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無我之境).

by JunWoo Lee

평소 작업을 하며 재즈를 많이 듣는데 그러던 중 토니 베넷이라는 가수를 알게 됐다. 유튜브 뮤직에서 그의 음악이 추천되어 자주 들었다.


토니 베넷은 그렇게 추천 음악으로 뜨는 여러 재즈 가수 중 하나였는데 한 영상으로 내게 특별해졌다. '95세 재즈 가수의 노래 실력'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영상에선 토니 베넷이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는 콘서트에서 열창하는 모습이 나왔다. 아래의 자막과 함께 영상을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공연, '마지막으로 한 번(One Last Time)'은 그의 95번째 생일인 2021년 8월 3일에 펼쳐졌다.

수년간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가족을 제외하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무대에 오르자 마법처럼 노래하기 시작했다. 과거 무대 위에서 선보였던 제스처도 돌아왔다.

이 공연은 이틀간 펼쳐졌고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그는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그는 현재 이 날의 공연을 기억하지 못한다.

- 재즈 기자 유튜브 <95세 재즈 가수의 노래 실력> 중


토니 베넷이 노래하는 모습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95세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의 활활 타오르는 생명력.


사람의 생명력은 그렇게 마음이 가는 것을 할 때 가장 생생히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육체보다는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것, 마음이 가는 것을 할 때 스스로에게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포드 v 페라리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대사가 나온다.


"빌리 하나만 물어보자. 넌 춤을 출 때 어떤 생각이 드니?"
"그냥 좋아요. 활활 타오르는 불길 같은 느낌. 날아가는 것 같아요. 모든 걸 잊어버려요. 춤을 출 때 저는 한 마리 새처럼 날고 있어요."

- 영화 <빌리 엘리어트> 중


7,000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차는 무게를 잃고 그대로 사라지지.
남은 건 시공을 가로지르는 몸뿐.

7,000RPM
바로 거기서 만나는 거야.
네게 다가오는 느낌이 나.
귀에 바짝 붙어서 질문 하나를 던지지.

"넌 누구인가?"

- 영화 <포드 v 페라리> 중


정신이 한곳에 쏠려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 무아지경에 이르면 말 그대로 무아(無我) 상태가 되어 스스로를 잊게 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다른 누군가가 봤을 때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만큼 자아가 분명해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영상 속 토니 베넷처럼.


토니 베넷의 마지막 무대 영상을 보고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확신하게 됐다. 단순히 이 땅 위에 발 붙이고 서 있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내게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력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존재로서의 생명력은 마음의 고양감에서 나온다. 때에 따라 무아지경의 상태에까지 이르게 하는 그 감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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