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결의 윤슬.

by JunWoo Lee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낯선 분으로부터의 메시지가 왔다. 선물과 같은 메시지였다. 그 분은 내가 쓴 소설이 참 좋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나와 접점이 없던 사람이 내 소설을 읽고 좋았다는 메시지를 준 건 처음이었다. 메시지를 읽고 감사함에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분은 어떤 경로로 내 책을 읽게 되었을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분께 여쭤 봤다.


그 분은 자주 가는 카페의 책장에 내 소설이 놓여 있어 읽게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것도 참 신기했다. 그 카페는 어쩌다 내 책을 전시하게 되었을까.


감사한 마음도 크고 여러모로 호기심이 생겨 그 분께 책을 발견한 카페에서 뵙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부담스러울 수 있을 텐데 그 분께선 작가와의 만남이라며 영광이라 해 주셨다.


카페가 회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퇴근 후 보기로 했다.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생각에 카페에 가기까지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카페였다. 그 분은 내 책이 놓여 있는 책장 옆에 앉아 계셨다.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순간이었다.


책장 옆자리에 앉아 독자와의 만남을 시작했다. 근데 막상 마주 앉으니 어떤 식으로 이 만남을 풀어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그 분께서 노트를 펼쳐 보여 주셨다. 펼쳐진 페이지엔 내 소설과 관련된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 분이 소설을 읽으며 한 고민을 써 놓으신 거였다. 그 메모 덕분에 독자와의 만남이 그럭저럭 진행될 수 있었다.


근데 그 분과 이야기를 하면서 괴리감이 느껴졌다. 분명 내 글인데 그 분이 내게 질문한 것에 답하는 게 어려웠다.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대해 내가 답해 주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그럴 게 그 소설을 쓴 게 몇 년 전 일이었다.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난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이 점을 그 분도 느끼시는 듯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자신이 읽은 소설을 쓴 작가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소설을 쓰며 한 고민을 그 분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독자와의 만남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났다.


귀한 기회인데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그 분께선 차라리 나를 보지 않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가는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때 내가 남긴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준 건 사실이 아닐까.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든 변한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처럼 매순간이 같지 않다. 오히려 계속 같다면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건 이런 흐름 속에서 내가 한 순간을 남겨 놓았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바라본 누군가의 눈에 윤슬이 비쳤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때 그 순간을 남겨 놓지 않았다면 그 분의 눈에 비친 윤슬도 볼 수 없었겠지. 이 생각을 하니 아쉬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 경험을 한 후 어떤 순간을 남겨 놓는 일이 더 즐거워졌다. 내게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의 물결이 누군가에게 닿아 반짝임을 선물할 수 있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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