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이 없는 나라

'공정'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변질되며 뼈저리게 깨달은 것은 '배신'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함'을 유지해야 하고 당연히 '공정'할 것이라고 믿고 신뢰하는

공정거래위원회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더 이상 공정하지 않다.

'공정'이라는 단어조차 그들은 철저하게 부끄럽게 만들어버렸다.









불공정의 시작


공정이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도 이런 의미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해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것 역시 많은 사람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일 것이라 여길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그들의 역할과 책임이 그렇기 때문일 것이고 그렇게 해오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절대, 공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믿었던 내 뒤통수를 세게 후려쳐 똑바로 깨달으란 듯이 똑똑히 보여준 곳이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였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어떻게 겪었길래 이렇게 얘기하는 걸까...

이 얘기 역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직접, 그리고 정말 중요하게 연관된 이야기이다.


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가해자들은 바로 SK케미칼과 애경이었고 그들은 계속해서 2016년의 검찰 수사에서도 피해 가는 상황이었다.

검찰에 여러 차례 진정서를 제출해 보아도 별 다른 소식을 듣지 못했고 그러다 무엇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이들의 광고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들 역시 오래전부터 '인체 무해'라는 광고 문구를 버젓이 사용했고 홈페이지에도 제품 설명이 담긴 페이지가 존재했다. 그러한 광고들을 2016년 당시에도 검색이 가능했고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확보한 증거들을 가지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를 했다.


역시 내가 그동안 겪어온 공무원들의 태도처럼 가습기 살균제 피해 담당 부처인 환경부로 넘기려고 했다.

나는 환경부와 관련된 부분을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판단받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한국 소비자보호원 쪽 소관이라고 넘겼다.

그래서 한국 소비자보호원으로 같은 내용으로 문의를 했다.

역시 한국 소비자보호원도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며 공정거래위원회로 알아보라고 넘겼다.

이렇게 서로 넘기는 과정을 네다섯 번을 거치고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고 접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확인하고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가 가능했다.

표시광고법 위반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환경부로 한국 소비자보호원으로 떠넘기며 접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중에야 정확히 알게 됐지만 내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원치 않는 신고라는 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신고를 어렵게 하고 나서도 그간 SK케미칼과 애경이 수사를 피하는 것에 불안감을 계속해서 느낀 상태여서 공정거래위원회도 그렇게 피할 길을 열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신고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속해서 전화를 했고 신고가 가능하다고 하여 신고한 이후 한 달이 훨씬 지나서야 사건으로 접수됐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나는 이 절차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고 후 과거 2011년 여성 시민단체가 옥시, 홈플러스 등을 10월 1일 신고 접수한 후 10월 4일 사건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을 본다면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고된 사건에 대해 '공정'하게 조사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처분을 내려줄 것이라고 마음 한 켠에서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제출한 증거들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고 '인체 무해'라는 광고를 무해하다는 근거, 실증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은 그에 맞는 처분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절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증거 무시하고 어이없이 2016년 8월 24일 심의 종결 처분을 내리고 만다.

심의 종결 처분은 무혐의나 다름없는 처분이다.

게다가 내가 신고한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6년 8월 31일까지였다.

나는 도저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심사보고서 등의 자료들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당연히 비공개 답변을 받았다. 아무런 자료를 확인할 수 없이 그저 신고인이었던 나는 심의 종결 처분만 언론을 통해 통보받은 것이었다.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심의 종결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모든 사유가 궁금했지만 아무런 내용도 확인시켜 주지 않았다.

사건으로 접수 통보를 받았던 2016년 5월 31일 이후 더욱 열심히 담당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신고를 했고 지켜보고 있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전화를 매일같이 걸었다.

그러나 담당자는 매번 로봇 같은 답변만 했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드릴 수 없다.

나 역시 같은 말을 듣게 될 것이란 걸 알면서도 매일같이 전화를 해야만 했다.

그만큼 SK케미칼과 애경의 책임을 어떻게 해서든 묻는 것이 내게는 정말 간절했고 절실했다.


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내의 제도로는 신고자는 불복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어이없는 문제가 있음에도 전혀 개선하지 않고 쭉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에게는 불복할 기회가 있었다. 행정소송으로 처분에 대한 불복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 부분도 어이없는 부분이었다. 신고인은 무조건 통보한 대로 수용해야 하면서 신고당한 기업들에게는 불복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 내에서 불법적인 관행은 신고로 인해 소명이라는 이유로 언제든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비공개로 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퇴직자들이 이렇게 기업들을 대신할 로펌들로 재취업을 하거나 대기업 계열사로 재취업을 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심하게는 처분 수위를 협의하기도 하다고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렇게 기업들에게는 배려가 넘치면서 신고인에게도 동일하게, 공정하게 배려가 넘치게 기회를 주었을까?

전혀 아니다.

신고인으로서 나는 사건을 심의하는 심의위원이 몇 명인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도록 철저하게 사건으로부터 배제시켰다. 반대로 기업들은 이미 심의위원이 누구인지 알고 그들을 찾아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내가 신고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었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장 중요한 실증 책임에 대한 자료 요구를 철저하게 했을까?

이것 역시 전혀 아니다.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자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내가 신고한 취지를 무시하고 자기들 맘대로 조사해야 할 문제를 왜곡시키고 맘대로 판단하고 요구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공소시효도 며칠 남기지 않은 채 심의 종결 처분을 내려버린 것이다.


대략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신고 과정에서 겪은 일부분의 이야기만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얼마나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고 중대한 사안임에도 엉터리로 처분을 내렸는지 알 수 있다.









