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 마지막 편
그건 마치 꽃가루와 같았다.
찬드라와 세카르가 재회하는 장면이 전국으로 퍼져 나간 뒤 사람들은 조금씩 아파트 복도로 그다음엔 길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서로 눈치를 보던 것은 눈빛을 주고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눈을 마주하는 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씨앗이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찬드라 혹은 세카르와 같은 짝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검은 막대를 쓰지 않고선 그것을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검은 막대를 목 뒤편에 갖다 대기 시작했다. 거리에 떠돌아다니는 드론이 분주해졌다. 검은 막대를 쓰고 깨어난 사람은 드론을 통해 자신의 연대를 찾아냈다. 하늘을 수놓는 드론들이 마치 꽃가루를 나르는 벌 같았다.
곳곳에서 감정이 피어났다. 아직 검정 막대를 쓰지 않은 사람은 피어남 속에서 자신에게 상실된 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상실감은 무척이나 채우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더욱더 많은 사람의 손이 검은 막대로 향했다.
시간이 갈수록 꽃가루는 빠르게 확산되었다. 깨어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깨우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바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촉발만 시켰을 뿐 그다음은 모두 인간 스스로 해냈다.
“참 멋진 피날레야.”
브리가 말했다. 그는 복도 난간에 기대어 날아다니는 드론과 서로 어우러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노바의 말대로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지켜보는 건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검은 막대를 꺼내 난간 위에 올려놓았다. 브리가 막대를 보면서 말했다.
“노바. 난 네가 왜 날 심문관으로 선택했는지 항상 궁금했어. 그저 경찰 게임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날 선택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이런저런 추측을 하면서 설레기도 했고 실망도 했어. 모두 다 처음 느낀 감정이라 낯설었지. 어제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됐어. 문득 검은 막대를 쓰는 사람이 이리도 많은데 왜 날 찾는 사람이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어. 깨어난 사람 중에 예전의 날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어제 저녁에 지나가는 드론에게 물었지. 예전의 나를 찾는 사람이 있냐고. 그랬더니 드론이 유감이라는 말을 꺼내더군. 예전의 난 외톨이로 가상현실에 업로드된 모양이야.”
복도에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이 브리의 뒤편으로 지나갔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복도를 화사하게 물들였다.
“처음엔 날 걱정해서 심문관으로 선택하고 친구가 되어 준 거라 생각했지. 검은 막대를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선택지를 주려고. 근데 오늘 문득 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떠올랐어. 미안하다는 말. 왜 그 말을 했을까 종일 고민을 했지. 어쩌면 넌 스스로를 위해 날 선택한 게 아닐까. 너는 사라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누군가 널 기억해 주길 바랐던 거야. 네가 아무도 제대로 기억해 주지 않았던 로젠을 오래도록 기억한 것처럼. 사실이든 아니든 난 그렇게 널 이해하고 싶어. 모든 걸 계획 안에 넣은 인공의식 노바보단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인간 노바가 좋으니까. 넌 인간의 역사에 남길 원치는 않았지만 사람의 마음속엔 남고 싶었던 거야.”
브리는 난간 위에 올려져 있던 검은 막대를 집었다.
“난 이걸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야. 대신 항상 몸에 지니며 널 기억하겠지. 노바. 우린 모두 초신성의 잔해야.”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