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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방진 백조 Oct 20. 2022

도토리 딱. 총!

하늘에서 쏘아진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온 햇살들이 길에 그물을 친 듯, 크기가 제각각인 금빛 구멍이 동그스름하게 뽕. 뽕 뚫린,  

빤짝이는 숲길 -


내 별자리인 물고기자리도 보이는 듯하다.

그물 사이를 유영하는 물고기 같이  살랑살랑 리드미컬하게. 놀이하듯. 헤엄치며 살 수 있다면...


애정 하는 숲길 위에 있다는 자각도 없이,

오늘 어치의 생각과 갈망을 내 몸통만 한 백팩에 끼워 담고.

타발 타발...

그물 위를 눌러 걷는다.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눈앞의 현상에 천착해 안달 떠는 일은 조금 줄어들겠지.

책임 있는 관조나 관망. 그런 단어도 어울릴만한 사람이 되겠지.

예의 있는 분별력과 언제고 나설 수 있는 묵묵한 정의감은 품고 있되,

팔딱팔딱 즉각적인 감정적 행동들은 줄일 수 있겠지.  

그래. 잘 . 나이를,  자~아알~ 먹어가면 괜찮을 거.... 야아-아앗!!'

     

내 비명소리에 고요했던 숲 그물이 흔들렸다.

땅에 부딪혀 나는 ‘탁’ 소리와 거의 동시였다.

무엇인가가 내 왼손 세 번째 손가락 마디, 관절뼈 정가운데를 가격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실존이. 내 실재함이. 내 살아있음이.

정말 ‘뼈 아프게’ 느껴졌다.


눈물이 찍. 코끝이 시큰.

너무 아파서 입은 벌린 채. 그야말로 뇌수까지 흔들릴 정도였다.

눈물 한 줄기가 기어이 뺨 위로 주르륵 III

그 자리에 서서 허리를 구부린 채로 양쪽 눈을 질끈 감고 오른손으로 왼손을 꽉 부여잡은 채 입에 갖다 대고 가격 당한 부분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아~아. 앓는 소리를 냈던 것 같다.

오가시는 분들의 눈빛은 보이지도 않는다.

차라리 주저앉아, 이때다. 하며 펑펑 울고 싶은 지경이었다.


