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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놈Vietnom Jun 12. 2024

호치민, 사우나를 위한 도시

원치 않던 1년 내내 이열치열

부산이 고향이다. 대학 입학 때문에 서울에 살게 되었다.

그 와중에 남쪽 동네라고 서울에서 많이 들은 흔한 편견 중 하나가 "고향이 부산이면 추운 것보단 더운 게 낫겠네요?" 이런 식이다. 서울에서 부산 별로 멀지 않다. 나는 추운 게 좋다. 더운 건 딱 질색이다. 원체 몸에 열이 많았고, 땀도 적극적으로 내뿜는 몸이다.


근데 호치민에 살고 있다. 연중 평균 기온 28도 이런 동네다. 이렇게 표현하면 별로 와닿지 않지. 쉽게 말하면 1년 내내 낮에 30도가 넘는다. 별로 덥진 않고 뜨겁다. 계절 같은 건 없고, 건기 우기로 나눈다. 그러니까 건식 사우나랑 습식 사우나를 오가는 게 여기서 날씨란 것의 의미다.


밤에는?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열대야의 정의는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이다. 여기는 1년 내내 열대야다. 이 동네가 열대니까 그 밤이 열대야인 건 당연한 건가..싶지만 밤에도 덥다는 건 정말 나로서는 힘들다.

근데, 이 더위라는 게 기온이 전부가 아니다. 습도도 전부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날씨는 위도를 고려하는 개념은 (고향이 부산이면 추위에 약하죠? 질문 말고는) 별로 없는 듯하다. 사이즈 상 위도 차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여기는 위도가 10.8도다. 대충 적도 다 와간다는 소리다. 낮에 양지바른 곳에 1분 오도카니 서 있으면 이건 분명히 나를 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럴때 정오의 그림자를 보고 있으면, '그림자 거의 없지 않아?' 뭐 이런 느낌이 든다. 미취학 아동일 때 돋보기로 개미 좀 태워봤으면 이 의미가 와닿을 것이다. 여기는 하늘에 돋보기가 달려 있다!!! 나는 일개미고


궁즉통. 살길을 찾아야 한다.

호치민 와서 생긴 새로운 습관 하나가 있는데, 사우나 가는 거다. 나는 한국에서는 절대적으로 사우나를 싫어하는 인간이었다. 굳이 더운 곳에서 왜 힘들게 별로 많지도 않은 인내심 심지가 타들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냔 말이다.


근데 여기서는 한 번씩 사우나를 가서 (나름대로) 이래도 되나 싶게 버티다 나온다. 그러면! 밤에 시원하다. 25도 따위는 아주 시원한 것이다. 원래 사우나라는 말 자체가 핀란드 말이고 그 겨울이 춥고 긴 동네에서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나, 이열치열의 나라에서 온 나는 추운 날씨엔 사우나 안 하지만, 35도에는 한다.


정확하게 글을 쓰는 지금이 사우나하고 나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글을 쓰는 와중이다.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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