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베트남 소비 규모 작지 않다.
한국인 지인 중에 사업을 하고 있거나, 금융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 많다.
나한테 제일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베트남 물가는 한국 대비 어느 정도인가?'다.
호치민 1군, 서울 강남으로 지역을 한정하고 비교하면 대략 3배 정도 차이 난다.
물론, 한국과 베트남은 사업, 소비, 유통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업종이나 제품 등에 따라 편차가 크니까 애초에 질문 자체가 부정확하긴 하다.
대화를 이어가 보면 단순하게 관광지 물가나 살펴보고 결론 내리자는 질문은 아니다.
많은 경우, 베트남의 경제 상황과 발전 단계, 향후 진행 방향을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깔려 있다.
한 단계 더 생각을 해봤다. 무슨 숫자를 보고 어떤 구조를 머리에 넣어둘까?
1. 2023년 1인당 GDP
- 베트남 : 4,284 USD
- 한국 : 35,570 USD
한국이 베트남의 8.3배다. 베트남이 한국의 12%. 뭔가 체감보다 베트남 GDP가 더더욱 낮다!
그러면 물가 차이가 8배 나나?
2. 호치민 1군 기준 물가
출근해서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마사지 한 번 받고 집에 가는 하루에서 돈을 쓴다 쳐보자.
- 프랜차이즈 쌀국수 보통 1 그릇 : 6만 VND (3,300 KRW) _ 김밥천국 순두부찌개 정도 포지션
-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 한 잔 보통 사이즈 : 4.5만 VND (2,475 KRW) _ 투썸플레이스 아아 정도 포지션.
- 로컬 샵 마사지 90분 : 50만 VND (27,500 KRW)
- 주요 지역 원룸(스튜디오) 월세 : 1500만 VND (825,000 KRW)
위의 예시를 슥 보면 베트남 물가가 한국 물가의 30~50% 수준이다. 품목 따라 가게 따라 당연히 가감되지만 기본적으로 30% 선이라는 체감이다.
3. 호치민 물가 생각보다 안 싸다는 한국인 많던데?
주변을 보면 한국인들 중에 한국 제품 소비를 바탕으로 호치민 물가가 서울보다 별로 안 싸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한 번 생각해 보면, 베트남에서 한국 제품은 굳이 수입해서 쓰는 고가 품목이 맞다. 물류비랑 관세가 붙는데 당연히 원산지보다 비싼 게 정상이다. 약간의 분류를 해보면 공산품은 더 비싸고, 한식당은 (인건비/임대료가 더 싸니까) 서울보다 약간 더 싼 경향이 있다. 식당을 보더라도 한국에서 상당 부분 재료를 공수해 와야 되는 순대국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현지에서 베트남산으로 구할 수 있는 돼지 목살은 상대적으로 싸다.
- 편의점 소주 1병 : 7만 VND (3,850 KRW)
- 순대국 1그릇 : 20만 VND (11,000 KRW)
- 돼지 목살 1인분(180g) : 20만 VND (11,000 KRW)
4. 일반적인 수입품(브랜드 제품)
한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는데, USD 주고 수입하는 물건은 베트남이 한국보다 좀 더 비싸다. 관세 체계가 다른 게 1차 원인이겠지만, 베트남이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더 강한 듯하다.
-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3 러닝화 : 601만 VND (330,000 KRW) _ 한국에서는 299,000원
- iPhone 15 Pro 깡통 : 2,900만 VND(1595,000 KRW) _ 한국에서는 1,550,000원
이래저래 대체로 단순 소비만 보면 호치민과 서울은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GDP가 8배 차이 나는 거랑 숫자가 안 맞다.
찝찝하다. 왜 그럴까?
한 단계 더 들어가 보자.
여기서부터 사람마다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는데 내 관점의 핵심은 경제의 투명성이다. 현금 경제, 지하 경제의 비중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신용카드의 나라(거기에 금융실명제까지 얹은) 한국은 사실상 투명하게 집계가 되고, 베트남은 제대로 집계가 안 된다는 게 요지다.
1. 2023년 전체 소매 시장 규모를 비교해 보자.
- 한국 : USD 5,539억
- 베트남 : USD 2,760억 (물론 베트남은 투명도가 낮아 추정 한계는 있을 것이다)
베트남이 한국의 절반이다.
2. 인구?
전체 시장은 1인당이 아니니까 머릿수를 세야 한다. 딱 2배 차이 난다. 한국 5,100만 베트남 1억
즉, 소매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베트남의 1인당 소비 규모는 딱! 4배 차이다.
물가가 3배 차이 나는 거랑 얼추 비슷해진다. 남겨진 보정 사유도 생각해 봤다.
복합적 원인 중 제일 중요한 건 금융 시스템 차이라고 본다.
베트남은 할부나, 대출 같은 기본적인 소매 금융이 거의 없다 시피하기 때문에 내 영혼은 물론이고 다음 세대 영혼까지 끌어 쓰고 있는 한국처럼 돈 쓰기가 쉽지 않다. 열심히 번 돈으로 현금(!)으로 뭘 사도 사야 되는 거다. 양국 물가 차이를 감안해도 한국 소비 수준이 33% 과대 집계 되는 건 발달한(?) 금융 덕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Rough Calculation 결론!
- 소비 시장의 규모라는 단순하고 절대적인 기준에서 베트남은 한국의 50% 수준이다.
- 인구수 차이를 감안하면 1인당 소비는 베트남이 한국의 25% 수준이다. 물가는 30% 수준.
- 실제로 여기 사람들 사는 걸 보면 대충 1인당 GDP는 8,000달러 정도라고 보는 게 맞지 싶다.
+ alpha
- 물론 GDP는 생산 관련 지표라 소비가 불투명한상대적으로는 집계가 더 잘 되긴 할 거다.
- 베트남, 특히 호치민 유역은 1차 산물이 아주 풍부한 지역이다. 이건 공산품 대비 투명한 관리가 어렵긴 하다.
- 먹을 게 워낙 풍부한 지역이라 식량 수입 의존도가 아주 높은 한국인이 보기에, 여기 사람들은 먹는 건 잘 먹고들 다닌다.
- 완전 로컬 식당 가면 한 끼에 2,000원이면 해결 가능하다. 불법 노점상이 흔해서, 한국으로 치면 붕어빵집이랑 원가 계산 기준이 비슷해질 거라 논의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