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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사랑은 오이도 빨간 등대에서 만나

언어 교환이 결혼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나와 짝꿍은 언어교환을 하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도 나름 삼삼한 에피소드가 있다. 자기계발에 사뭇 열정적이던 나는, 여느 날과 같이 흥미있는 공부거리를 찾던 중 영어를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하던 참이였다. 근데 여태까지 했던대로 문법 강의를 듣는다거나 단어를 외운다거나 하는 영어공부를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한번쯤은 영어권 나라에 가서 살아보고 싶던 마음도 드릉드릉했고, 그럴려면 외국인과 직접 대화를 나눠봐야한다는 생각에 언어 교환에 관련된 내용들을 구글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혼자 열심히 독학했던 흔적
언어 교환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1. 펜팔처럼 이메일을 주고 받는 방법
2. 언어 교환을 할 수 있는 어플을 이용하는 방법

펜팔 같은 경우에는 답장을 받으려면 최소 2일은 기다려야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메신저 형식의 언어교환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하게된 언어 교환 친구 만들기 두. 둥.


확실히 외국인과 계속해서 메시지를 주고 받고, 친구가 되어 지내니 평소에 그들이 어떤 말을 주로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how are you' 도 괜찮지만, 'how's it going?'처럼 오늘 괜찮아? 오늘 하는 일 잘 되가고 있어? 와 같이 한국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회화문들을 배웠던 알짜배기 경험이였다.


그렇게 열심히 사용하던 중 누군가를 영업하고 싶어졌다.(ㅋㅋㅋ) 이런 소소한 행복을 다른이도 같이 누리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대리언니에게 은근 슬쩍 영업을 치기 시작하였다. 언니는 평소에 새로운 것을 접하는 데 많이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라 수월한 영업이 가능했다. 언니는 나처럼 어느덧 언어교환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렇게 몇명의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었다. (언니의 친구중에는 내 짝꿍도 있었다. 푸하하)


우리가 처음만났던 날에 찍었던 사진!


사람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어느날 언니가 자신이 언어 교환하는 친구 중 한명이 크리스천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읭? 크리스천?!! 오 신기하다!' 생각했다. 외국인 크리스천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대화를 시작했다. 너가 알고있는 사람이 내가 같이 일하는 대리 언니라고 말하면서 나도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언급했다. 우리는 서로 '우와 신기하다'를 연발하고는 몇일간의 대화를 더 나누고, 셋이서 함께 현실세계에서 직접 얼굴을 볼 약속을 잡았다.


첫 장소는 오이도!


그때 당시 대리언니랑 나는 모두 안산에 살았고 짝꿍이 꽤나 먼 거리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의 배려로 오이도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처음 약속을 잡고 만나는 자리라 설렘 반, 두려움 반이였다. 여태까지 배웠던 나의 영어는 효력을 발휘할 것인가...?! 나의 성격은 한국인들과 만나는 것처럼 똑같이 표현될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갈 준비를 했더랬다.


햇빛이 비쳐 눈이 살짝 깜빡거리기 시작할 오후 1-2시 사이 쯤 우리는 개찰구 앞에서 만나기로했다. 먼저 개찰구에 도착한 나는 거울을 꺼내어 상태가 괜찮은지 이리저리 체크한 뒤 머리를 손으로 정돈하곤 기다렸다.


저 멀리서 내 생각보다 키가 크고 훈훈한 남자가 걸어온다.



도무지 다 내 생각 그 이상이였다.


키는 내 생각보다 훨씬 컸고, 얼굴은 내 생각보다 훨씬 잘 생겼었다. 프로필 사진을 보며 내가 혼자 생각했던 모습과 사뭇 달랐던 것이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모습이 탑건의 메버릭을 3초 정도 생각나게 했다. 웃는 게 이쁜 사람이였다. 살갑게 웃으며 Hi~~~하는 모습에 첫 인상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첫 만남을 끝낸 우리는 대리언니를 기다리기 위해 5분 정도 더 수줍음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고, 언니가 오이도에 도착했을 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다시금 인사를 나눴다.



외국인을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라

솔직히 영어를 자유롭게 쓰기가 어색했었다.


문법이 틀리면 어떡하지..? 라는 강박적인 생각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말들이 입밖으로 안나갔다. 마치 주둥아리를 누가 랩으로 돌돌 묶어놔서 하고싶은 말들이 튀어나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내어 이리저리 대화를 이어나갔다. 바디랭귀지는 만국공통이지 않은가. 설명이 막힐 때는 손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크게 그리며 설명했다.


게임장에가서 재미난 게임도 같이하고 카페에가서 서해바다를 보며 커피도 마셨다. 오이도 하면 빠질 수 없는 빨간 등대도 보고 바지락 칼국수도 맛나게 먹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만남은 아직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뒤로 우리는 더 친해지게 되어 영상통화로 언어교환을 시작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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