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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Sep 20. 2017

중국의 공유 경제와 신용도

공유 경제 차원에서의 신용도란?

신용도(信用度) 


한국에 있을 때 나에게 신용도란 뭔가 멀게 느껴지는 개념이었다. 그저 누군가에게 돈을 빌릴 때 고려되는 요소라는 어렴풋한 인상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런데 중국에 오니 한국에선 낯설게만 느껴졌던 신용도란 개념이 나에게도 일상적으로 와 닿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중국에서 내게 새로이 와 닿은 신용도가 화폐 차원이 아닌 공유 경제 차원에서의 신용도라는 점이다. 공유 경제 차원에서의 신용도는 화폐보다는 공유 경제의 재화, 그러니까 자전거, 자동차, 우산, 보조 충전기 등등과 관련된 포인트(점수)라 할 수 있다.


기존 화폐 차원에서의 신용도랑 그 기본적인 특성이 다르진 않다. 


1) 사전 합의 사항을 거래 과정에서 잘 지킨다면 신용도가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진다.

2) 신용도가 떨어지면 그다음 거래에서 불이익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공유 경제의 자전거를 안전하게 사용하고 제대로 반납한다면 신용도는 올라갈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신용도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신용도가 떨어지게 되면 그다음에 자전거를 사용할 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신용도 개념은 당연히 공유 경제의 근본적인 약점,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유된 재화는 비교적 덜 소중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곧 이건 재화를 제공하는 업체의 서비스 유지 비용 증가를 불러온다. 이건 뭐 사업체에게도 손해이겠지만 결국 그 재화를 공급받을 사용자에게도 손해가 되기도 한다. 결론은 공유 경제의 신용도 개념은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중요하다는 점!


그래서 당연하게도 공유 경제 천국인 중국에선 이 공유 경제 차원에서의 신용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난 내가 중국에 와서 엄청 자주 쓰는 자전거 공유 경제 서비스 mobike란 서비스에서 그 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선 mobike란 서비스를 중심으로 중국의 공유 경제 차원에서의 신용도 개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信用积分가 신용 점수!

먼저 화면 내의 요소들을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맨 위의 131****4651은 중국에서의 내 핸드폰 번호이다. 그 아래엔 내가 회원이란 표시(보증금을 냈다는 뜻)가 되어 있고 그 옆에 이번 포스트에서 다루는 信用积分 그러니까 신용 점수(크레딧이라고도 함)가 표시되어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왼쪽부터 빨간 글씨로 26.1KM를 탔다, 3.1KG의 온실 가스를 감축했다, 2310칼로리를 소모했다는 내용이 있다.

(개인적으론 감축한 온실 가스량을 표시해주는 게 자연환경을 지키자는 mobike와 그 사용자들의 사상과 맞닿아 있는 듯해서 보기 좋았다.)


다시 돌아와서 어쨌든 mobike는 사용자가 쉽게 신용도를 체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인터페이스에서 신용 점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건 그만큼 그 요소가 서비스 내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저 부분을 터치해서 들어가면 신용도와 관련된 인터페이스가 나타난다.


이 화면이 신용 점수 부분을 누르면 나오는 화면이다. 보면 110이라는 숫자가 보이는데 저게 지금 내 신용 점수이다. 처음 회원이 되면 100점을 기본 점수로 시작하니까 내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신용도가 10점이 상승한 것이다.(뿌듯)


그리고 그 아래엔 내가 상위 몇 %에 들지 못했다며 분발하라는 내용의 경쟁을 자극하는 일종의 게이미피케이션 요소가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쪽엔 지난달 이후의 크레딧 변화 내역을 살펴볼 수 있는 클릭 가능한 요소가 있다. 해당 요소를 클릭하면 내가 왜 신용 점수가 100점에서 110점이 되었는지 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화면이 바로 내역이다. 크레딧이 왜 더해졌는지 그 내역이 나와있다. 내역을 보면 내가 '정상적으로 운행을 마칠 때(骑行完成)'마다 크레딧 점수를 1점씩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 점수 100점(注册完成)으로 시작해서 그 뒤로 1점씩 쌓인 것이다.

사용자는 이렇게 케이스별로 분류하여 가점을 받거나 감점을 받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대략적으로 어떤 원리인지 알았으니 이젠 좀만 더 깊게 들어가서 가점, 감점이 되는 구체적인 사례들은 어떤 게 있을까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mobike는 사용자가 어떤 케이스에 가점을 받고 감점을 받을 수 있는지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체적 크레딧 규칙을 마련해놓았다.(서비스 내에서 아주 눈에 띄는 곳에 있어서 찾아서 확인하기 쉽다.)

규칙 서문

일단 규칙의 서문이다. 영알못이 간단하게 해석하자면 대개 서문의 그러하듯 여기에도 친환경 기업이 되자라는 mobike의 이념이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념을 이루기 위해서 아래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서비스의 적절한 사용을 장려하고 부적절한 사용을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뒤론 새로운 유저에게 100포인트의 신용 점수가 부여되고 최대론 10,000점까지 찍을 수 있으며 최소 점수는 0점이란 내용.

