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Woo Lee Oct 17. 2017

중국의 VPN과 인터넷 통제에 대해서

중국의 디지털 만리장성!

VPN

Virtual Private Network


사실 난 VPN이 정확히 무슨 개념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에 와서 VPN과 관련하여 아주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중국에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등의 일부 해외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다. 중국 IP로 접속을 시도하면 해당 서비스들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불러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중국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VPN을 통해 IP를 우회하여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해외 서비스에 접속한다.

맥 앱 스토어 내에서 VPN을 검색한 결과

IP를 우회하는 이 VPN이라는 건 보통 프로그램의 형태로 존재하며 위와 같이 앱 스토어에서 받거나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앱 스토어를 통해서 VPN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VPN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아주 많다.)

VPN 어플리케이션의 화면

VPN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서 열면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VPN을 켜고 끄는 버튼이다. VPN 기능을 켜면 내 현재 IP가 다른 국가의 IP로 변환된다. 그러니까 내 중국 IP가 도쿄나 폴란드 등의 IP로 변환된다는 것이다. 이러면 중국 IP 접속이 막혀있는 서비스에도 접속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VPN 기능을 켜면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다. 물론 느려지는 정도는 VPN의 종류나 지불 금액의 차이 등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정상적인 루트로 접속하는 건 아니기에 결국엔 인터넷 속도가 어느 정도 느려지긴 한다. 때문에 중국 IP로도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보통 VPN을 끄고 사용한다.


그래서 정리하면 VPN이라는 걸 쓰면 중국에서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해외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걸 그냥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이런 우회 프로그램들을 차단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주 대규모로 VPN 서비스들을 차단하고 있어서 아주 귀찮아 죽겠다.


제대로 작동하는 VPN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을 찾기가 너무 어려우며 찾더라도 수일 안에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차단하는 만큼 새로운 VPN 프로그램들이 고개를 내밀기도 하지만 그것들도 언젠간 차단당할 게 분명하다. 중국에 있는 동안엔 유목민처럼 이 VPN 저 VPN 떠돌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국에서 퇴출 당한 구글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이렇게 인터넷 통제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정보의 통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겠지만 중국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체제를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일당 독재 국가이다. 그리고 독재 정권이란 으레 정보 통제라는 것과 가깝기 마련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정보를 통제하려 한다.


특히 중국은 수많은 인구와 넓은 땅을 가진 국가이다. 단순히 생각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과연 독재 정당 하나의 능력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점차 니즈라는 것이 세분화, 복잡화되어가는 세상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그렇기에 중국은 더더욱이 정보 통제라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과거부터 중국은 자신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 모순점들이 확산되지 못하도록 정보를 통제해왔다. 교육, 정보 은폐, 매체 선전 등으로 공산당은 문제를 감추고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현재에 와서 인터넷 통제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자국 기업 보호/육성이다. 이제 막 경제 개발을 시작하는 국가들은 돈을 끌어오기 위해 시장을 개방하지만 동시에 자국 기업을 위해 보호 무역을 하기도 한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로 개혁 개방 이후 시장을 점차 개방하면서도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보호 무역 제도를 마련했다.


중국에 들어가고 싶은 외국 기업은 경영 일선에 중국인 포함, 기술 전수 계약, 정부의 감시/감찰 등의 조건을 감수해야만 했다. 까다로운 조건들이었지만 방대한 시장을 놓칠 수 없었기에 많은 외국 투자사와 기업들이 오케이하고 중국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중국은 단기간 안에 경제 수준을 확 끌어올릴 수 있었다.


물론 WTO에 가입하면서 이러한 보호 무역 조건들이 어느 정도 완화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중국 내에는 여전히 각종 까다로운 조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인터넷 통제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 까다로운 조건에 속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에 차단된 서비스들은 말 그대로 중국에서 정식으로 영업을 할 수 없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대표적인 예이다. 세계의 IT 시장을 선도하는 이 두 IT 공룡들은 중국에서 차단을 당해 중국의 IT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 기회를 중국의 국내 기업이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의 IT 기업들은 해외의 선진 IT 기업들이 인터넷 통제에 휘둘리고 있을 때를 틈타 좋은 거점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저들이 만든 바이두, 웨이신, 웨이보 등이 해외 유력 IT 서비스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한 상태다.

