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da Simples Apr 20. 2024

우린 그저 서로 다른 버전의 아이들일 뿐

바른 생활: 당신도 분명 누군가의 아이였다

 열다섯! 나의 고 자그맣고 어리기만 하였던 아이들 클라라와 루카스가 벌써 열다섯 살이 되었다는 걸 몇 주전 루카스를 병원에 데려가 서류에 작성하다가 깨달았습니다.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컸을까요? 진료실에 들어가기 위해 아들이 병원 계단을 올라갈 때, 가벼운 장난을 쳐보았습니다. 아이의 함박웃음을 원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몰랐나 봅니다. 병원을 나오며 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했던 좋았던 기억들이 남아 있는지..."그럼, 물론이지."라고 대답하는 아들을 보며 그가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나 역시도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며 작은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고 기억에 남기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아들은 알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가 점점 커가는 걸 지켜보는 것이 엄마로서 얼마나 아쉽고 어려운지, 또 앞으로 내게서 내 품 안의 아들이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게 되는 걸 보는 게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를 토로해 보았습니다. 아들은 미소를 짓더니 나를 안아주며. "괜찮아요, 엄마."라고 다독여 주네요.

 그가 점점 한 청년의 모습으로 되어지고있는 이 순간도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나는 지금 그때 그 소년이었던 아이가 그립습니다. 실없는 농담으로 날 웃게 하고 또 환상적인 미소를 지으며 잘 웃던 아이가 말입니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소년이었던 아들은 청년이 되어도 여전히 날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봐 주리라는 걸요.


아이와 함께 있을 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수성


 내가 인생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 중 하나는 우리는 아이들이 자랄 때의 다양한 버전의 모습과 함께 동시에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기, 어린이, 십 대, 그 모든 버전의 모습이 모두 나의 기억 속에도 있고 그 아이의 기억 속에도 있습니다. 가끔은 아이가 세 살이었을 때의 포근한 포옹이 그리워 기억 속으로 그를 찾아갑니다. 때로는 열다섯 살 소년과의 대화가 그리워 그와 말하기 위하여 찾아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내가 누군가의 딸이라는 걸 인식할 때 잘 먹혀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87 살입니다. 그의 기억은 자주 그의 통제를 벗어나곤 합니다. 약해진 다리로 불편한 움직임은 일상입니다.

아버지를 볼 때마다 그리운 그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애써봅니다. 그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기억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봅니다. 그리고 그의 예전의 모습의 부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침묵으로 내 마음의 진실의 방이 고요해질 때, 마음이 내게 와 속삭이는 순간이 옵니다. 

 아버지가 그립다고...

그 끝엔 언제나 슬픔이 깃들어 있습니다. 시간이 우리에게 조금씩 빼앗아 가는 아쉬움과 회한을 직면하게 되는 시간에 대한 애도라고나 할까요. 왜냐하면 내 아버지는 더 이상 내 아버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약함과 의존성은 예전에 있던 내가 알던 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와 함께한 나의 비밀, 나의 상처, 그리고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알아차리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나였던 그 아이, 나의 아버지의 딸은 어디에

 얼마 전 아버지가 가늘어지고 백발이 된 자신의 머리를 만져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의 머리를 자주 매만지며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이후 더 이상 아버지의 머리를 매만져 드린 기억이 없더군요. 나는 그의 머리를 내 무릎에 무릎베개하고 4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의 머리를 매만지며 쓸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의 집에 갈 때마다 꼭 아버지의 머리를 매만져 드리는 걸 하나의 루틴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빠뜨리지 않고 해 드리곤 합니다. 이 틈을 통해 우리는 만납니다. 작고 통통하며 삶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 찬 소녀와 크고 든든했던 나의 아버지가 말입니다.

 나의 뿌리, 나의 닻. 마침내 그의 딸 안나는 아버지를 만납니다. 소년인 나의 아들 루카스는 엄마인 안나와 함께 크게 웃고 있습니다. 안나라는 존재는, 다양한 나이대 안의 또 다른 안나와, 무엇보다도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기억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문출처: https://vidasimples.co/colunista/somos-diferentes-versoes-de-filhos/


이 글을 쓴 ANA HOLANDA는 저널리스트, 작가, 교사이며 단어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본질적으로 쌍둥이 클라라와 루카스의 어머니입니다.


참고사항: 본 내용은 Vida Simples의 칼럼 내용을 번안한 것으로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각색한 것임을 알립니다. 혹시 번역이 크게 잘못되었거나 자료가 잘못된 것은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email: vidasimples.kr@gmail.com) 남겨 주시면 정성껏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라이킷과 선플은 다음 칼럼을 이어 번역하여 제공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바른생활 #집과 가족



이전 01화 나는 갈망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