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며 자연스레 직장인 밈을 알게 되는데 최근 369라는 말을 들었다. 직장 3년 차, 6년 차 그리고 6년 차가 되었을 때 회의감을 느낀다는 의미의 밈이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계속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나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서 비롯되는 회의감. 이 회의감으로 369년 차에 이직이 잦다고 한다.
이제 나와 또래 친구들에게도 그런 시기가 왔는지 회의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게 결국 인생의 숙제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369 게임이 그렇듯 12, 15... 그 뒤로도 회의감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 아니 어쩌면 바쁜 와중엔 잠시 잊고 있을 뿐 회의감이라는 게 항상 우리의 곁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만성적 회의감을 지우기 위해선 나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문제는 그게 뭔지 알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입시, 취준의 길에 산적한 숙제를 해결하느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를 돌아본 적이 중2 때가 마지막인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비교적 빠르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369의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게 드러나는지 주변에서 비법을 묻곤 한다.
"넌 어떻게 좋아하는 걸 찾았어?"
최근에 많이 들은 질문인데 들을 때마다 말문이 막혔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유레카! 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은 적은 없었다.
매번 질문을 들을 때마다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해 답답했다. 그저 학창 시절의 기억을 몇 개 이야기해 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근데 이렇게 상담 비스무리한 것을 하며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쉽게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경향이 보인다는 점이다.
자신이 좋아할 무언가가 운명적으로 나타날 거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직접적으로 그렇게 얘기하진 않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느껴진다.
이런 일종의 운명론을 믿는 사람들은 계기를 중요시 했다. 첫 만남부터 곧바로 이거다라고 느끼는 짜릿한 순간이 있을 거라 믿는다.
사실 그런 영화 같은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첫눈에 반해 백년해로하는 로맨스 영화와 현실 연애가 다르듯 좋아하는 일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초장부터 느낌이 확 오는 것보다는 차츰차츰 마음속에서 무르익어 가는 게 보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보면 연인보다는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연인을 찾는다는 느낌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막히기 쉽다. 처음부터 넘어야 할 문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와 더 빠르게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하이큐에도 아래와 같은 대사가 나온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 흔들리지 않는 의지나 숭고한 동기 같은 건 없어도 돼.
얼떨결에 시작한 게 조금씩 소중해지기도 하지.
시작할 때 필요한 건 작은 호기심 정도야.
- 애니메이션 <하이큐> 중
작은 호기심.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되기에 충분한 씨앗이다. 지금은 작아 보이지만 무럭무럭 자라 언젠가 내가 기댈 커다란 나무가 되어 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