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는가?’의 답은 결국 내 묘비명에 담고 싶은 말이다. 이는 곧 내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기억에 각인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기억의 메커니즘을 들여 다 볼 필요가 있다. 로버트 와이어(Robert Wyer), 윌리엄 언버자트(William Unverzagt)의 논문(Effects of instruction to disregard information on its subsequent recall and use in making judment)에 따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사람의 기억 구조가 2가지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가정했다. 논리적 기억과 감성적 기억은 늘 세트로 기억의 저장소(Storage Bin)에 담겨 함께 움직이므로 기억의 최소 단위라고 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논리로 시작해 감성적으로 ‘좋다’, 또는 ‘나쁘다’라는 판단에 영향을 미쳐야 기억에 남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서 우리는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핵심 팁을 얻을 수 있다. 논리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감성’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다. 핵심은 ‘감성적 판단(평가)’을 거쳐야 기억에 남는 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은 브랜드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고객의 감성적 판단에서 ‘좋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마크 조이너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에서도 고객이 궁금해하는 4가지 핵심 질문에 답을 하면, 어떤 제안도 3초 안에 가능하다고 했다. 이 4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당신이 지금 내게 판매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둘째, 그것은 얼마인가? 셋째, 내가 왜 당신을 믿어야만 하는가? 넷째, 그래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마크 조이너는 앞의 3가지 질문은 구매자의 논리에,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구매자의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기억의 구조와 일치한다.
이 4가지 질문 중 상품과 가격에 해당하는 부분은 상품 자체의 속성으로 가시적인 부분이지만 세 번째 질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와 관계가 깊다. 결국 논리적 기억의 첫 번째 정보에는 고객의 감성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뢰가 담겨 있어야 한다. ‘신뢰’라는 논리적 속성을 담아야, 고객의 감성적 기억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수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수많은 상품과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에 ‘신뢰’는 기억에 각인되는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핵심가치이다. 신뢰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시화’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브랜드 행동주의 (Brand Activisim)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행동주의는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가 2018년, <브랜드 액티브즘(Brand Activism: From Purpose to action)>을 출간하면서 나온 말로, ‘소비자들은 정부가 아닌 비즈니스 리더가 경제뿐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 주길 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것을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캐비앳 벤티토르(Caveat Venditor)라고 했다. 과거에는 정보의 불균형으로 소비자가 수동적인 소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인터넷으로 정보 접근성이 개방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한 일반 정보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코즈 마케팅(사회적 이슈를 기업 경영과 연계하는 활동),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선한 가치를 단지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행동하는지를 보고 그런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상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사명감과 함께 이를 일관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 기준이 있어야 한다. 사명과 행동기준이 되는 나만의 핵심가치를 세우는 것을 철학적 브랜딩이라고 한다. 인격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영감을 주어 존경받는 철학자처럼,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 역시 비즈니스에 철학적 가치를 담아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신뢰를 형성하여 기억에 남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먼저 갖추어야 할 철학적 브랜딩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