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대로 음식이 나오는 코스 요리보다는 한상으로 나오는 한정식을 선호한다. 이것저것 골라먹는 즐거움과 밥, 반찬의 궁합에서 나오는 풍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향하는 삶도 한정식과 같다. 한상에 반찬들 그러니까 프로젝트들을 다양하게 올리고 골고루 즐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음미하다가 때론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즐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여전히 한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이름의 한상차림을 올리는 하나의 일.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지금까지 '이준우'라는 이름의 한상을 열심히 차려 왔다. 정갈하지 않고 투박한 면이 있지만 차리는 과정이 뿌듯하고 즐거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의 중심이 되는 밥이 아직 햇반이라는 점이다. 아직은 회사를 빼고 나를 먹여 살리고 소개하는 게 어렵다.
물론 이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햇반이 실패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금전면에서든 성장면에서든.
다만 수급을 외부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내 중심은 더더욱이 내 안에서 솟아나는 걸로 채우고 싶다.
만약 밥까지 내가 직접 지어 올릴 수 있다면 나의 한상차림이 더 나다워질 것이다. 또 내가 직접 지은 밥이면 밥심이 더 날 게 분명하다.
하나의 꿈이 있다면 나의 한상차림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테이블 위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자리가 얼마나 채워질까. 지금으로선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 내 가족이나 지인 정도가 자리를 채워 주지 않을까.
앞으로는 나를 실제로 모르는 사람도 오길 바란다. 와서 나의 프로젝트를 맛봐 주면 좋겠다. 상차림에 만족해 주방장을 불러 주면 더할 나위 없겠고.
이렇게 되기 위해선 상에 올라갈 프로젝트의 수준은 물론 구성 또한 신경써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보다 더 정갈해져야 한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겐 추상적이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분명하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하면 된다는 의미니까.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점을 찍으면 된다. 더 많은 점을 찍을수록 더 자유롭고 유려하게 선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투박한 점이더라도 모이고 모여 결국 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점을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