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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이노 Dec 27. 2022

극한절약한다더니 하루에 25만 원 쓴 사람이 있다?!

2023년 내가 사용했던 모든 돈들에게 0


어제였다.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치아 스케일링 후, 다음에 오면 위쪽 어금니 레진 치료를 다시 하자며 원장님과 약속했던 바로 그날이.

가뜩이나 가로 입도 작은데 가장 안쪽 윗 어금니라 치료 시간을 1시간은 잡아야 했고, 치과는 6시에 닫으니 퇴근하고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반차를 쓸까 연차를 쓸까 고민 끝에 연차를 썼다. (출퇴근은 왕복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여기서 잠깐 집순이 특!


집순이는 집을 한번 나가는 순간 최소 세 가지 일은 해내고 돌아온다. 보통 다섯 개, 여기저기 들르면 열몇 개도 하루 안에 처리해 낸다. 그것이 집순이니까.


어제도 나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하기 위해 미리 동선을 짰다는 말이다.



즐겨보는 유튜버 중에 '연동이네'가 있다. 식품회사 쿠캣 직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인데 거기서 미스터피자 뷔페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생이 피자를 좋아해서 같이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굉장히 한정된 지점에서만 운영이 되어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안 되었고, 심지어 가려고 했던 지점이 중간에 빠져버리기도 했다. 다음 달이면 운영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당장 가기로 하고, 연동이네 영상에 나온 아차산점으로 출동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vW2MRUfEHY

예습의 중요성! (출처: 유튜브)


<[공지] 12월 피자뷔페 운영매장 안내> (출처: 미스터피자 공식홈페이지)

https://www.mrpizza.co.kr/cscenter/notice?seq=4208



오픈 시간인 11시 조금 넘어 매장에 도착하니 손님은 우리(나+동생)와 어떤 혼밥러 딱 한 분뿐이었다. 샐러드바는 이미 세팅되어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계산서를 가져다주셨다.


첫 입은 정말 추억의 맛 그대로였다.

단호박, 감자 샐러드, 크림 파스타를 먹는데 매장 안에 울려 퍼지는 투애니원 노래 들으면서 샐빠 털던 고등학생 때가 바로 생각나더라 와...


오픈 시간에 피자가 바로 안 나와서 샐러드 한 접시 먹고 좀 기다렸더니 배가 얼추 차버려서 아쉽지만 그래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먹었다. 다행히 원래 1시간 반 이용 제한이 있는데 피자가 늦게 나오기도 했고 만석이 아니어서 그런지 시간을 넘겨도 별말씀은 없으셨다.

12시쯤 되니까 북적북적 손님들이 꽤 오셨다. 피자는 계속 랜덤으로 반반 피자가 나오는데, 손님들이 좀 계셔야 피자 회전율이 올라간다.


이런 작은 한 조각 되게 좋아함 (조각 수 채우기용)


갈릭 디핑 소스 마시자고 했었는데 그냥 저만큼이 최선이었다. 그래도 3천 원어치는 된다는 것 같은데?!


스테이크 피자도 먹었으니 다 됐어


미스터피자 뷔페 가격은 평일 12,900원 / 주말 14,900원이다. 먹기 전에 동생한테 각자 8조각은 먹어야 한다고 나댔지만 샐러드바를 먹는 순간 그냥 다 내려놓았다. 일반적인 피자 한 판을 할인받아서 주문하면 2만 원 대일텐데 솔직히 둘이서 그만큼은 못 먹었다. 보시다시피 피자가 작고 얇다. 근데도 4조각 정도 먹으니 더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너무 불렀다. 남는 음식 버리기가 싫어서 가져온 건 열심히 다 먹었다.


환경부담금 지금 봤음... 3천 원 아꼈다! 와!


가족 단위 손님들과 모임 하시는 손님들, 혼밥 하시는 손님들도 꽤 계셨는데 두끼 떡볶이처럼 커피까지만 딱 있으면 완벽할 것 같다. 배불러서 연두색 사과맛 젤리 못 먹은 거 아직도 충격... 요거트도 구경만 했다 ㅠㅠ

9,900원 하던 애슐리 런치도 없어졌으니 한식 뷔페 제외하면 꽤나 가성비 있는 피자 뷔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빕스 혼밥 하던 김동완 씨가 너무 충격적이었는데(비싸니까) 잘 드시는 분이라면 혼밥도 추천드린다.


