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는 저렴할 뿐만 아니라 편하기까지 한 걸요?
공유 경제.
시사나 IT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치솟는 물가, 불안정한 경제 상태, YOLO 정신까지.. 요즘에는 뭔가를 소유하기 위해 매일을 치열하게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피어나는 듯하다.
공유 경제는 뭔가를 소유하기보다는 적은 돈을 모아 다 같이 누리자는 개념이다. 중국 말로는 共享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함께(共) 누리자(享)’의 뜻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한테는 뭔가 중국식 표현이 한국의 공유 경제라는 말보다 더 와 닿는 듯하다.
그리고 이건 내가 한국에서 공유 경제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일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우리나라에선 공유 경제에 대한 논의만 뜨겁게 이뤄질 뿐 실제적으로 이뤄지는 성과는 미미한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는 달랐다. 정말 여긴 거의 공유할 만한 모든 것을 공유 경제의 틀 안에 가져오려 하고 있다. 자동차, 자전거, 보조 배터리, 우산, 수면 캡슐.. 또 이런 게 국소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수면 캡슐은 아직 모르겠지만 우산, 보조 배터리, 자전거, 자동차는 아주 대대적으로 공유 경제가 활성화되어 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공유 경제에 소속된 우산, 보조 배터리, 자전거, 자동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해당 재화가 있는 위치를 안내도 해준다.
재화를 발견하면 웨이신이나 즈푸바오로 QR코드를 스캔하고 가격을 지불한 뒤 사용하면 된다. 아주 쉽다. 그리고 사용을 마치면 지정된 공유소(반납처)에다가 다시 반납을 하거나 정해진 공유소 없이 그냥 사용을 마친 곳에다가 잘 놔두면 된다. 특히 공유 경제 자전거가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자전거는 사용하다 아무 곳에나 세워두면 다른 사람이 와서 그걸 또다시 사용하는 식이다. 한국의 따릉이랑 사용 시스템이 다름. 훨씬 편함.)
뭐 여기서 일부 재화는 정해진 공유소에서만 빌리고 반납해야 한다는 수고로움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여긴 워낙에 공유 경제가 활성화되어있기에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공유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공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도 있다. 일단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유 경제 버블 현상이다. 공유 경제가 잘 되다 보니 이것저것 다 해보자라는 붐이 일었는지 이 회사 저 회사 그리고 수많은 투사 회사들이 모두 뛰어들고 있다.
이렇게 많은 회사가 공유 경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된다. 그러면 이제 돈 싸움이 시작되는 거다. 최대한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쿠폰을 남발해가며 사용자를 유치한다. 결국엔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에서의 디디와 우버의 경쟁이 이런 출혈 경쟁의 대표적인 사례였는데 공유 경제에서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회사가 이 출혈 경쟁에서 도산하거나 막대한 빚을 지게 된다. 뭐든 과유불급인 법이지만 이겼을 때 워낙에 얻는 것이 많은 중국이기에 이런 현상이 유독 잘 일어나는 듯싶다.
몇몇 중국 공유 경제 회사들은 사용자에게 받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채 도산해버리기도 했다. 이것 때문에 도산한 회사와 소송 중인 중국 소비자들도 많다. 보증금이 또 여기 물가로 작은 돈도 아니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다.(자전거 서비스의 경우 보증금이 300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 정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아직 법적으로 공유 경제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공유 경제 재화와 관련되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자전거나 자동차를 빌려서 탔는데 사고가 난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빌린 자동차를 타고 사고가 난 경우 책임 소재를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자동차를 빌리기 전에 낸 보증금에 보험료가 포함되어 있지만 문제는 이 보증금에 딸려있는 보험금이 커버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나오는 사고 처리 비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물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내놓은 처리 규정이 있지만 사고라는 게 워낙 케이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특정한 경우 반발할 소지가 많아 보인다.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소송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아직 이런 분규에 대해 법적인 테두리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게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애초에 이 법적인 규제가 부재했기 때문에 공유 경제가 걸림 없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기에..
중국 정부는 스타트업을 미래 국가 동력으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고 그것의 달콤한 맛(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등등)도 이미 보았기 때문에 스타트업 관련 규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 기조는 ‘일단 규제 말고 스타트업이 커가는 걸 지켜보자’이다.
결국엔 법적인 테두리를 제대로 정의해놓지 않은 것은 양날의 검인 것이다. 공유 경제를 자유롭게 풀어줘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지만 그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한계점도 갖고 있다.
또 위의 대표적인 두 가지 문제 외에도 공유 경제가 갖고 있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내 물건이 아니니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는 공유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다.
사용자들이 공유된 재화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건 곧 재화의 유지비, 곧 서비스의 유지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공유 경제 회사마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만의 방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신용도라는 것인데 이것에 대해선 차후 포스트에 다뤄볼 예정임.)
(맨날 똑같은 전개인 것 같은데..) 물론 이런 단점들이 있지만 공유 경제는 확실히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편하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땐 공유 경제의 좋은 점에 대해 재화의 값이 싸진다라는 것밖에 떠올리지 못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공유 경제는 쌀 뿐만 아니라 엄청 편하다!
또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고 재화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피어나고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에 잘 들어맞을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싼데 편하기까지 하니 잘 상용화되면 애환 가득한 한국 젊은 세대들의 숨을 터주는 오아시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선.. 음 선발 주자인 중국을 보면서 후발 주자로라도 열심히 따라가면 부정적인 건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최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정말 간단하게 리뷰를 하는 식으로 마칠 것 같은데 쓰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공유 경제가 발달하지 못한 이유(중국에 비해), 중국은 왜 공유 경제를 밀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고민이 하고 싶어 졌다. 아마 차후 포스트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다뤄보지 않을까 싶다.
항상 포스트를 쓰기 전엔 뭘 쓸까 고민하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면 써야 할 게 점차 많아짐을 느낀다.
加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