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사업가는 철학자를 지향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이제는 사업을 이루는 핵심 요소인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퍼스널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는 사업가의 인격처럼, 브랜드의 성격과 속성으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태어나면 이름을 붙여준다. 다른 사람과 구분하여 부르기 위해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어주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소위 사람이 ‘이름 값’을 하기 때문이다. 불러주는 이름대로 살아갈 확률이 높은데, 그 만큼 ‘이름의 성격’이 이름의 소유자의 삶에 미치는 에너지에 큰 영향을 준다.
브랜드는 상품에 붙여준 이름이다. 수많은 상품들과의 구분을 위해 붙여준 것으로, 소(cow)의 주인들이 자기 소와 남의 소를 구분하기 위해 불로 달궈진 쇠막대로 낙인을 찍은 데서 유래한 말이다. 브랜드(Brand)의 어원은 ‘불로 지진다’는 노르웨이어 ‘Brandr’이다. 브랜드와 관련해 ‘사무엘 매버릭(Samuel Augustus Maverick, 1803~1870)의 소’에 대한 이야기는 브랜드와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1].
매버릭은 1800년대 중반 미국 텍사스주에서 활동했던 법률가이자 정치인이었다. 그는 무료로 법률 자문을 해주곤 했는데, 사람들이 답례로 자신이 기르던 소를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매버릭은 목축에 관심이 없었고 소에 낙인을 찍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낙인이 없는 소 = 매버릭의 소’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매버릭’이라는 뜻은 ‘낙인이 없는 가축’을 부르는 대명사가 되었고, 여기에 의미가 더해져 매버릭은 ‘독립성과 개성이 강한 사람’의 대명사가 되었다.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 매버릭(maverick)은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a person who thinks and acts in an independent way)’라고 나온다.
매버릭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은 구별의 방식인 브랜드를 거부한 행동으로 오히려 ‘독립적이고 개성이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곧 브랜드에서 중요한 것은 낙인과 같은 표식보다는, 브랜드 자체가 가진 성격, 브랜드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가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런 매버릭의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브랜드가 있다. 필자의 저서 <베트남 비즈니스 수업>에 소개된 못(Một)은 현대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은 스니커즈 브랜드이다. 못의 디자이너이자 CEO인 한 휜(Han Huynh)은 현대 베트남을 ‘대조’로 정의하여 스니커즈를 디자인했다. 한 휜은 못의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표현하기 위해 세 가지 역발상을 브랜드에 담았다. 첫째 ‘디자인 자체가 브랜드(Design is Brand)’이다. 매버릭처럼 그녀도 못이라는 브랜드를 스니커즈에 새기지 않았다. 디자인 자체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디자인 위에 브랜드 로고를 새기는 여타 브랜드와 ‘대조’적이다. 둘째, 현대 베트남의 정체성을 ‘대조’적으로 디자인했다. 타 브랜드들은 신발 밑창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대신, 신발의 커버(윗 부분)의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못의 신발 커버는 극단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반면, 신발 밑창은 매우 복잡하다. 신발 밑창에는 베트남의 해안선이 담겨 있고, 베트남을 상징하는 기와 무늬와 베트남의 독특한 열대성 기후를 상징하는 우기의 물결 무늬가 새겨 있다. 한편 신발 커버는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을 담았다. 신발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신발끈의 흔적만 남겨 놓았다.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으나 가까이서 보면 ‘이 자리에 신발끈이 있군’ 하고 알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감추지 않는’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Personality)을 나타내기도 한다. 친해지고 가까워지면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을 디자인에 담은 것이다. 셋째, 못은 티깃 소비자를 설정하지 않았다. 타깃팅을 하는 것 자체가 고객을 차별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매버릭처럼 남들과 철학적 가치를 추구하자, 오히려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MZ 세대에게는 힙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중장년층에게는 못의 편안한 착용감으로 사랑받고 있다.
어르신들이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선택할 때, 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먼저 상상한 후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주듯, 브랜드도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브랜드는 어떤 정체성이 있고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인가? 어떤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1] DBR No. 315, Special Report 01, <무형의 가치를 활용한 브랜드 차별화>, 김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