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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이노 Jan 03. 2023

2023년 어서 오고

2023년 내가 사용했던 모든 돈들에게 1


https://www.youtube.com/watch?v=OHS1PYKoGuQ

  2023년 첫 곡은 STEP♡



이번 연말은 평소와 조금 다르게 보냈다.


1. 30일 저녁에 송년회 술자리에 갔다. 원래 나도 가족도 친구들도 아무도 술을 안 마셔서 술자리에 갈 일이 없는데, 알콜쓰레기인 나를 모임에 끼워주신 술꾼도시인간분들 덕분에 20대 때도 안 하던 밤샘 술자리를 여러 번 경험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재밌더라. 맛있는 안주 먹고 노래방 가고 좋아하는 제로콜라만 축내다 오니 가성비 좋게 놀다 오는데, 다만 택시비가 너무 아까워서 이번 송년회에는 택시비 쓰는 대신 꼭 해장국집에서 밤을 새우며 해오름을 보자고 했었다. 그런데 날도 춥고 3시가 넘어가니까 너무 졸렸다 ㅠㅠ 첫 차 시간까지 기다리는 게 헬이라 다음에는 아예 숙소를 잡아서 요리도 하고 잘 사람은 자고 더 재밌게 놀자고 약속했다.


2. 31일이 토요일이라 송구영신예배를 밤에 하지 않았다. 송구영신예배를 가기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신 할머니댁에 갔다 왔는데, 말일에 할머니댁에 간 것도 처음인 것 같다. 30일의 여파가 조금 남아 있어서 하루종일 푹 쉬고 점심 저녁 다 배달시켜 먹었다.


3. 가요대제전을 챙겨 봤다. 원래 남들이 하는 건 다 안 하는 습성이 있는데, 올해만큼은 가요대축제든 가요대전이든 꼭 가고 싶었으나 역시나 모두 당첨되지 않았다. 방송에서 최초 공개되는 무대들이 있어서 가요대제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꽤나 즐거웠다. 2023년 1월 1일 새해 카운트다운 후 첫 무대가 STEP이어서 자연스럽게 올해 첫 곡은 STEP이 되었다. 오히려 좋아! 가사도 좋고 무대 너무너무 잘하더라. MC 윤아도 정말정말 좋았고, 여러모로 의미 있었다.



이제 2022년은 정말로 다 지나갔다.

그리고 2023년 새해가 다가왔다.

다들 1월 1일이면 새해 목표를 잡아보지 않는가?


나의 현재 가장 절실한 목표는 '절약'인데, 이미 가계부는 매일 쓰고 있고 월간 예산도 세워 보고 하지만 이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물가 상승도 너무 가파른 게 실생활에서 느껴지다 보니,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돈은 또 돈 대로 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돈을 모으기에 매우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 자취를 하지 않고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돈을 못 모으면 언제 모으겠는가!



내가 꼭 써야 하는 고정비는 다음과 같다.


<고정비: 월 39만 원 / 연 468만 원>


1. 교통비 월 8만 원대

원래는 삼성카드 혜택으로 월 6천 원 할인을 받고 있었는데, 교통비 할인 혜택이 더 큰 알뜰교통카드를 발급받아서 12월 말부터 써보고 있다. 4월에 교통비가 300원씩 오른다고 하니, 인상폭만큼 할인으로 상쇄되기를 기대해 본다.


2. 통신비 월 24,750원

2년 반 전에 아이폰 SE 2세대가 출시되자마자 128GB를 555,000원 기기값 완납하여 구매했고, 이벤트로 에어팟 프로 1세대가 당첨되어 현재까지도 아주 잘 쓰고 있다. 폰은 이제 배터리가 조금 빨리 닳기는 하지만, 크게 망가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쭉 사용할 예정인데 2022년 초에 출시된 아이폰 SE 3세대를 가격을 보니 128GB 정가가 73만 원이더라... 고물가 고환율 때문이겠지만 앞자리가 확 달라져 버리니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선 이어폰도 마찬가지다. 동생이 이번에 소니 헤드폰을 샀는데 농담으로 죽기 전에는 다시 안 사신단다. 헤드폰 말하는 거 맞겠지?

아무튼 LTE 베이직 요금제에 선택 약정 할인을 받고 있는데, 월 기본 데이터가 1.5GB라서 부족하긴 하다. 멤버십 포인트며 패밀리박스며 Y박스며 최대한 활용하고, 그동안 별도 설정을 안 해서 못 쓰고 있었던 지하철 와이파이도 다시 쓰고 있다. 알뜰폰 요금제도 항상 갈아탈까 고민하고 있는데 인터넷과 TV, 집 전화까지 가족 결합 할인을 꽤 받고 있어서 잘 따져봐야겠다.


