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기름과 지방은 다르다!

유지에 대해서

by 유동재

동식물에서 채취한 기름을 '유지'라고 한다. 글리세린의 지방산 에스터를 주성분으로 동식물체 구성의 중요한 성분이다. 원료에 따라 식물성과 동물성으로 나뉘며 식품, 도료, 의약품 따위로 각종 공업에서 널리 쓰인다.


유지는 상온에서 액체상태의 기름(aceite, oil)과 고체상태의 지방(grasa, fat)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상온이란? 가열하거나 냉각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기온, 보통 15도를 가리킨다.


기름은 물보다 가볍고 불이 붙으면 잘 타는 액체이고, 약간 끈기 있고 미끈미끈하며 물에 잘 풀리지 않는다. 보통 동물의 살, 뼈, 가죽에 엉기어 있고, 식물의 씨앗에 자리한다.


한편,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결합한 유기 화합물로, 상온에서 고체의 형태로 생물체에 함유되어 있다. 동물에서는 피부 밑, 근육, 간 따위에 저장된다. 비슷한 말로 '굳기름' 혹은 '지고'라고도 한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 그래서 오늘도 먹는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 이유는 에너지원을 얻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칼로리(열량)를 발생하는 탄수화물, 지방 그리고 단백질이 필요하다. 이를 가리켜 3대 영양소라 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당 4kcal, 지방은 1g당 9kcal를 발생한다. 적은 양으로 많은 칼로리(열량 = 에너지)를 발생하는 영양소가 바로 '지방'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지방 위주의 식사가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일 수 있지만, 과체중이라서 체중감량을 원한다면, 지방은 반드시 피해할 영양소이기도 하다. 지방 섭취 과다 여부는 처한 상황에서 각자가 결정할 문제이다.


인류가 절대빈곤과 기아에서 벗어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5세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교환(감자, 옥수수) 그리고 18세기 산업혁명 이전 까지, 인류는 늘 배고픔에 허덕이며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이 일상이었다. 배부름을 아니라 배고픔을 채워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투쟁이 바로 인류의 역사였다. 그래서일까,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 미인의 첫번쩨 조건이 '날씬한 몸매'이라지만,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 미인의 조건은 뚱뚱한 몸매였다는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에 기름진 음식은 축복이었지만, 먹거리가 차고 넘치는 현재 기름진 음식은 재앙이 되었다. 유지(기름과 지방)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았던 기름과 지방이 오늘날은 정반대의 대접을 받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언제나 흔한 것은 천대받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기름진 음식(고기, 식용유)은 소수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그래서 기름은 그 자체가 매우 성스럽고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래서일까 성경은 새로운 왕의 머리에 기름을 붓던 고대 이스라엘의 관습을 소개하고 있다. 성경에는 왕(사무엘 상 16:13) 이외에도 선지자(열왕기상 19:16)와 제사장(출굽애기 28:41)도 기름부음을 받았다고 적혀있다. 예수님을 구원자, 메시아를 뜻하는 '그리스도'라 칭하는데 이것도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왜 이런 기름 붓는 행위가 신성함을 상징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전쟁에 나가는 군인들이 방패에 기름을 바르는 관행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이사야 21장 5절에 적혀있다. 고대 이스라엘인의 방패는 나무 위에 가죽을 덧씌워졌었다. 가죽을 덧입히고 기름을 바른 방패는 더 탄력적이고 튼튼해져 쉽게 찢어지지 않았다. 보다 더 강력한 방어무기가 되었다. 기름 바른 방패처럼 백성의 보호막이 되어달라는 의미로 이스라엘에서는 왕, 선지자, 제사장의 머리 위에 기름을 부었던 것이다.


기름과 지방은 먹거리가 풍부해진 오늘날 피해할 영양소로 취급받으며 천대받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기름과 지방은 우리 곁에서 늘 자리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대부분의 화장품 주원료가 바로 돼지껍질에서 추출되는 콜라겐으로 제조된다. 영양크림과 핸드크림이 바로 이것이다. 피부의 부드러움과 탄력을 위해서 매일매일 몸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특히 나이 들어감에 늘어나는 주름살을 제거하기 위해서 얼굴에 맞는 보톡스도 엄밀히 말하면 기름과 지방이다.


기름과 지방에 대해 바르게 인식해서, 우리의 몸과 건강을 챙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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