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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Jul 01. 2019

잘 부탁해 CANADA

어뭬리카노 한잔이요!

 두 번의 기내식과 한 번의 간식,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한 번 더 보고(이걸로 총 3번째 보는 보헤미안 랩소디), 기내 잡지를 뒤적뒤적 하니 어느덧 비행기는 중간 경유지인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갈 곳은 밴쿠버가 아닌 '밴쿠버 섬’에 위치한 빅토리아이기 때문에 한번 경유를 해야 했습니다. 10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시간 동안 잠을 한숨도 못 잔 저는 축 쳐진 빨래처럼 힘 빠진 몸으로 입국 수속을 하기 위해 창구로 이동했는데.


비행기 밖 창문은 언제나 설렘 그 자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수속 창구 직원은 없고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수 십 대의 기계들이 낯선 이방인들을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기계들과 한번 씨름을 하고(결국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해결했습니다), 간단한 질문조차 너무 긴장한 나머지 외계어로 들리는 두 번째 창구에서 또 한 번 씨름을 한 후에야 완전히 입국했습니다.


캐나다에, 드디어!


도착했다는 기쁨과 안도감은 잠시 뒤로 하고 저에게 주어진 두 가지 미션,


‘이민국에서 work permit 받기’

‘캐나다 국내선 항공기에 무사히 짐을 싣고 빅토리아 가기’


 걸음마를 처음 뗀 어린아이처럼 모든 세상이 신기해 보이고, 동시에 무서워 보이던 시간들 속에서 무사히 work permit을 받고, 공항 직원들에게 물어, 물어 무사히 국내선 탑승장으로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아 왔구나.’라는 현실 자각과 함께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여유가 생기더군요.


 공항이 마냥 신기했는지 엄마 주변을 이리저리 뛰놀던 아이,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던 노신사. TV에서 보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노신사가 마시던 커피가 맛있어 보였던 저는 캐나다 에서의 첫 커피 주문에 도전해 봤습니다. 이름을 자세히 보니 그 유명한 캐나다의 국민 커피 브랜드 ‘팀 홀튼!' 인터넷 카페 글로만 봤던 팀 홀튼 커피를 실제로 보다니 앞으로 수 십 번, 수 백 번 볼 커피 브랜드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뒤에 얘기하겠지만 캐나다엔 스타벅스 없는 곳은 있어도 팀 홀튼 없는 곳은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체인점이 있습니다) 연신 사진을 찍어댑니다. 그리고 두근두근 거리는 캐나다에서의 첫 주문..!


"Can I have one AMERICANO?"


 자신감을 가지고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라고 웃으며 주문했지만 직원은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속으로 ‘아 내 발음이 안 좋아서 그런가?’라고 생각하며 “어뭬리카노 한 잔이요!!”라고 다시 한번 말했더니 그제야 직원은 “우리 매장엔 아메리카노 없어! 너 블랙커피 말하는 거야?”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나중에 자세히 메뉴를 보니 정말 아메리카노는 없고 Coffee라고 적혀있는 메뉴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커피 주문을 마치고 곧 타게 될 비행기를 차창 너머로 바라보며 영화 주인공처럼 커피를 마셨습니다.


‘커피 한잔도 시키기 힘든 나라...’


경비행기는 처음이야..
안전하겠지..?


 따뜻한 커피를 홀짝 홀짝대고 있었는데 어느덧 빅토리아행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은 다가왔고 한국에서 타고 왔던 비행기보다 훨씬 작은 경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 탑승 후 약 30분.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시간보다 짧은 비행시간이 지나자 이제 진짜 도착했습니다.


잘 부탁해 CANADA


최종 목적지 VICTORIA에.





@victor_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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