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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Dec 27. 2018

한국외대 후기

Come to hufs, Meet the world...

이제 한국외대를 떠난다. 12년에 입학했으니 약 7년 정도 외대에 있었다.


내게 많은 기회와 시련을 줬던 애증의 한국외대.


떠나는 마음이 시원섭섭하니 후기나 하나 남기려 한다. 간단하게 장점 하나와 단점 두 개로 정리될 듯하다.


참고로 저는 서울캠퍼스에서 중국지역학, 문화콘텐츠학을 이중전공했습니다.



장점.

언어와 문화를 전문적으로 가르친다는 것


12년도에 오바마가 외대에서 강연을 했었다. 오바마가 왜 외대에 왔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오바마가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렇게 많은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대학교는 정말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그렇다.

일단 외대는 설립 취지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먼저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구성하는 언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친다는 점에서 외대는 인문학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성으로 나아가는 세계 속에선 더욱더 그렇다.


다음으로 국제화 시대의 도구, 외국어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외대는 굉장히 실용적이기도 하다. 요즘엔 좋은 학원도 많지만 대학에선 언어권의 문화도 함께 가르치기에 더욱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외대에 온 사람 중엔 언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기회는 사람한테서 온다고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시너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아직까진 외대에서 특정 언어를 전공했다는 것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그 무게감에 부담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즉 내 생각에 외대는 포지션을 잘 잡았다. 언어라는 절대 망하지 않을 아이템에 특화했으니 언제나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대학교라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 운영이 X 같다는 것이다.



단점 1.

미래의 언어는 가르치지 않는 것

언어를 집중적으로 파는 학교임에도 유독 프로그래밍 언어에는 관심이 없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언어라 생각하지 않는 걸까?


물론 최근에 프로그래밍 수업이 생기긴 했다. 그런데 인프라가 워낙 열악해서 주목도 못 받고 있다. 서울캠 학생들은 학교 대신 생활 코딩이나 멋쟁이 사자처럼 같은 코딩 교육 단체에 의존한다.


왜 이렇게 인프라가 꾸질까?


이는 일단 외대의 이공계 캠퍼스가 용인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캠 학생들은 이공계 캠퍼스와 분리되어 있어 프로그래밍 언어를 접하기 어렵다.


뭐 대학교 입장에선 태생적 한계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학교 부지가 작은 걸 어떡해?


그런데 나는 다 변명이라 생각한다.


명색이 언어 특화 대학이라면 새로운 종류의 언어에 흥미를 갖고 진작부터 대비했어야 됐다.


그런데 지금 꼴을 보면 말도 아니다.


코딩 열풍이 부니 부랴부랴 대세에 합류하여 클래스를 개설하는 모습을 보자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가 좁더라도 미리미리 준비했다면 코딩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마련됐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학교 만족도도 많이 올라갔을 거라 생각한다.


후배들이 학교 입결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일부 선배들의 주장은 틀렸다. 학교를 망치는 건 외대의 본질을 잊은 고인물들이다.



단점 2.

학생보단 돈이 중요한 학교


지금 학교 정문엔 기숙사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거의 다 지어졌다. 곧 물밀 듯 들어올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란다.


오 역시 외대라서 외국인 학생들을 배려하는 건가?


그런 의도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외대는 학생을 배려하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인 기숙사를 올리는 것도 결국엔 돈 때문이라 생각한다.


고령화로 입학생이 점차 줄어드니 학교의 시선이 외국인 유학생에게로 향한 것이다.


이런 쪽으론 비상하면서 왜 외대의 본질과 비전은 홀라당 까먹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괜히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외대의 문제점을 같이 한번 살펴보자.


먼저 학교 핵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 사회과학관, 인문관에선 학과 불문하고 엄청나게 많은 수업이 열린다. 나도 체감상 학교 수업의 4/5는 저 두 건물에서 들은 것 같다.

사회과학관도 비슷하게 생겼다

근데 저 두 건물 모두 6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장애인들은 수업 듣기가 너무 힘들다. 특히 다리를 다친 사람은 엄두도 못 낸다.


건물이 지어진 지 꽤 됐는데 아직까지도 엘리베이터가 없다니. 들려오는 말로는 건물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애초에 6층 건물을 지으면서 왜 엘리베이터를 설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아마 원가 절감 때문이겠지..)


다음으로 학교에 공부할 곳이 없다. 원래 도서관이 있었는데 이번에 리모델링한다며 폐쇄했다. 뭐 리모델링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리모델링과 관련된 학교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

기존 도서관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학교는 대신할 곳은 제대로 갖춰놓지도 않고 도서관을 폐쇄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카페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학교 주변 카페만 뜻밖의 호황을 누리게 됐다.


도서관은 2020년에 완공될 예정이라는데 이는 19학번이 제대로 된 도서관 없이 1학년을 보내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대학교의 로망, 도서관 없이 새 학기를 보내야 하다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돈이 되는 외국인 기숙사는 초고속으로 올리면서 전체 학생 복지를 위한 도서관은 지지부진하다 이번 해 말에야 공사를 시작했다.


이런데도 과연 학교가 학생을 생각한다고 여길 수 있을까? 돈이 되는 곳에만 신경 쓰고 그렇지 않은 부분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외에도 많다.


장학금 기준을 마음대로 바꾼다든가, 시험 기간에 학교에서 동네 축제 연다든가, 성추행 경력이 있는 교수를 복직시킨다든가.


학생들은 학교에 항의하지만 슬프게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 왜냐면 학교는 학생이 아닌 돈을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 대학, 어찌 될까?


후기를 마치며


사실 학교 다니면서 떠오른 다른 점들도 많지만 그걸 여기서 다 풀긴 조금 길다.


또 아무래도 같은 학교라도 과가 나뉘니 깊게 들어가면 개인차도 심해질 것 같다.


이걸 보고 뭔갈 선택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에 이번 포스트에선 외대의 전체적인 장점과 단점에 대해 풀어봤다.


이상 외대 후기 끝!


글과 삶의 소재가 되어준 한국외대에게 감사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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