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스택 기획자가 되어볼까?
지금까지의 사이드 프로젝트와 이번에 완성한 tides.link를 통해 기획 면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개발은 1도 몰랐던 작년 이맘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정말 차이가 크다.
그래서 보람이 굉장히 큰데 사실 조금 추상적이기도 해서 이참에 정리를 한번 하려 한다. 근 1년 동안 내가 어떤 걸 배우고 얻었는지 정리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사설이 많아 조금 길 수도..
책 <MIT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MVP(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어 기획의 가능성을 테스트해야 한다는 글을 읽었다. 제법 와 닿는 글이어서 이후 기획을 할 땐 MVP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초기 MVP는 제품의 느낌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으면 어떤 형태든 가능했다. 그래서 마침 디자이너인 누님에게 포토샵을 배우고 있던 터라 이미지 형식으로 MVP를 만들기로 했다.
모의 기획을 하면 반드시 위처럼 이미지로 구체화했으며 과정 중에 많은 걸 배웠다. 특히 기획과 디자인을 연계하여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이미지는 뭔가 아쉬웠다. 살아 움직이는 걸 만들고 싶었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보다 Framer라는 프로토타이핑 툴을 발견하게 됐다.
Framer는 High-Fidelity 프로토타이핑 툴로 쉽게 말해 더 진짜 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도구였다. 지금은 리액트 기반의 Framer X로 업그레이드된 모양이지만 당시엔 커피스크립트 기반의 디자인 툴이었다.
디자인 툴이지만 코딩하는 탭이 있어서 처음엔 조금 어려웠다. 그런데 관련 문서를 보며 차근차근 따라가니 금방 흥미가 붙어 흡족한 결과물을 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또다시 많은 걸 배웠다. 얕은 수준이지만 기획, 디자인, 코딩을 모두 고려하며 MVP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Framer가 참 재밌다고 주위 친구들에게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그때 개발자 친구 한 명이 내게 한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그냥 자바스크립트를 배워보는 게 어때?
친구의 말을 들으니 또다시 욕심이 생겼다. 내가 만든 건 High-Fidelity라 해도 결국엔 프로토타입이었다. 진짜 같아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쯤 나는 웹 개발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많고 많은 분야 중 웹 개발을 선택한 건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커피스크립트를 배워 자바스크립트의 진입 장벽이 덜 높다.
결과물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코딩, 구글 신 덕분에 어렵지 않게 웹 개발에 진입할 수 있었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성장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약 9개월 동안 자기소개 사이트를 포함해 총 4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은 걸 배웠고 드디어 온전한 Hi-Fi MVP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사용자가 회원가입과 로그인 그리고 업로드 등의 실제 행동을 할 수 있는 MVP.
기존 MVP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사용자의 피드백이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기존 MVP를 주변에 보여주면 보통 피드백은 다음과 같았다.
괜찮은 것 같은데?
있으면 잘 쓸 듯?
추상적이고 진심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온전한 Hi-Fi MVP는 달랐다. 일단 나 스스로도 쓰는지 안 쓰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난 지금까지의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통해 내가 나조차도 쓰지 않는 서비스를 기획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망스럽지만 어쨌든 배운 건 배운 거다. 이런 Hi-Fi MVP가 없었다면 '있으면 분명 쓸 텐데..'라는 모호한 추측만 갖고 있었을 것이고 성장은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그러니 혼자서도 Hi-Fi MVP를 만들 수 있게 된 건 기획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대해준 셈이다. 다음번엔 반드시 '적어도 나는 쓸' 서비스를 만들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1인 웹 개발만큼 기획과 디자인 그리고 개발을 쉽게 두루두루 접해볼 분야가 있을까.
일단 먼저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보자. 물론 전공이 아닌 이상 디자인을 디자이너처럼 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1인 웹 개발을 하면 디자인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안 그러면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튼이 어디에 놓이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디자인 템플릿 같은 걸 찾아보게 된다.
모든 걸 내가 직접 다 그려야 디자인은 아닐 것이다. 남들이 만든 걸 적절히 조합해 나만의 걸 만들어낸다면 그것도 나름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느 정도 의욕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토샵이나 스케치 등의 디자인 툴에도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 나 또한 디자인 툴로 낑낑대며 로고나 아이콘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런 고민과 연습은 자연스레 UI/UX 디자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관심은 곧 성장의 밑거름이니 서툰 과정 속에서 디자인의 '디'자는 알게 되지 않을까?
다음으론 개발에 대해 얘기해보자. 일단 웹 개발은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개발 환경 구축도 쉽고 맥북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관련 자료도 많은 것 같다. 또 결과가 눈에 보여 하다 보면 재미도 있다. 즉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도전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일단 시작하면 약간 블록 놀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다 만드는 게 아니라 멋진 사람들이 기존에 만들어놓은 걸 활용하면서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게 배우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해보면 그동안 느낌적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개발 쪽 세계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웹 개발이 일반적으로 풀스택 개발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비루하더라도 풀스택 웹 개발로 결과물을 한 번 내면 시야가 정말 확연히 넓어진다.
*풀스택 웹 개발 = 클라이언트와 서버 쪽을 다 다루는 것
비교하자면 버스로 여행지 시티 투어하는 느낌이다. 버스 투어도 나름의 여행인 것은 물론, 각 스팟의 구체적인 느낌은 모를 수 있어도 그 여행지에 어떤 게 있는지는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1인 웹 개발은 디자인과 개발 모두 두루두루 경험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것이다.
1인 웹 개발을 하면 기획, 디자인, 코딩 이 세 가지 점이 서로 연결된다. 세 가지 분야를 모두 신경 써야 하니 다음과 같은 복합적 고민을 하게 된다.
기획의 느낌을 잘 살리려면 어떤 색과 아이콘을 써야 할까?
이 Full-page 플러그인을 쓰면 디자인적으로 한계가 많은데?
지금 내 코딩 실력으론 이 기능을 구현할 수 없는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기획대로 하면 서버 비용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어쩌지?
고려해야 될 것이 많으니 쉽지가 않다. 하지만 해결하는 맛이 있고 과정 중에 성장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고 기획/디자인/개발하는 법을 알게 되며 방대한 연계 지식 또한 얻는다. 또 더 나아가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사고/업무 방식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이는 업무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여주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리해보니 1인 웹 개발은 정말 저비용 고효율의 학습법이다.
지난 1년 간 1인 웹 개발을 통해 배우고 얻은 것 중 가장 큰 2가지를 정리해봤다. 생각해보면 더 있겠지만 분량 문제도 있으니 차후 게시물에서 다루던가 해야겠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남기고 싶은 게 있으니 1인 웹 개발을 하며 내가 더 열심히 살게 됐다는 점이다.
1인 웹 개발을 하며 인터넷을 참 이리저리 많이도 뒤졌다. 모르는 것, 필요한 것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 멋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 실제로 본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들의 글이나 영상 등은 참 좋았다.
자기 일도 바쁠 텐데 이런 양질의 자료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다니..
기획, 디자인, 개발을 다 잘하다니..
세상엔 열정,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학과 공부에 매여 있을 땐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난 그 사람들에게 동기부여와 자극을 많이 받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적어도 1년 전보다는 열심히 살게 된 것 같다.
뭐 열심히 사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나만 해도 요즘 허리도 아프고 눈도 잘 건조해진다. 그래도 어쨌든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 아닐까 한다. 교회를 다니진 않지만.. 이 축복이 날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이만 끝.. 뿅!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