(중국의 각종 IT 서비스에 대한 상세 분석은 이후의 포스트에서 다뤄볼 예정!)

그러니까 결국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강력한 IT 기업의 탄생에 일조했다는 얘기다. 맘에 들지 않으면 아예 장사조차 못 하게 막아버릴 수 있으니 얼마나 강력한 보호 무역 조건인가?


물론 중국의 IT 기업들도 강력한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으로 무장했기에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 해외 유력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아니었다면 지금만큼 수월하게 해외 서비스들을 대체할 수 있었을까?


그럼 이와 같은 인터넷 통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일단 아무리 중국의 IT 기업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공산당은 정권 유지를 위해 인터넷 통제를 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점차 사회가 다원화될수록 그 필요성은 더욱더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중국에는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 통제들을 포괄하는 방화 장성(防火长城)이라는 개념이 있다. 외부의 적을 막았던 만리장성처럼 국내외의 정보 교류를 통제해 위험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온라인 쇄국 정책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이와 같은 쇄국 정책을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근대에 들어서기 이전에도 쇄국 정책을 펼친 적이 있었다. 당시 청나라였던 중국은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에 별 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외부에서 새로운 물건을 갖고 들어오더라도 그들은 그것들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 왜냐면 그건 결국 오랑캐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 들어온 교역 신청에 대부분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그들은 중국은 중국 국내 시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럴 것이 그 당시까지는 세계 대부분의 생산이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넓은 땅과 많은 인구 높은 문화/기술 수준.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문화와 물건을 선망했다. 당시 made in china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이었기에 그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자만을 품게 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너희들 물건 별로 맘에 들지도 않는데 왜 우리가 교역을 하겠다고 우리 항구를 열어줘야 하지? 정 우리랑 교역하고 싶으면 우리 수하로 들어와서 조공 무역을 하던가 해. 그럼 하사품으로라도 우리 물건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중국의 태도는 이런 식이었다. 그들은 동등한 조건에서의 교역보다는 상하 관계가 존재하는 조공 무역을 선호했다. 왜냐면 그들은 애초에 상대방의 물건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중시한 건 중화사상을 떠받들어 줄 수 있는 상하 관계였다. 그들은 교역 그 자체보단 명분을 더 중요시했다.


이런 폐쇄적인 태도는 결국엔 쇄국의 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쇄국의 길이 세계가 급변하는 산업 혁명 시기로까지 이어진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문을 닫고 눈을 감고 사느라 받아들여야 할 것을 제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은 고집스럽게 폐쇄적인 중화사상을 고집하고 개방을 미루다 결국엔 서방 사회에 큰 타격을 받고 굴욕적인 식민 시대를 거치게 되었다. 대륙이 여러 식민 국가에 갈기갈기 찢겨나감과 동시에 그들의 중화사상도 한없이 너덜너덜해졌다. 중국의 장구한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이고 고통스러운 시기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과는 쇄국의 이유와 형태가 다르지만 개방해야 할 때 제대로 개방하지 않고 폐쇄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점은 똑같다. 또한 폐쇄적인 태도의 근거도 유사하다.


"중국은 중국만으로도 충분하다."


확실히 중국은 크다. 수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민족 또한 다양하다. 이 규모와 다양성 때문에 중국은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시장 규모와 정보 교류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과거의 중국은 분명 그랬고 지금의 중국도 그렇게 나아가려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역사를 보고 배워야 한다. 지금은 겉보기엔 통제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의 정보 교류가 그런대로 잘 이뤄지는 것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또 어찌 될지 모른다.


또 규모가 큰 중국인만큼 그 작은 차이들이 모여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낼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차이가 가져올 결과는 중국에만 안 좋은 건 아닐 것이다. 대륙이 세계를 품지 못하는 만큼 세계 또한 대륙을 품지 못하는 것이니 서로 좋을 게 없다.


온 세상의 수많은 기회들이 방화 장성에 막혀 적시 적소를 놓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의 공유 경제와 신용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