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공기 그리고 도착.
모든 것은 필연과 우연의 교묘한 혼합 속에서 이뤄진다.
우리의 삶이 계획적으로 차곤차곤 진행되다 갔더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분명히 우연의 연장선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지고 있어 서다.
나이를 먹은 후에는 더욱 그러한 느낌이 강열했으니, 마치 보이지 않은 선이 내 영혼과 내 삶을 거기로 끌어당기고 또 끌고 가는 약간 불쾌하면서도 운명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
북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우연이 하나둘씩 쌓여서 이뤄진 마치 티끌 모아 태산 같은 필연인 같다.
원래의 계획대로는 딸내미가 북경에 소재한 대학에 입학하면 올 생각이었는데, 대학 졸업 25주년과 맞물리고 친구 놈 애기가 명년 1월에 태여 난다 해서 겸사겸사 북경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서먹 서먹한 도시가 되었지만, 분명히 내 인생에서 두 번째 고향이 북경이었다. 대학도 북경에서, 첫사랑도 결혼도 사랑하는 딸내미가 태여 난 곳도 다 북경이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할 때 친구를 불러서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도 북경였으니깐.
세월에 씻겨 커피처럼 진하던 격정이 쟈스민차처럼 담담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주변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생로병사와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겪은 사건들이 평온한 마음가짐과 시선을 갖도록 만들어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기대에 차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결혼을 안 할 같은 친구 놈이 결혼을 한 것도 신기하고, 그 결혼을 코로나란 이유로 현장에서 축하 못해준 것도 미안하고; 공직에서 열심히 일하던 동창들도 잘 있는지도 궁금하고; 딸내미 동년의 추억이 깃들어져 있는 아파트도 풍파 속에서 잘 견디고 있는지도 보고 싶었다.
한 마디로 내가 북경을 떠나 간 있는 동안, 북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2024년 12월 11일 북경 가는 비행기를 몸을 실었다. 들뜬 마음과 약간의 기대를 안고 서.
2008년 하계올림픽, 2022년 동계올림픽을 연달아 올린 북경,
그리고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심장으로 알려져 있는 북경이 아닌가. 비록 트럼프 1기 정부부터 시작된 중미무역전쟁, 중미반도체전쟁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마찰과 타협 그리고 더 커진 마찰의 반복 속에서 평범한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그 변화를 느끼는 것도 기대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북경상공에 진입하고부터 느낀 점은 역시가 역시다.
역시 공기는 나빴다. 비록 오염이 심한 제조업을 북경 중심에서 교외로 타지로 돌렸 다고는 하지만, 대신 인구도 많이 증가했고 차량도 많이 추가해서 인 같다.
지리적으로도 남쪽과 동쪽으로 낭팡(廊坊)과 당산(唐山)과 천진(天津) 등에 묵직한 제조업 기지들이 있고, 북쪽과 동북쪽에 연산산맥(燕山山脉) 그리고 서쪽에 태행산맥(太行山脉)이 있다 보니 오염된 공기가 쉽게 흩어지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고대에는 이러한 입지를 이용하여 산능선을 따라 만리장성을 구축하여 기마민족의 남침을 효과적으로 막는 이점도 있지만 말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북경 상공은, 주변 제조업 공장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가 더 해져 침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지평선위에 살짝 위를 경계로 맑음과 혼돈의 두 개 세계로 나눠져 보는 나의 마음을 갑갑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 살고 있던 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기가 안 좋았던 연길이었는데, 북경은 거기에 비해 더욱 최악인 같다. 물론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을 것으로 사료되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의 청춘이 깃들어 있던 곳이 아닌 가. 그리고 아직도 친구들과 동창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땅이 아니던가. 다들 앞으로도 쭉 건강하기를 기도하면서 오랜만에 북경의 나들이를 시작해야 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