잠시 뒤, 최고조의 아픔이 가시자 가까스로 눈이 떠졌다.


~~~~ 또르르르르 ~.

내 발 밑으로 도토리 한 알이 다가와 피식. (비) 웃는다.

도토리라고도 쳐줄 수 없는.

정말. 작디작은 녀석이었다.


-


찌깐이(찌깐한 도토리)를 집으로 납치해 왔다.    

지 얼굴 사이즈를 재고 있는데도 나를 보며 히죽 비죽 웃는다.


‘지름이 1센티도 안 되는 게.’ - 히죽.

‘우띠. 이 생기다 만 게!!!’ - 비죽.


엄지, 검지 손가락으로 집어 든 채, 녀석의 동그란 얼굴을 쳐다보자니,

추석 여행 때, 속초 영랑호에서 만났던 보름달이 생각났다.

100년 만에 뜨는 가장 크고 둥근 보름달이라는. 왠지 안 보면 손해 볼 것 같은.

휘영청 두~웅그런 달님에게.

최여사님. 제케. 나 3명이 쪼로로 서서 기도했다.


우리 가족은... 잘 빈다.

앞으로 이 밝은 달을 보려면 수십 년은 더 기다려야 하니 이번에 꼭 봐 둬야 한다는, 화려한 수식어를 단 달뿐만 아니라. '빌라고 하는. 빌어야 하는. 빌고 싶은' 달에게는 거의 늘 빠트리지 않고 빌어왔다.

영랑호 달 이전, 3명이 쪼르르 빈 달은. 작년 어머니 생신을 기념한 제주도 여행 때, 섭지코지 위에 뜬 점프 하면 잡힐만한 거리에 있던, 곧 떨어질 것 같은.

엄청 큰!  대두 달님이었다.


내가 제일 길게. 기도하고 있다.

달에게 소원을 빈 이래, 이렇게까지 길게 빌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달님의 호칭은 늘. '하늘에 계신 아빠, 아버지'이다.

그러니까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


우리가 만난 모든 달님은 모두 아빠 였던 것이다.


어찌나 붙들고 안 놔줬는지. 아빠가 바쁘시다고 가버리려는 것을 몇 번이고 잡았던 것 같다.


“누나 왜 이렇게 오래 빌어?”

“빌 게 많아서 그렇겠지.”

어머니와 동생의 소곤거림이 들렸다.  


했던 말을 또 했던 것도 같다. 앞으로의 불안과 아득함을 내비쳤다.

칭얼대고 간청한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고 싶었다.


구름 잔뜩 낀 하늘 위 보름달은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했다.

저쪽에서 까맣고 큰, 한 덩어리의 구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격해왔다.

그 먹구름 덩이가 가리기 바로 직전,  

보름달이 ‘찡긋!’. 환하고 큰 - 새 빛을 힘차게 확! 쏟아내고! 구름 안으로 사라졌다.


우리 셋은 분명히 보았다.

‘화. 알. 짝. 빤. 짝.’

달이 웃었다.


아빠의 인사였다.



낮에 집 근처 공원에서 다른 도토리들을 몇 알 주워와 비교해 봤다 .

나를 울게 한 요 녀석은 걔 중에서도 단연, 올망졸망 꼬맹이다.

외려 야무져 보이기까지 하다.  

‘어쭈’ 피식 웃음이 났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밤 달을 찾아보았다.


아빠가, 하늘에서 쏜 딱총 같았다 . 

도토리 딱. 총!

     

도토리가 말하는  하다. 

물 흐르듯이. Slow Slow Quick Quick’



생각쟁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지인 중 생각이 가장 많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묻는다면

10에 7,8명은 나를 말할지도 모르겠다.


수전 손택(Susan Sontag  1933~2004 _ 소설가, 문화평론가, 사회운동가)이,

사람은 ‘무엇’에 대해서든 철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지면 사랑이 뭔지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나는 여러 가지. 여러 종류를. 동시에 생각한다.

내가 하는 것은 생각일까. 걱정일까.


' 나는 많은 것에 대해 철학을 하는 것일까. 다양하게 걱정을 하는 것일까.'




달을 찾으며 오간다.

미세하게 오르막인. 약 700미터 동안. 달을 쳐다보며 걷는다.

내 옆에 있기도. 내 위에 있기도. 내 뒤에 있기도 한, 달을 올려다보며 -

어떤 날은 뭘 알고 보는 건가.  심통스런 기분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어떻게 저렇게 따뜻한 빛을 내나 감탄해한다.  


*

달 조명이 환하던, 어느 달밤에,

윗도리 하나를 걸쳐 입고 나왔다.


달 기운을 실은 바람을 쐬며 편의점에 들러 초콜릿 쿠키 하나를 집었다.  

친절한 그녀용이다. 소박하지만 기뻐해 주기를 바라며.


새로 온 새벽 교대 알바 청년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있었다.

나중에 커뮤니케이션 론도 읽어보시라 했더니 그러겠다고 한다.

편의점 한편 테이블에서는 연인이 컵라면을 나눠 먹고 있었다.


한 기분이 되어 돌아오는데,


우리 집 앞 대로변에 구급차가 와 있었다.

구급대원 세 분이 현관 비밀번호를 몰라 난처해하고들 계시기에,

황급히 달려가 문을 열어드렸다. 감사하다며 올라가신다.

무슨 일일까. 눈으로 층의 숫자를 따라 올라가던 중 내가 탈, 다른 편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사람 키만 한 빨래수거함 두어 개가 도르르 밀려 나온다.

