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검 Mar 15. 2023

재미있는 연변말 1탄-땐스배우

앞에서도 말했다 싶이 부동한 시대가 연변말에 대한 영향은 각각 달랐다. 영향이 갈수록 많아지고 깊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한어(汉语)이다.


중국어(中国语), 화어(华语), 중어(中文)라고도 불리는데 일단 내가 어렸을 때 한어로 배웠으니깐 한어로 적도록 한다.

사실 나는 지금도 한어선생님(汉语老师)와 중문선생님(中文老师)의 차이를 모른다. 물론 단어나 명칭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니 항상 새로운 단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예상컨대 머지 않아 국어선생님(国语老师)이란 단어가 혜성처럼 떠오를 지도……


중국에 살면서 당연히 중국 주류문화와 주류언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데, 그렇다보니 중국어와 함경도방언에 기반한 우리 말을 자유자재로 적재적소에 섞어 쓰는 것이 연변말의 특색이 되어 버렸다.


예를 들면 연길의 서시장 어느 가게에서 파는 요상한 물건이 궁금할 때

한어로 这个东西多少钱로 물어보나,

연변말로

이게 얼마임까?

이게 얼마요? 하고 물어보나


자유롭게 섞어서

이게 둬쏘챈(多少钱)

이게 지콰이챈(几块钱)

쩌거(这个) 얼마임까?

쩌거(这个) 얼마요? 하고 물어보나 다 통한다는 말이다.


오늘 풀어쓰려는 땐스배우라는 단어도 마찬가지 맥락인데, 연변말에서는 상당히 고착화 되어 변형이 안된다.ㅎㅎㅎ

텔레비죤(영어명: TV)라는 한어 발음 땐스(电视)에 배우라는 단어가 붙어서 형성된 연변식 단어,

그렇다고 윗처럼 텔레비죤 배우, TV 배우, 혹은 텔레비죤 얜왠(演员)이렇게 하면 절대 알아 못 듣는다.

연변식 표현을 쓰면 죽어 때려 치워도 알아 못듣는다. ㅎㅎㅎ


그러면 땐스배우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사용되였을 까?

우선 땐스(电视,텔레비죤)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니 연변에서 TV방송이 시작된 것과 관련 있겠다고 판단되어 현 연변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 역사를 훓어 보았다.


그 前身이 1938년 쪽발이 들이 국자가에 세운 延吉放送局(연길방송국)가 시초라 하며, 쪽발이들이 투항하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1946년에는 延吉新华广播电台(연길신화라지오방송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어 위주로 우리 말은 매일 50분 정도로 방송했다고 한다. 그 후로 다시 延吉人民广播电台(연길인민라지오방송국) 延边人民广播电台(연변인민라지오방송국)으로 개명을 거듭했다. 물론 이때 까지는 라지오방송이라 TV라는 말이 나올리 없고,

드디오 우리 민족 라지오 종사자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중앙으로부터 비준을 받아 1977년 12월 30일 연변텔레비죤국이 설립된다. 중국 54개 소수민족에서 처음으로 소수민족언어 텔레비죤국이 설립된 것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인원도 없고 설비도 빈약하니 주로 뉴스를 방송하거나, 엄격한 심사를 거친  북조선의 드라마나 영화를 반복하여 보여주는 차원에 그쳤다.  

시대적으로 비록 등소평이 올라가서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남방의 특구를 핵심으로 중점 추진하던 때였고 북방, 그러니깐 거의 변방의 한적한 동네에까지 불어오기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조선에서는 최고권력이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위원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으며, 영화를 좋아하는 영도자를 둔 덕분에 조선 영화산업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었으며 비슷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는 중국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흡인력이 있었다.


하지만 체제적인 원인 그리고 엄격한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땐스배우”같은 유연하고 해학적인 단어가 나오기에는 거의 불가능했다.  


간단히 종합하면, 70~80년대에는 문화대혁명의 후유증이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이라 문화적으로 제한이 많던 시기였다.

 

그것이 물꼬를 튼 것이 90년대 들어서였다.


1992년 중국과 한국이 수교를 함에 따라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들이 录像带나 CD방식으로 암암리에 유통되면서 한류의 붐을 일으켰으며, 후반에는 아예 중국 중앙텔레비죤방송국(CCTV)등을 통해 직접 방영되기도 하였다.


이외 개혁개방의 바람이 문화분야에도 불어와 소품(小品)이 활성화하기 시작하였다. “수이러우 매바”, “새 놀부와 흥부전”,  “사위감 점고”, “뜨물주정” 등 작품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와 시대상을 생동하게 보여주었다. 소품배우들도 많이 배출되었는데 리영근과 떼떼가 대표적이다.


한류의 영향과 연변소품의 활성화가 “땐쓰배우”라는 전대미문의  연변 신조어를 만들어 낸것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오래서 기억에서 가물가물하지만, 소품에서 “땐쓰배우”라는 말을 들은 같기도 하다.


그럼 땐쓰배우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땐쓰 즉 텔레비죤+배우의 조합이라 하여,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배우로 판단하면 절대 오판이다.


일단 응용 예를 살펴보자. 연변에서 너무 다양하게 쓰여서 친구끼리 상황을 가정하여,


첫째, 친구끼리 얘기를 나누다, “니 땐쓰배우다”할 때,

“니”는 한어발음 你에서 왔는지 아니면 함경도방언에서 왔는지 정체불명하지만 그렇다고 “너가 드라마배우”이다 라고 하는 의미는 절대 없다. 당신이 매우 재밋는 사람이다.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둘째, 친구끼리 얘기를 나누다, “가 땐쓰배우다”할 때,

“가”는 제3자를 가르키며 일반적으로 둘의 대화에서 그 직전에 언급한 제3자를 가르킨다. 그러니깐 제3자 친구가 해학적인이다, 그리고 생쑈를 잘한다, 웃긴다, 코미디언 같다 등등 의미가 섞여 있다.


장소 상황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틀리며,일본어 “하이”나 “도우조”처럼 그때 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칭찬과 비판의 경계선, 야유 풍자와 긍정적 등 경계에 교묘하게 서있는 단어니깐.

하기에 익숙한 사람끼리 편안하게 우스개 삼아 할수 있는 단어이면서, 영통성이 떨어지는 고지식한 사람한테 쓰다가는 역효과를 나는 애매모하한 단어이기도 하다.   


실제 며칠 전에 모 중학교 정문앞에서 딸래미를 기다리다, 어느 학부형이 “*** 선생님은 땐쓰배우임다”라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ㅎㅎㅎ. 땐쓰배우의 명맥이 아직도 살아있다니 한편으로는 감개무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같은 선생님한테 이 단어를 쓰는 담 큰 학부형이 걱정되기도 하였다.


이상 연변말 1탄을 완성했슴다. 제대로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이 양해하고 보쇼. 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있는 연변말, 변화 중의 연변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