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빅토리아(1)

첫 만남은 버스에서

by Victoria

국적과 무관하게 나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할 수 있는 빅토리아(프롤로그에 언급한 올가 아줌마의 딸과는 동명이인). 러시아 여인인 그녀룰 처음 만난 건 핀란드로 돌아간 남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며 헬싱키 행 야간버스를 탔던 어느 늦은 가을날의 일이다. 소바토보라는 회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투르쿠로 가는 직행버스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주간에만 운행했기에 이용할 일은 많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핀란드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저녁 8시쯤 러시아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헬싱키까지 간 다음 아침에 헬싱키에서 투르쿠로 향하는 버스를 타곤 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허리 아프게 야간버스를 어떻게 탔나 싶은데, 그때만 해도 3시간 반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헬싱키까지 갈 수 있는 알레그로 열차가 다니기 전이니 버스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겨울에 버스를 타면 국경에서 내려서 걸어서 세관을 지나야 하는 것이 매우 춥고 번거로웠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취직하고 나선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에서 1시간여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까지 간 다음 버스를 타기도 했지만.


1917년 전제군주제에 반기를 든 노동자들의 시위로 제정러시아 붕괴의 단초가 된 2월 혁명이 일어난 봉기광장(Площадь Восстания) 주변에 있는 대형서점 체인점 부크보예드(Буквоед) 앞에는 대형버스 전용 정류장이 있는데, 주말마다 헬싱키로 향하는 야간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이었다. 보통은 예약을 하지 않아도 40인승 대형버스나 안락한 20인승 이하 소형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금요일이었던 그날은 물어보는 버스마다 예약이 가득차 있었다. 어떻게 할지 난감하던 차에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금발의 중년 여인이 회색 모자에 멋스런 코트를 입은 키 큰 아가씨와 같이 서 있었다.

”헬싱키 가는 버스를 타려고 그러나요?”

”네.”

”우리 딸 친구가 예약을 해놓고 오늘 못 와서 그런데 같이 가요.”

이번 여행은 포기하고 집으로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아가씨의 이름은 빅토리아였는데,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그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다니다 공항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회사에서 쓰던 영어 이름도 빅토리아였으므로 우리는 두 빅토리아의 만남을 자축했다. 그날의 여정은 헬싱키까지만 같이 했지만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고, 그 뒤로 우리는 종종 상트페케르부르크의 카페에서 만나서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센나야 시장 근처 차(tea) 체인점 ’모레 차야’(Море чая)에서 열린 티 마스터 클래스를 들으러 가기도 하고 영원히 우리 둘만의 비밀로 남을 각자의 연애 상담도 하면서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 표지 그림의 저작권은 LiliaVik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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