그러고 보니 대로변에 세탁소 앱 배달차가 있었던 것 같다.

집 층을 누르고 문이 반쯤 닫혔는데,  다시 열리는 문.

야식 배달하시는 분이 쏙 같이 탄다. 따끈한 국물 그릇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사랑하고, 누군가는 아프고. 누군가는 내일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바람을 쐬는.


서로가 교차하는 나름의 분주한 새벽.


놓고 갔던 핸드폰을 보니,

어머니가 할머니 약을 타 오신 약국 건물이 저녁에 화재가 났더라는 연락이 와 있었다.

하마터면 약도 못 타 올 뻔했다고 낮에 다녀오기를 다행이라는 말씀.


종종 가는 클래식 음악 앱에 입장하니, 호스트인 비올리니스트가 내 이름을 부르며 반겨준다. 먹고사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평온하던 달밤의 기운은 감상과 낭만보다 – 소소한 일상들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책상 한 켠, 액세서리 케이스 뚜껑에 누워있던 (도) 토리와 눈이 마주친다.

제법 친해졌다.


뜬금없이. 잘 살아야 한다고. 행복해야만 한다고. 난 그럴 자격이 있다고.

제대로 잘 살고 싶은 소중한 하루하루들이 지나가고 있다.


쬐끄마한 토리를 손에 쥐고 동글동글 돌려본다.  

조그마한 것이 옹골지고 당차다.


밤 달을 올려다보았다.


부둥켜 씩 웃고 있자니,

달도 빛을 떨구며 웃어주는 것 같다.

귀여운 빗발이 손등에 앉아 쉬다 간다.  


검은 하늘 구름 뒤의,

아버지를 느껴본다.


까만 바람이 분다.

시원하다.


그 달은 여전히 이곳저곳을 비추고 있었고,  

그 달밤은 여전히 열심히 돌아갔다.


저마다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다.


혼술 하던 유튜버가. 대충. 열심히 살다 가면 되는 거 아니냐며. 소주 1병을 다 끝낸 참이었다.


모두들 자신의 철학을 살고 있다.

철학자 is everywhere.


부디 -


내 일상의 순간들이.

나의 고유의 빛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빤-짝 일 수 있도록.


부디 -


아빠가 쏜 , 

도토리 딱. 총. 을 만지작해본다.




가을. 달. 밤. 별. 빛.

가을밤. 달빛. 밤빛. 별빛.......


이 단어들을 쓰기만 해도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처럼.

많은 음악들이 우수수 머리를 스친다.


드뷔시 달빛, 베토벤 월광. 비발디 - 그라주노프 - 피아졸라의 가을. 쇼팽의 녹턴.  

에디트 피아트. Autumn leaves...


# 달 하면. 모든 사람들이 떠올릴 곡.

< Fly Me to the Moon> 각기 다른 가수가 부른, 내가 아는 버전만 40여 개.


이 곡은 1954년 작곡되었는데, 1960년 페기 리(Peggy Lee), 64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님이 불러 널리 알려지고,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의 엔딩 곡으로 사용되면서부터 더 유명해졌다.


여러 가수들이 다른 버전으로 부른 이 노래를.

이 한곡만 계속 돌려 듣다 보면, 어느새 달에 도착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다른 맛. 다른 분위기의 달에 데려다줄 것만 같다.


요새 나는,

♬ 줄리 런던 (Julie London) & 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 ♪  

♬ 시아(Sia)  버전의 달에! 즐겨가고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레고리 포터 & 시아

☆ SIA가 온라인 게임 파이널 판타지 XIV 에 영감을 받아 21년 새롭게 탄생시켰고 - 그레고리 포터님의 목소리는 재즈 그 자체 -  줄리 런던님의 목소리는 매력적


# 잔나비의 가을밤은 서정적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예전 <몽키 호텔 > 앨범 곡들에 꽂혀 있었는데, (나와 같은 잔나비 띠라 데뷔 때부터 좋아했다. 몽키 띠 ~) 최정훈 씨가 내가 좋아하는 플루티스트와 사촌지간임을 알고. 음악을 한다는 것은 피에 음표가 흘러야 하는 걸까. 다음 생에 뮤지션이 되려면 뮤지션 음표 피를 수혈받아야 하는 걸까. 각해봤다. 여러 가지 직업을 갖고 으므로 여러 가지 DNA를 믹스해야 할 듯하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쭉 내밀고 - 바람을 만지며 - 달과 함께 이 곡을 듣고 있으면 -

달밤의 바람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은 -


정말 가을 가을한 곡 ♩


              ♬ 잔나비 - 가을밤에 든 생각




  ☞ ♬, ♪ 요런 아이들 클릭하시면 영상 or 음악 들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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