당연히 높은 점수는 좋은 사용자, 낮은 점수는 안 좋은 사용자란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

그리고 낮은 신용 점수는 이후 거래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특히 80점보다 낮으면 사용 요금이 더 비싸질 것이라는 내용. 

(그리고 그게 대략 30분에 100위안 정도라는 것, 100위안이면 17000원 정도로 아주 비싼 편!)

그 외의 사소한 안내들이 적혀있다.

가이드 라인

그리고 대망의 가이드라인이다.


먼저 크레딧을 얻을 수 있는 케이스를 설명하고 있다.

1) 한 번 정상 운행하면 +1점을 준다.

2) 고장 난 자전거를 신고하면 +1점을 준다.

3) 부적절한 주차를 신고하면 +1점을 준다.

4) 추천인 초대 코드를 쓰면 +1점을 준다.

5) 친구를 mobike에 초대하면 +1점을 준다.


그리고 그다음은 크레딧을 잃을 수 있는 케이스를 설명하고 있다.

1) 다른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주차하면 20점이 감점된다. 

2) 경찰에게 압수되었을 때 책임지지 않고 자전거를 그냥 버리면 50점이 감점된다.

3) 잠그는 것을 잊어버렸을 때, 그러나 결국 다시 찾았을 땐 15점이 감점된다.

4) 개인의 잠금장치를 사용하여 잠그면 0점이 된다.

5) 잠그는 것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분실한 경우 0점이 된다.

6) 불법적으로 자전거를 운송하면 0점이 된다.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건 가점은 적게 되는데 감점은 한 번에 크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감점되는 케이스들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평소 사용할 때 그다지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하지만 공유 경제 서비스들마다 이런 규칙들이 저마다 다 다를 테니 사용하기 전에 한번쯤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할 듯싶다.

그리고 그다음은 mobike의 벌점 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하는 가와 관련된 내용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벌점은 부적절한 사용에서 오는 것이며 서비스 내의 신용 추정은 정부와 사용자들 그리고 정부 산하 관리 조직에서 mobike로 제공되는 피드백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이에 대한 예로 사용자가 mobike의 자전거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다 정부의 공안(우리나라의 경찰)의 단속에 걸린 경우 혹은 다른 사용자에 의해 리폿 된 경우 등을 말할 수 있겠다.


여기까지가 사용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사용 가이드라인이다. 살펴본 바론 가이드라인이 막 그렇게 구체적이진 않다는 느낌도 들고 신용도가 높아졌을 경우엔 어떻게 이득이 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놓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정부 및 사용자들과 함께 연계하여 공유 경제의 건전성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희망적이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도 이 자전거 공유 경제는 활성화된 지 아직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 막상 공유 경제를 경험하고 나서 느낀 건.. 아무리 내 소유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내가 일단 보증금을 내기도 했고 매달 저렴하더라도 일단은 사용 요금을 낸다는 점에서 주인 의식 같은 게 조금은 생긴다는 점이다. 내꺼 아니라고 막 쓰고 버리고 그러진 않는다.


그리고 이런 공유 경제 차원에서의 신용도가 점차 발전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엔 화폐 차원의 신용도처럼 사회 곳곳에서 통용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까 mobike에서의 신용도가 mobike에서만의 신용도가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mobike에서 낮은 신용도를 가진 사용자는 다른 공유 경제 서비스에 가서도 그 낮은 신용도에 따라 대우받게 되는 것이다.

(마치 a라는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제때 못 갚아 신용도가 깎이면 다른 곳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것처럼.)


다시 말해 공유 경제 주체(특히 공유 경제 회사들)들끼리 신용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중국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겠지만 공유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 이런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공유 경제 차원에서의 신용도는 화폐 차원에서의 신용도만큼(혹은 그것보다) 큰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공유 경제의 재화가 아무리 내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쓰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얘기다. 사람들 스스로도 돈을 어느 정도 지불하기에 주인 의식을 갖고 있으며 공유 경제 활성화에 따라 관련된 교육도 증가하다 보면 시민 의식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유 경제 차원에서의 신용도의 중요성이 커지다 보면 공유 경제를 어지럽히는 '나쁜 사용'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에 있을 땐 중국의 공유 경제가 참 허점 투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와서 써보니 그런 걱정은커녕 상당히 잘 돌아가고 있다. 물론 가끔씩 공유 경제 관련 사고가 중국 내 탑 토픽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 내에선 공유 경제가 굳건히 지속되고 있다.


이럴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중국 사람들이 공유 경제를 믿고 지지하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몇 가지 단점들이 보이는 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지속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미 그 잡내를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공유 경제에 맛들려 버린 게 아닐까?

그리고 언젠간 그 잡내마저도 훌륭하게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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