가는 빛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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