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없는 공정은 맹목적이고, 공정없는 정의는 허무하다
는 허무하다
무한 경쟁에 팬데믹 코로나까지 겹쳐,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비싸진 인건비와 글로벌 진출이라는 상황에서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미명 하에, 많은 대기업들과 중견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일자리가 줄었다. 정치적 표심 공략 차원에서 도입된 2017년 정년 연장법은 일자리 일만 2천 개를 잠식했다고 한다. 설상가상, 2019년부터 불어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좁은 취업시장은 아예 바늘구멍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지막 남은 적은 일자리라도 잡기 위해서 사회 초년생들은 더 많은 노력과 경쟁을 하게 강요되었다. 그래서 적은 기회에 목매 달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이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공정"이다.
공정이 요즘 최대 화두다. 과연 공정이란 무엇인가?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며, 언행이 도리나 규범에 어긋남이 없이 옳고 바르다"라는 뜻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정해놓은 약속에 따라 처리되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약속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것인가? 보통은 국민들이 뽑은 선출직 공무원들, 의원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서 토론과 논의를 거쳐서, 의회를 통과하면 "법"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이 공포한다. 그때부터 효력이 발행하고 사회적 약속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공정의 잣대로 작동하게 된다.
공정이란? 치우지지 않고, 정한 바에 따라 적용되면 실현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이다. 그러나, 공정의 가치판단은 늘 정의의 가치판단을 수반한다. 즉, 공정과 정의는 함께 봐야만 비로소 공정의 가치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며칠 전, 이재명 대선후보가 공정과 정의에 대해 생각을 피력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는 건강보험비를 예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보다 건강보험비를 더 많이 내고도 병원 이용을 덜 한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유기농 음식, 각종 영양제 등 식단 관리와 피트니스, 수영, 골프 등 건강관리를 수시로 하기에, 대체적으로 병원 이용이 적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비는 가난한 자들보다 많이 납입한다고 했다. 한편, 가난한 자들은 경제적 부담에 평소에 식단 관리와 건강관리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결국 병원에 가는 횟수가 많은 것이 일반적인데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비는 부자들보다 적게 낸다고 주장했다. 청중들에게 물었다. 이것이 공정한가요? 이재명 후보는 이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분명 공정 잣대로 보면, 이것은 불공정한 것이다. 왜냐하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르면, 이용한 만큼 납부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현상을 정의 잣대로 살펴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이재명 후보는 적게 내 많이 이용하고, 많이 내고 적게 이용하는 것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비추면, 불공정하겠지만, 사회질서유지 원칙에 비추면, 지극히 정의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만드는 공정과 정의를 상관관계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입장이다.
정의 없는 공정은 맹목적이고, 공정 없는 정의는 공허하다. 마치 평등 없는 자유는 이기적이고, 자유 없는 평등은 획일적이다. 공정과 정의는 자유와 평등처럼, 두 가치는 늘 함께해야 하는 수레의 양축이다.
스페인어로 공정과 정의 모두 justicia이다. 한편, 영어로 공정은 fairness, 정의는 justice이다. 공정은 형식적 정의를, 정의는 실질적 공정을 말하는 듯하다.
스페인어로 법은 derecho라 한다. 법이라는 뜻 이외에 권리 혹은 오른쪽, 바른, 옳은이라는 뜻도 갖는다. 얼핏 보면, 관련성이 없는 듯하지만, "법", "권리", "오른쪽", "올바른" 은 모두 같은 뜻이다. 법은 개관적 권리 derecho objetivo, 권리는 주관적 권리 derecho subjetivo다. 개인들이 갖는 주관적 권리들을 집대성한 객관적 권리 derecho objetivo, 즉 법이 되는 것이다. 가령, 나는 투표할 권리가 있다를 영작하면, I have a right to vote. (Tengo derecho a votar.)이다. 권리를 영어로는 right를, 스페인어로는 derecho를 쓴다. right과 derecho는 오른쪽, 올바른, 권리라는 뜻을 공통적으로 갖는다.
2000년 멕시코 로스쿨의 법학개론 시간에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을 배웠다. 개념 정의는 현상을 요약한다. 법이란? un conjunto de normas juridicas que regulan conductas humanas para mantener la paz social en un Estado. ( 사회질서를 위해서, 인간 행동을 규율하는 법 규범들의 총체다)이다. 이 문장에는 법이란 무엇이고, 그 목적이 무엇이며, 그 대상이 무엇인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인간은 모여 살아야 비로소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기 때문에 사회유지는 모든 판단 기준의 대원칙이 되는 것이다. 이 시대의 공정은 불공정이 사회유지에 심대한 피해를 일으키는지 여부와 함께 정의 가치를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정가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