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연구회 학술세미나 발제문 일부에서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화상회의’를 개최하였다. 여기서 ‘관계성 범죄’에는 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학대 등이 포함되었다. 경찰청에서는 해당 범죄에 대해서 신고 접수된 모든 건에 대해 피해자에게 콜백하여 모니터링 하고 단순 안부 확인 이상으로 피해자에게 필요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업무 영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담당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중대한 위기상황을 맞닥뜨리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후유증을 겪는다. 이때 피해자를 지원하는 경찰관들(이하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의 정신건강은 안녕할까? 여기서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은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학대전담경찰관(APO), 스토킹담당경찰관, 교제폭력담당경찰관, 피해자전담경찰관을 말한다.
2022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에 대한 소진 현황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해당 연구에서 종사자들의 3/4에 해당하는 74.4%는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한국여성인권진흥원, 2022). 이는 종사자의 대부분이 소진을 경험한다는 것으로,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연구의 대상자에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 다양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폭넓게 포함되었으나,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폭력방지법 제3조 제1호에 따르면 여성폭력이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ㆍ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으로, 이러한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도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여성청소년계(여성보호계)에 종사하고 있는 경찰관들은 사건 접수 여부를 떠나 신고한 모든 가정폭력, 아동학대, 교제폭력, 스토킹 사건의 피해자들과 전화 또는 대면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류하며 그들을 지원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여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경제적·심리적·법률적·기타 지원을 담당한다.
피해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없는 자신의 고통에 대해 경찰관에게 공유하고 공감받고 싶어 하며, 이 과정에서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은 피해자와 조직으로부터 이해와 공감을 요구받는다. 따라서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은 피해자의 외상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의 간접외상이나 소진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청소년수사팀 내 여성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이달향과 최윤경(2022)의 연구가 있었으나 이는 간접외상노출이 대리외상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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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과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많은 선행연구들은 공통적으로 두 직종 모두 간접외상과 정서적 소진이 매우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종사자이며 동시에 경찰공무원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부담은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은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 지지 등 지원 및 보호의 업무수행과 동시에 경찰관으로서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수사관과 협력해야 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 또한 존재한다.
더불어 최근 스토킹·교제폭력·가정폭력·학대 등의 관계 기반 범죄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경찰 내 해당 업무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업무 부담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었다. 해당 업무는 주로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의 소진이 지금보다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간접외상을 경험한다고 해서 모두 소진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에 다다르는 것은 아니다.
간접 외상 후 성장은 상담자를 전문가로서 더욱 숙련되고, 사회적 부정․부당․불평등 이슈에 더 민감해지며, 그러한 이슈에 관련된 사회운동에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하였다고 한다(Cohen & Collens, 2013).
하지만 외상 후 성장과 같은 긍정적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들의 간접외상 경험과 소진의 관계에서 슈퍼바이저의 지지가 유의미한 매개효과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즉, 간접외상이 발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때 관리자의 지지가 소진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박승곤, 2020).
한국여성인권진흥원(2022)의 연구에서는 종사자 소진 예방 및 회복을 위해서는 소진예방을 위한 정보제공, 정기적인 소진 검진을 통한 자기돌봄 능력 향상과 고위험군을 발굴하여 정신건강 상담 연계 등 치료 지원이 필요하며, 조직 내에서 인력 보강, 급여체계 개선, 안식휴가 등 종사자 처우 향상을 통해 직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 마련 등 종사자 처우 향상 및 안정된 업무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현실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지원에 가려져 이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이 경험할 수 있는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이나 문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며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인지하여 ‘마음동행’ 등 외부에 도움을 구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하지만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들의 간접외상, 소진 등의 어려움이 결국 피해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폭력 담당 경찰관이라는 업무 특성상 간접외상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행연구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개인적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조직적 차원에서 관리자의 지지와 업무 수행을 위한 환경 조성 등의 관리를 통해서 피해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종사자들의 간접외상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소진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이는 피해자에게 제공되는 치안서비스의 질 향상, 경력이 많은 전문가의 배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철 등(2015)의 연구에서도 경찰공무원들의 사회적 지원이 정서적 고갈, 비인격화 등 감정소진에 미치는 부정적인 결과를 완화하는 효과가 확인되었다. 여기에서 사회적 지원은 ‘상사의 지원’과 ‘동료의 지원’이었다. 따라서 사회적 지원의 중요성과 관련하여 보다 조직적인 차원의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최근 경찰청에서 실시하는 ‘공감힐링과정’이 여성·청소년 관련 업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조직 내 해당 업무 실무자의 소진 관련하여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으나, 프로그램의 구성 등에서 실무자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내용을 반영하는 등의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