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회귀.

by JunWoo Lee

창작의 시작은 소설이었지만 그 뒤로 잡지, 앱 서비스 등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었다. 지금은 IT 서비스 기획자를 직업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앱/웹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쓰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어 만족스럽다. 그런데 종종 이 만족감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걸 느낀다.


IT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나의 근원적인 창작욕에 부합하는 일일지 의문이 든다. 즐겁긴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위해 세상에 나왔다! 정도의 느낌은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건 소설 쓰기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나도 내 창작의 근원인 소설 쓰기로 회귀하게 되는 걸까?


소설 쓰기가 단지 내 첫 창작이기에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소설 쓰기가 나의 근원적인 창작욕에 부합한다고 여길 만한 지점이 분명히 있다.


IT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은 세상의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지만 세상을 해명하지는 못한다. 반면 소설 쓰기는 나는 왜 나이고 이 세상은 왜 이 세상인지 철학할 기회를 준다.


이런 사유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게 클 때가 많다. 나뿐만 아니라 이 우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할 테니까.


소설 쓰기의 좋은 점은 나 같이 별다른 기술이 없는 사람도 그런 스케일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온 우주로 확장하여 다룰 수 있다.


그렇게 세상에 대한 나만의 해명을 소설로 정리하면 내 존재가 선명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떨 땐 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하며 미지의 존재가 경고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망상도 한다.


이렇게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은 많이 하는데 최근엔 소설을 쓴 적이 없다. 소설 쓰기에 자신이 없어졌다. 예전에 쓴 소설을 보면 내가 다시 이렇게 쓸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한다.


다행인 점은 요새 소설로 정리하고 싶어지는 생각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굳은 창작 근육도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한 가지 꿈이 있다면 언젠가 내가 쓴 소설을 엮어 단편소설집을 내고 싶다. 내가 세상을 해명한 기록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 품에 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온 우주가 내 품에 안긴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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