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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대 불가사의, 키지 교회

무박 3일 카렐리아 여행

by Victoria

러시아를 대표하는 이미지들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보드카, 마트료쉬카, 그리고 테트리스 게임의 오프닝 화면에 등장하는 양파지붕의 알록달록한 건축물. 양파지붕을 가진 대표적인 러시아의 건축물로는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의 사원 등을 들 수 있지만, 오늘은 러시아 북서부 카렐리아 지방 사람들에겐 세계 8대 불가사의로 여겨진다는 키지 교회를 소개코자 한다. (내 프로필 사진이기도 하다.)

내가 키지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아는 언니를 통해서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야간열차를 타면 아침에 카렐리아 공화국의 주도인 페트로자봇스크(Петрозаводск)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나무로 지어진 교회들이 있다는 것이다. 왕복 야간열차를 이용할 경우 현지에서 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숙박비도 아낄 수 있고 볼 거리도 많다고 했다. 나는 두 번 키지에 갔었는데, 가장 최근은 2009년이었다. 바다처럼 넓은 오네가 호수 주변의 나무 조각상들, 앞서 예를 든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건물들처럼 화려한 색이 칠해지진 않았지만 섬세하게 세공된 키지 섬의 목조 지붕들, 교회 안의 러시아 성화(Икон)들... 이런 것들이 접경지대에 위치하여 스웨덴, 러시아, 핀란드 등 여러 번 소유권이 바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 영토가 된 카렐리아 지역의 역사와 어우러져 대도시에서는 보지 못한 러시아 민중의 소박한 일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밖에도 카렐리아는 선사시대 돌에 새겨진 그림들을 뜻하는 페트로글리프(Петроглифы) 등의 희귀한 볼거리와 낚시, 스키를 비롯한 적극적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이다.

키지 교회는 오네가 호수의 키지 군도 중 하나인 작은 섬 키지의 남부에 있는 건축물들을 뜻한다. 18세기에 지어진 쁘레오브라젠스카야(Преображенская, 변모)와 빠끄롭스카야(Покровская, 보호) 두 교회와 나무로 지어진 종탑이 그것이다. 키지 교회는 1862년에 지어졌으며, 1874년에 재건되었다. 이 건물들에 대한 기록은 16세기 경의 역사문서에서 처음 발견이 되는데, 1693년에 벼락을 맞고 전소해 그 자리에 현재의 교회가 새로 지어진 것이라 한다.

카렐리아 지역은 올해 11월에 러중 군사역사관광 협력을 위해 러시아 관광청, 국방부, 러시아 국내여행협회 등이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중국인 여행객을 위한 추천 여행지(붉은 경로, Красный маршрут)'로 선정되기도 했다. 키지 교회는 카렐리아 지역의 주요 관광지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며, 러시아에서 가장 큰 야외박물관 중 하나이고, 한 공간에 목조로 된 여러 개의 양파지붕 교회가 있는 것은 키지가 유일하다고도 한다. 나처럼 러시아에서 유학이나 일을 하며 장기간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며칠 관광하는 일정이라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앞으로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뿐 아니라 카렐리아와 키지 교회 같은 러시아의 숨겨진 보석들을 접하게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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