3. 보험료 월 39,970원

2036년 9월까지 납입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참 까마득하지만 언젠가 그날이 반드시 오겠지. 기분 정말 묘할 것 같다. 남은 기간 13년 9개월 = 165회 완납해야 하는 금액은 6,595,050원이다.


4. 헌금 월 약 3만 2천 원

2023년 기준 연 385,000원 = 5,000원*53회 + 30,000원*4회 (신년, 부활, 추수, 성탄) / 십일조는 별도이다.

이 부분은 부모님께서 생활비를 안 받는 대신 반드시 챙기시는 부분이고, 나 스스로도 우선순위를 두는 부분이어서 줄일 수 없다.


5. 운동 월 16만 원

악으로 깡으로 운동하러 가면 최대 주 10시간도 할 수 있는데, 처음만큼 열정이 넘치지는 않아서 주 2-3회, 주 2-3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 10회만이라도 가면 회당 16,000원 꼴이다. 운동 효과는 꽤 만족스럽다. 지금은 조금 시들하지만 한창 팔, 다리, 복부 근육이 붙었을 때는 일상생활에도 활기가 더 도는 게 느껴졌다. 꾸준히 평생 운동하려면 언제나 다치지 않게 조심할 것!


6. 경조사 월 5만 원

인색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면 당황하기 마련이라 미리 준비하려 한다.



나의 원대한 목표 지출 예산은 월 50만 원인데, 그러면 고정비 빼고 변동비로 쓸 수 있는 돈이 11만 원 밖에 안 남는다. 콘서트도 가야 하고 점심 도시락 장도 봐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가끔 머리도 해야 하는데...


짠테크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공통되는 절약 방법이 있다. 최근 홍승완 작가님의 '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를 읽었는데 알뜰교통카드 정보도 이 책에서 보고 바로 실천한 것이다. 올해 드디어 지하철+버스 통합 정기권도 나온다고 하니, 잘 비교해보고 써야겠다.

짠테크 방법에는 앱테크, 생활비 절약뿐만 아니라 무지출 챌린지, 생활비 달력으로 매일 현금 1만 원만 쓰기 등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내가 직접 시도해보았을 때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소비 신호등'이었다.

소비 신호등이란, 나의 소비 내역을 확인해서 필수적인 지출은 초록색, 낭비는 아니지만 줄일 수 있는 항목은 노란색, 낭비는 빨간색으로 표시하여 반성하는 것이다. 고정비는 초록색, 변동비는 대부분 노란색인데 내 경험 상, 소비 자체의 만족도가 떨어질 때 망설임 없이 빨간색을 표시하게 되었다. 즉, 돈을 썼는데도 만족스럽지 않고 돈이 아까울 때 자연스럽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더란 것이다.

예를 들어, 꽤 오랜 기간 궁금했으나 웨이팅이 길거나 기회가 닿지 않아서 등등 먹어보지 못 한 음식이 있었는데, 큰맘 먹고 배달 주문을 해서 먹어봤더니 가격 대비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 나의 가계부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나의 경우 그렇게 표시를 하고 나면 다른 배달 음식도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되고, 소비 자체에 경각심을 느끼게 되어서 좋았다.

하지만 소비 신호등의 유일한 단점은 나의 소비 대부분이 빨간불이 아닌 노란불이라 뭘 어디서 어떻게 더 줄여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힌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줄일 수 있는 소비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내 소비에서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오직 식비, 식비, 식비다. 동생의 주입식 교육으로 필요 없는 비닐은 안 받고, 텀블러 없으면 커피를 안 사 마시고, 군것질도 거의 안 하는 습관이 자리 잡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말에 냉장고를 뒤지다가 땡기는 게 없으면 배달 어플을 켜게 된다.

정말 돈을 아끼고자 하면, 부모님이 나를 굶게 내버려 두지는 않으실 테니 집밥만 먹고 또 그 집밥을 도시락으로 싸서 다니면 될 테지만 사실 나에게는 그것이 꽤나 불행한 일이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지 않는 대신 생필품과 식료품을 대신 장 보는 일도 자연스럽기에, 행복과 건강을 잃지 않고 불효도 저지르지 않으면서 돈도 아끼는 방법을 올해 잘 찾아봐야겠다.



그래서 변동비는 서박하 작가님의 책 '소비 단식'에서 큰 영감을 받아 아래와 같이 운용해보고자 한다.


1. 생필품은 산다.

