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90년대 중반, 지금은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나이에 가까워진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가 바람 불면 날아갈 듯 연약한 꽃미남 로미오일 시절의 이야기다. 장소는 교육의 도시로 유명하던 어느 광역시 여자중학교의 교실. 맥락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정 선생님이 수업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위를 할 때는 청결이 중요해.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매점으로 뛰어가기 위해 허리를 두어 번 접어 입은 남색 치마 밑에 하늘색 체육복 바지를 받쳐 입고, 두발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귀밑 3센티미터를 지키는 대신 앞머리를 길게 길러 실핀을 꽂는 것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꾸안꾸'를 접목시킨 말괄량이 여중생들이 50명 넘게 모인 좁은 교실 안에 잠깐 적막이 감돌았다.
어우, 쌤, 누가 그런 걸 해요?
우리들 중에 성격이 활달한 것으로 1등이던 친구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겠다는 듯 말문을 열자 마치 봇물 터지듯 아이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이다. 중학생이 자위라니. 다들 갑자기 유교걸이 된 듯했다. 선생님은 꽤 머쓱하셨을 텐데 평정을 유지하시며 샤워기 물줄기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냐고 하시고는 다른 화제로 넘어갔던 것 같다. 나는 가정이라는 과목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 과목을 가르치던 선생님은 멋지다고 생각했다.
20년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순간을 되돌아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선생님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셨지만, 그때는 우리가 들을 준비가 안 되었었다고. (to be continued...)
*많은 세월이 지난 예전의 일이라 정확한 상황이나 대화 내용은 사실과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