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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공방 Dec 13. 2019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가르쳤으면 좋겠다

요즘따라 어릴 때 배웠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들이 있다.

심리학이나 철학이 정규 교육 과정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생각 및 감정을 정리할 줄 아는 사람들로 자라지 않았을까. 그 외에도 자산 관리 방법, 여자가 아기를 낳으면 몸에 생기는 변화들, 기본적인 청소 방법이나 아주 간단한 민법 같은 것들을 학교에서 배우면 나중에 매우 유용할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가르쳤으면 좋겠다. 


어느 날 마법처럼 괜찮아질 거라고,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된다고, 돈 많이 벌고 훌륭한 사람이 되면 (or 인지 and 인지 모르겠지만) 행복할 거라고 가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대부분은 견디는 과정이라고,

웃는 날보다 슬프고 화나는 날이 많을 거라고,

자기혐오는 평생의 친구라고,

감정이 깎이다 깎이다 무뎌지는 날도 올 거라고,

진정한 사랑을 만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고,

사람이 널 가장 아프게 할 거라고,

네 마음대로 되는 건 별로 없을 거라고

미리 좀 말해줬으면 좋겠다.


대신에 -

시간보다 강력한 것은 없으니 아픈 것들도 언젠가는 잊힌다고,

어둠을 헤매다가 보면 풍성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고,

가족과 건강과 돈을 챙기면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아주 가끔씩은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나곤 한다고도 -

함께 알려주면 좋을 것이다.


돈처럼 행복도 벌어야 하는 거라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데 그냥 얻어지는 건 아니라고. 

대신 애를 쓰면 조금씩 쌓이긴 한다고.

단순히 불행하지 않은, 건조하게 뉴트럴 한 상태도 꽤 괜찮은 모습이라고.

금수저가 있듯이 타고나게 더 행복한 사람들도 있고, 당신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라고. 

자꾸 우울하고 슬픈 스스로가 이상하게 여겨져 더 불행해할 필요는 없다고 -

기대 수준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교육받았으면 좋겠다.


인생이 살만은 한데 미칠 듯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서 되려 불행해하는, 발버둥 치고 나면 꿈처럼 찾아올 휴식을 갈망하는, 어둡게 침잠하는 스스로를 멸시하는, 불행을 다룰 줄 모르고 행복만을 과시하는 많은 이들과 또 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가르쳤으면 좋겠다.

그게 디폴트라고 가르쳤으면 좋겠다.

따라서 가끔씩 찾아오는 행복은 당연한 게 아니라 귀한 것이고, 그러니 정말 최선을 다 해서 즐기고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가르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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