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학위논문을 수정해서 학술지 투고를 마친 후에는 남의 논문을 볼 일이 없었다.
논문이 소설만큼 흥미진진한 글은 분명히 아니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발최하기 바빴던 기억이라 논문이 필요해지지 않은 때가 오자 바로 멀어져버렸다.
지금은 최은영의 소설을 제일 좋아한다.
최근에 어떤 부탁을 받아 작은 세미나에 발표할 글을 쓰게 되었는데 글도 쓰던 사람이 쓴다고 갑자기 적잖은 분량의 전문성을 갖춘 글을 쓰려니 막막해졌다. 구글드라이브에 대학원 시절 작성해서 저장해둔 학위논문의 발자취를 더듬더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정말... 그때의 나, 제법 똑똑했구나.
영어로 된 논문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고! 그걸 번역하고! 정리하고! 글을 쓰다니!! 아니, 애초에 연구 주제를 잡다니!!! 그때보다 n년 동안 나는 퇴화한 게 분명하다.
어쨌든 이러한 계기로 학위 취득 후 n년만에 논문이라는 것을 읽게 되었는데 시간관계상 외국 논문은 엄두도 못내고 국내 학술논문만 보는데도 '내가 쓰고 싶은 주제는 이미 남이 썼다'고 한탄하던 대학원생 시절이 그대로 떠올랐다.
논문은 흥미롭고 어렵다. 논문을 써보려는 노력만으로도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논문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 주제는 무엇에 관한 건데, 이게 왜 연구되어야 하고, 이걸 잘 연구하기 위해서 왜 이 방법을, 굳이 이 대상들에게 해야 하는지, 그래서 결과가 어떻고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줘야 하며 그러므로 이 논문이 가치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소설도 기사도 재밌지만 가끔 논문을 보는 게 필요하구나 싶다. 소설이나 기사에 비해서 너무 좁고 깊어 재미는 없지만 남을 설득하기 위한 무언가를 잊고 있었다면 논문 한 편을 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