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2020년 12월 헬싱키 코스켈라에서 16세 소년이 3명의 또래 지인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사망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알려지고, 학교폭력에 반대하는 페이스북 그룹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3월 5일 헬싱키, 반타, 오울루 등 핀란드 곳곳에서는 피해자의 넋을 위로하는 촛불과 추모의 손길이 줄을 이었다. 특히 피해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전해져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며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해자 중 두 명은 피해자와 유년기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며, 피해자가 '체벌 놀이'의 대상이 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합리적인 혹은 덜 합리적인 이유'라는 것이 경찰의 조사 결과 발표에 나온 표현인데 누군가를 괴롭혀도 되는 합리적 이유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투르쿠 대학교 크리스티나 살미발리(Christina Salmivalli) 교수는 어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연구했다. 살미발리 교수에 따르면 학폭 가해자들은 보통 ①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②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 두 가지 특성이 있는 아이들은 다른 특성을 가진 아이들보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집단에서 가해자의 괴롭힘에 반대하는 구성원이 없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성별에 따른 특징도 있는데, 남학생들의 경우 신체적 폭력이 여학생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살미발리 교수가 분류한 학교폭력 가해자의 4가지 유형을 살펴보자.
첫째, 자신도 괴롭힘을 당하며, 충동적이고 정서장애가 있고 학업에도 어려움을 겪는 아이다.
둘째, 보스 타입으로 무리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이 좋아하고 유머감각 등 긍정적인 특성도 가진 아이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지배하고 권력 이용욕구가 높은 편으로 다른 아이들을 학교폭력에 동참시키는 경우가 많다.
셋째, 이른바 '평범한 아이들'이 무리 지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경우다. 이런 아이들은 귀가 후에, 잠들기 전에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음날엔 또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
넷째, 정서적으로 차갑고 공감 능력이 없는 아이들이다.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고통받는 모습에서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 성인으로 치면 '사이코패스' 타입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런 유형은 다른 사람이 화를 내거나 고통을 당하는 영상을 시청했을 때 일반적으로 '쾌락'에 반응하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런 분류에도 불구하고, 살미발리 교수는 어른이든 아이든 '보통' 사람도 잠재적으로 악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구나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 혹은 방관자가 될 수 있다. 학교폭력을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본 포스팅은 핀란드 일간지 '일타사노맛' 지의 3월 14일 기사를 참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