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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자이너 이지연 Mar 09. 2021

1. 브랜드는 인격 - (1) 사업가는 철학자여야 한다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향기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내 삶의 이유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향기나는 사람으로 인해 내가 행복해졌던 경험 때문이리라. 겉모습이 화려하지 않아도, 젊고 예쁘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끌리는 사람을 누구나 만나본 적이 있이 있을 것이다. 그런 끌림은 그 사람이 가진 ‘격’, 즉 인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업에도 ‘격’이 부여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법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요즘, ‘법인’의 의미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도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들 속에서 함께 생노병사를 경험하며 성장해 가듯, 기업도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맞이한다. 사람과 기업이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에게는 평균 수명이 있는 반면, 기업의 수명은 제각각이다. 기업의 수명은 고객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프로슈머(Producer + Consumer의 합성어)의 시대다.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의 발달로,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작가, 예술가, 감독과 같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전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의 고객에게 접근할 수도 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누구나 사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시기도 없다. 더구나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 혹자는 120세까지 인류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고 한다.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의 <100세 인생>이라는 책에서도 이제 60세 정년은 사라졌고, 80세가 넘게 일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이제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누구나 다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앞에서 나는 누구나 사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시작’에 강조 마크를 했다. 이 말은 경쟁도 심해진다는 뜻이며, 시작은 쉬우나 성공은 어렵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면 차별화가 어렵고, 차별화에 실패하면 기업은 단명할 수밖에 없다. 차별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벤치마킹’을 한다. 2000년대 후반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85도씨 커피’가 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는 저가 전략이 당시 중국 소비자들에게 주효했던 것이다. 85도씨 커피는 저가 전략이지만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 효과적인 중심 상권(Downtown) 대신 임차료가 저렴한 외부 주택가에 많은 매장을 열었다. 그럼에도 85도씨커피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다. 그 비결은 바로 밤 늦은 시각, 어두운 주택가에서 유일하게 간판불을 훤하게 밝혀준 것이다. 매장 인근 주민들에게 고마운 가로등 역할을 해 주면서, 고객들의 마음 속에 ‘85도씨 커피’가 각인이 되었고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85도씨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기업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고, 어느덧 하루의 영업이 끝난 한밤 중에 간판불을 훤하게 밝혀 두는 브랜드들이 일반화되었다. 그 결과 모두가 네온사인을 켜 놓은 상태에서 어떤 브랜드도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85도씨 커피가 성공한 것은 간판불을 켜 둔 행동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 밤 늦게 귀가하는 고객에게 가로등처럼 고객 가까이에 있겠다’는 사업가의 철학에 근거한 것임을 간과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본질,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면서도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빠르게 돈 버는 방법’이라는 키워드에 더 이끌린다. 그것이 남들과 똑 같은 정답으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해 레드오션에서 허덕이는 지름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사에는 에너지라는 것이 있다. 사업도 인간사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사에서 통하는 원리를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인격이 높은 사람은 자신만의 심오한 철학이 있다. 그런 가치관이 향기가 되어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끌어당긴다. 사람들 사이에서 공생하는 기업 역시 높은 인격을 갖춰야 고객을 감동시키고 끌어당길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을 이끄는 사업가는 철학자를 지향해야 한다.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분명한 사업의 철학과 가치관을 먼저 수립한 후 이를 가시적으로 구현하는 활동으로써 비즈니스를 전개해야 한다. 이런 철학적 기반 없이 겉으로 드러난 활동만 할 경우, 거친 비바람과 폭우에 흔들리고 급기야 뿌리가 뽑혀 쓰러지는 나무처럼 외부 영향에 쉽게 좌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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