생필품의 기준은 사람마다 너무나 다를 것이고, 나 스스로도 아직은 그 해답을 모르겠다. 짠테크,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 중에 제로웨이스트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는데(짠테크와 미니멀리즘은 안 사면 되고, 제로웨이스트는 안 사도 쓰레기가 생기니까), 집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화장품들을 보면 미니멀리즘도 정말 어렵구나 싶다. 한창 코덕질, 즉 화장품 덕후로 살았을 때 사두었던 물건들이 아직도 집에 정말 많다. 그러다가 최근에 집에 쟁여둔 리스테린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모르고 또 대량으로 샀을 때 충격을 받아서 서가 하나를 생필품용으로 정리했다. 이미 사둔 샴푸, 바디워시, 클렌징오일 등등이 많다. 샘플도 많다. 색조 화장품도 솔직히... 죽을 때까지 써도 남을 양이고, 아무리 가루네버다이라도 아마 다 쓰기 전에 대부분 다 버려야 할 것이다. 크리니크 치크팝이 15개 있으니 말 다 했지 뭐... 하지만 이렇게 집에 뭐가 많은데도 기초 화장품이나 포인트 메이크업 리무버 등등은 꾸준히 더 사야 하더라.

생필품은 사되 이미 사둔 것을 다 쓰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없을 때 하나만 산다. 없이도 살아 보면서, 생필품의 기준 또한 고민해보도록 하자.


2. 매월 1일과 15일에 식료품 대량 구매를 한다.

그동안의 소비를 점검해보았을 때, 마켓컬리나 쓱, GS프레시 등등 장보기 어플에서 한 번에 4만 원 이상 팍팍 쓰는 돈이 여러 번 모이면 정말 큰 금액이 되었다. 그래서 무료 배송 기준을 맞추느라 꼭 필요하지 않은 식료품까지 한꺼번에 대량 구매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 필요한 것만 한 개씩 구매하는 게 절약하는 데에는 더 나았다. 콜라도 박스로 사두면 한 캔 마실 걸 두 캔, 세 캔 더 마시게 되더라.

같은 재료로 다양한 요리하는 것과 냉장고 파먹기를 좋아해서, 평소에 요리 아이디어들을 메모해뒀다가 다음 달 1일에 몰아서 구매하는 게 나에게 잘 맞았다. 또한 방울토마토, 반숙란, 고구마 등등 도시락용 식재료를 한 번에 대량 구매하면 저렴하기도 하고, 월말쯤에는 그 음식이 질려서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그러면 다음 달에는 또 다른 식재료를 대량 구매하면 된다. 사실 1일에 아무리 대량 구매를 해도, 신선 식품은 한 달 내내 먹는 게 불가능하고 또 한 달 치 식사를 다 해결할 수는 없으니 15일에 한 번 더 기회를 주도록 하자. 그러면 월 8만 원 정도 장보기 예산에 배정이 된다. 목표는 해당 월에 다 소진할 수 있는 만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들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다.


3. 가족을 위해서는 돈을 쓴다.

1번, 2번과 일맥상통하는 고민인데 현재의 가족을 위한 생필품비와 식비 VS 미래의 가족을 위한 저축과 투자의 균형을 잘 잡아 나가고 싶다. 나의 최근 몇 년 소비를 돌아봤을 때 가장 아깝고 후회되는 부분이 덕질로 낭비한 돈이었다. 코덕질처럼 내가 쓸 물건을 사거나 덕질 대상의 본업 결과물에 돈을 쓰는 건 그나마 낫다. 하지만 너무 가까운 덕질로 아무것도 남지 않는, 완전히 허비해버린 돈이 너무 많았다. 친구들도 중요하고 사회 생활하면서 챙기는 경조사비나 친목비도 중요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부모님, 동생과 한날한시에 가는 게(?) 나의 꿈이지만 이 시간이 영원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특히 부모님과 동생에게 쓰는 돈은 제대로 잘 쓰고 싶다. 생필품비, 식비 외에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되, 이 역시도 핑계 소비는 아닌지 항상 숙고하고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끼면서 똑똑하게 소비할 것!


4. 불가능해 보이는 연 3천만 원 자산 증식에 도전한다.

내 연봉으로 불가능한 액수지만, 투자와 부수입을 통해 최대한 도전할 것이다.


5. 중간에 실수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한다.

서박하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이다.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목표로 소비 단식을 시작하신 것도 놀라웠고, 또 중간에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한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나에게만 아주 엄격한 면이 있어서, 완벽하지 않으면 다 포기하고 없던 일로 하고 싶어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인생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지 않은가. 각 잡고 도전하는 건 2023년이 처음이니, 조금씩 유혹에 지고 낭비하고 후회할 일을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나는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은 사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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