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중학생이 자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외치던 90년대 중반, 우리는 학교에서 그 유명한 '낙태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으로 성교육을 받았다. 아주 최근에야 그 영상이 1984년에 만들어진 'The Silent Scream'('침묵의 절규' 혹은 '소리 없는 비명')이라는 미국의 낙태 반대 다큐멘터리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청자의 죄의식과 경각심을 일깨움으로써 성관계는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꿈도 꾸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은 격이랄까.
앞서 선생님을 머쓱하게 만들었던 '그' 일화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가정 시간이나 과학 시간에도 별반 다를 바 없이 생리와 월경, 난자와 정자 등 성의 본질에 가깝긴 하지만 추상적인 지식들을 전달받았다. 배란, 수정, 임신, 출산이라는 결과에 대한 지식은 전달받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과정은 여전히 모호했다.
양호 선생님은 새로 뜯은 생리대 포장지와 테이프를 이용해 사용한 생리대를 말아 깔끔하게 버리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그것이 그나마 앞서 '그' 일화를 빼고선 가장 실용적인 성교육이었다. 아, 가슴이 자라는 게 부끄러워 어깨를 움츠려 버릇하면 자세가 구부정해지니 바른 자세로 다니라는 것도 좋은 조언이었다.
어른들의 과보호로 물레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꿈꾸듯 살다 피를 본 오로라 공주처럼,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위험을 겪고 상처를 입기도 했다. 몇몇 아이들이 부모님 몰래 아는 오빠들과 가출했다 잡혀온 것, 돈을 많이 준다며 어른들만 드나들 수 있는 주점에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 것이 모두 앞의 이야기와 1년 상관으로 생긴 일들이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중고등학교에서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려고 시도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많지만, 이론과 현실이 동떨어진 분야 중 하나가 성교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