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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Mar 19. 2021

생리를 하면 좋은 점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여중생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요즘도 마찬가지겠지만 연예인 이야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농담도 하고, 당시 인기 있던 순정만화 비롯한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도 했다.

꽤 모범생 과에 들던 친구가 집에서 당시 인기 있던 소설책을 어른들 몰래 읽고는 학교에서 내용을 이야기해줘서 듣는 이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느끼게 한 적도 있었다.

한 반 정원이 50명이 넘던 시절, 항누군가는 월례행사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생리로 인한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른 누군가는 생리불순으로 연례행사가 되었다고 고민을 토로하고 있을 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생리를 하면 임신을 안 했다는 걸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어서 좋아.


이게 무슨 소리야. 수업시간에 졸았?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절차가 필요하거늘. 손을 잡거나 뽀뽀만 해도 임신한다고 믿는 건 아니지?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친구는 학교 밖에서 만난 연상의 남자 친구가 있었고, 아마 다른 또래들보단 이성에 대해 손톱만큼은 더 알았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순발력이 반 보쯤 부족한 나는 친구의 말을 듣고 그게 무슨 말인지 되물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초지종을 들었어도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는 의문이지만.

당시 즐겨 읽었던 아름다운 꽃말 이야기 책에서 남녀관계란 강간과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득 찬 위험한 것이었고 어른들의 책이나 비디오를 몰래 접한 친구들이 해준 이야기를 통한 간접경험이 다였던 나로서는 중학생이 그런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웅진 지식하우스, 2011)라는 책이 있다. 미국의 인지신경과학자인 두 저자가 인터넷 검색어와 에로 소설, 로맨스 소설 등의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남녀의 특징을 드러낸 책이다. "포르노에는 남자를 자극하는 시각적 신호가 들어 있고, 로맨스 소설에는 여자를 자극하는 심리적 신호가 들어 있다."라는 구절은 각 장르를 소비하는 성비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도 일치한다.


내가 어릴 때 공중파 드라마에서 혼외관계는 거의 예외 없이 파국으로 끝났던 것 같다.

자신의 이름을 딴 코미디 영화에서 등산복 입은 중년의 팬들에게 시달리는 모습으로 나오는 차인표 배우의 대표작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도 강풍호(차인표)는 늦은 밤 결혼을 앞둔 고은채(이승연)를 찾아가지만 둘은 끝내 이뤄지지 못하고 차인표는 색소폰을 불었더랬.

남아선호 사상의 폐해를 그린 '아들과 딸'에서도 귀남이(최수종)는 미현이(채시라)와 하룻밤을 보냈지만 남이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더랬다.


요즘 드라마에선 혼전 베드신이 배드 엔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소위 '꽁냥꽁냥'한 면을 연출하기 위해 서로 사랑하는 성인남녀가 '손만 잡고' 무사히 밤을 보내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해서 애들이 따라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 드라마 작가들이 보기에도 그런 장면들은 현실성이 없어서인지 럴 때면 한쪽이 어릴 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든지 정신적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설정이 뒤따르기도 했던 것 같다. 아니면 자다가 한쪽이 타임슬립을 해서 사라지기도 하고...


바람직한 감정적 유대 전제로 하는 신체적 결합이다. 이 둘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우리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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