비리와 부패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공정거래위원회가 굳이 그러한 처분을 내린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부터 얽혀있다.

길고 긴 인연이고 악연이고 문제의 시작이기도 하다.

2011년 10월 1일 여성 시민단체의 신고 명단에는 애경이 포함되어 있었다.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는 SK케미칼이 제조한 제품이고 이들은 그래서 한 몸이었다.

그 당시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이후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 애경은 SK케미칼에게 제출할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당한 것은 하나의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관계이면서 그러한 안전성이나 제출해야 할

자료들을 SK케미칼에게 요구했을 때 SK케미칼은 주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질병관리본부가 보안을 요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당시에도 애경은 무혐의를 받았다. 무혐의를 받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저 심사관의 직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 전부다.

중대한 사안을 처리하면서 애경이 광고한 내용을 검색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고, 이들이 한 광고의

전부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게 SK케미칼과 애경은 이때 당시 검찰 수사를 받게 할 수 있던 기회였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면죄부를 준 것이다.


아마도 이 과정 역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2016년 과정과 마찬가지로 오고 갔을 것이다.

이들 기업을 담당하는 대형 로펌들에 들어간 공정거래위원회의 퇴직자들이나, 대기업에 재취업한 이들이 관행처럼 해오던 일을 그 당시라고 하지 않았을 리 없는 것이다.

제도가 없어서 못한 것이라는 소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정말 많이 들었다.

바로 정부의 책임을 물을 때 말이다.

왜, 가습기 살균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허가해줬는가부터 관리, 감독하지 않았는지를 따져 물으면

이 정부는 당시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분명한 제도가 있고 신고된 내용에 대한 실증 책임을 물어야 하는 책임과 역할이

주어져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역할이 가동되고 어느 순간에는 그 역할이 멈춰버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는 말 그대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재취업 통로가 막힐까 봐 대기업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처분을 조율하기까지 하는

그러한 어이없는 일들을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대체 어딜 봐서 국민들을 위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안전과 보호, 이익을 위해서 고용된 사람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그러한 역할을 맡은 공무원들인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서 비리와 타협하고 부패를 저지르라고 그 자리에 앉혀놓은 것이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두 번이나 처리하면서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일을 반복했다면 이것은 실수가 아니고 고의적인 것이다.

아니, 그것이 분명하다.

그래 놓고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단골 멘트를 해온 그들이다.

당연히 빠져나갈 궁리들을 하고 책임지는 일이 없도록 퇴로를 열어놓는 일을 가장 잘하는 공무원들이

절차는 당연히 잘 지켰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용이다.

이들이 했어야 하는 조사 내용, 검토했어야 하는 내용, 판단했어야 하는 내용들을 엉터리로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따라간 탓에 그 피해는 또다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로 돌아갔다.

그 피해가 얼마나 큰지 이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정의


정의라는 말을 오히려 예전에는 많이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정의라는 말은 많이 쓰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 정의가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

정의가 사라지니 잘못에 대한 개념도 흐려진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내가 잘못한 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또는 이까짓 게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어? 하는 생각까지 하고들 있는 것 같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직적, 고의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엉터리로 처리해버린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고통은 어마어마하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책임을 물을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했었다.

질병관리본부가 말도 안 되는 물건이나 짐승에게 매기는 등급처럼 피해자들에게 등급을 매기면서

자기들이 말하는 등급 안에 들어오면 피해자고 그 외의 등급은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몰아가버리면서

기업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 자신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고 부담스러운 존재들이었던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들로 확 줄여준 게 질병관리본부고 그 등급을 만든 전문가들이다.


기업들에게 그렇게 손도 안대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부정할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었고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그렇게 피해자가 아닌 것처럼 그래서 책임을 물을 권리조차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 피해자들은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억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 마지막 기회였던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까지도 면죄부를 안겨주면서 피해자들은 영원히 이 문제로는 책임을 묻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마치 눈앞에 가해자가 버젓이 서있는 그 상황에서 내가 그들을 잡아서 따져 물을 수 있었는데도 막아서고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게 팔 다리 잘라버린 상태로 만든 게 공정거래위원회인 것이다.

그렇게 기업들은 정말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노력도, 손도 안 대고 법적인 책임을 영원히 면죄받았다.

이 사건을 면죄받으면서 기업들이 우려했던 피해자에 대한 책임, 그에 대한 손실 등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막대한 손실을 막아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은 얼마나 든든했을까?


국민들 편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평범한 국민들, 어린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병들게 한 기업들 곁에 서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이들을 정말 공정한 처분을 내렸다고 인정해 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나는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그래서 헌법소원 청구까지 하게 되었지만, 매번 이렇게 뒤통수 맞는 일을 나뿐 만이 아니라

다른 국민들에게까지 행사하고 있을 것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잘못한 사실을

드러내야만 했다.

그것을 나는 최소한 정의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이야기들을 다 적기엔 내용이 너무나 길다.

그럼에도 조금씩 기록하고자 용기내어 적는 것뿐이다.

누군가는 기억해야 하고 누군가는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를 우리가 지켜내고

아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처럼 멋모르고 죽어간, 그리고 지금도 아파하고 있는

나의 아이를 비롯한 수많은 피해 아이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이 나라이기 때문에...

두 번은 이러한 고통을 겪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알면서도 도저히 눈감을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고 누군가는 같이 분노하고, 누군가는 같이

목소리 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가 지켜내야 할 사람들을 부디 지켜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