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팀 마케터 중에 막 대학을 졸업한 2001년생 멤버가 있다. 저녁 먹다 들었는데, 남자친구랑 영상 통화를 72시간 한다고 한다. 72분 아니고 72시간. 거의 물리 법칙을 위반하고 사과가 떠오른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표정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되물었다.
내 첫 번째 질문은 "화장실 갈 때는 어떻게 하는가?"였다.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는 표정으로 당연히 책상 위에 얌전히 두고 다녀온다고 한다.
내 두 번째 질문은 "잠잘 때는?"였다.
그냥 책상 위에 충전기 꽂아 두고 잔다고 한다.
패턴에 적응이 좀 되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못한
내 세 번째 질문은 "밥 먹을 때는 같이 켜두고 얼굴 보고 먹는가?"였다.
그렇다고 한다. 다만 문제는 현재 본인은 친구(여자)와 2명이 같이 살고 있는데, 그 친구도 남자 친구와 영상 통화를 켜두고 밥을 먹는다는 거다. 그러니까 4명이 같이 밥을 먹는다고 한다.
내 네 번째 질문은 "그렇다면, 밥 먹을 때 남자끼리 대화를 주고받는가?"였다. 그렇다고 한다. 그 둘은 의지와 무관하게 밥 친구가 되어버렸다.
물론 항상 대화를 하고 있는 건 아니고, 각자 할 일 하고 게임하고 책 보고, 유튜브 보다가 갑자기 말을 건다고 한다. 잠깐 감정이입을 해보았다. 울트라 마라톤 같은 걸 하는 건가. 뭔가 스마트폰 스트레스 테스트 같은 건가. 물론 와이파이 잘 터지고, 배터리 충전 꽂아두면 실시 가능한 건 아는데, 가능하다고 해서 굳이 다 해야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 저렇게 까지 하는 걸까 궁금해졌지만,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부정형 질문으로 뒤집으면 역시 또 필연성은 없는 거지.
생각해 보면 2001년생 여성의 삶이라는 걸, 한국에서라고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베트남에서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납득하긴 했지만. 항상 이해보다는 관찰로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