아무튼 아무 생각 없이 성탄절에 피자 먹을 뻔했지만 안 먹은 나 칭찬한다. 올해는 피자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번 주에 점심 피자 회식하기로 했네...ㅎ



2시간여의 힘겨운 싸움(?)을 끝내고 내 안경을 맞추러 갔다.


으뜸50안경을 혹시 아시는가?

그곳에서 나는 주로 출근용 3개월 소프트 렌즈를 구매한다. 안경은 불편한 점이 참 많다. 그런데 비행기에서는 렌즈 끼는 게 안 좋다고 해서, 마침 2년 전에 맞춘 뿔테 안경이 렌즈가 다 갈리고 무엇보다 유행이 너무 많이 지난 디자인에 균형도 상실하여 마스크 위에 삐뚤게 써지는 모습이 영 별로라 여행 가기 전에 새로 구입하기로 했었다. 어나더 해외여행 파생소비!


가볍고 적당한 크기의 금속테 안경을 골랐다. 테가 45,000원이고 렌즈가 44,000원. 총 89,000원이다. 그나마도 테가 가늘어서 렌즈 압축을 하느라 렌즈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내일(그러니까 오늘) 이후로 찾으러 오라고 하시더니 다 만들었다고 어제 오후 6시 반에 문자를 남겨주셨다. 결제한 지 4시간 반 만에 완성해주신 것이다. 가격도 저렴한데 항상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좋아하는 곳이다. 이번에 갔을 때 썩어버린 동생 안경의 코받침도 무료로 교체해 주셨다. 개이득.


보통 렌즈는 2년 치를 한꺼번에 구매하는데, 올해 6월에 안일함 및 실수로 인해 무려 4년 치 렌즈를 한 번에 사버렸다. 총 144,000원. 일회용 렌즈 한 달치 가격으로 1년을 쓸 수 있으니 정말 가성비가 좋다. 2026년쯤 다시 사러 가겠지.



안경을 맞춘 후에는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다. 이벤트 경품으로 받은 텀블러 쿠폰이 있어서 신메뉴(였던) 스노우 바닐라 티 라떼를 벤티로 텀블러에 받았다. 정가는 7,100원이다. 진짜 비싸다.

락앤락 메트로 드라이브 텀블러는 650ml 용량이라 벤티 사이즈 음료가 들어가서 좋다. 다만 빨대 꽂아서 운전할 때 마시는 용도라서 밀폐는 전혀 안 된다. 뚜껑은 정말 먼지 방지 정도만 한다. 음료를 받으면 가방에 절대 못 넣고, 손에 들고 가야 한다. 손이 시렸다. 스노우 바닐라 티 라떼는 바닐라 맛이 강해서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을 녹인 느낌?! 맛있었다. 치과 진료 후 마취가 덜 풀린 입으로 밥 먹기가 뭐해서 저녁으로 그냥 때웠다.



동생 텀블러에는 할리스 제주말차라떼 레귤러(354ml)를 100원 내고 받아왔다. 정가거부님 유튜브에서 보고 참여한 이벤트였는데, 12월 31일까지 할리스 앱 신규 가입 시 카페라떼/우리고구마라떼/제주말차라떼 중 레귤러 한 잔을 100원에 마실 수 있는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사용 제외 매장 참고)


https://www.youtube.com/shorts/kPA5EmUGN1I


https://m.hollys.co.kr/news/eventView.do?idx=344



매달 내는 보험료 39,970원도 어제 자동이체로 출금되었다.


GS25에서 동생이 좋아하는 슈퍼말차 녹차(힛더티 슈퍼말차 워터)를 2+1으로 사줬다. 3,400원.


미스터피자 다녀온 지하철 교통비 1,350원*2회 = 2,700원도 잊어선 안 되지.





그러니까 이 모든 소비의 시작은 치과였다.


치과에서는 스케일링과 치아 1개 치료비로 딱 10만 원을 썼다. 10만 원의 치료로 100만 원짜리 임플란트를 막은 것이리라 믿는다.



이렇게 어제 쓴 돈은 총 248,070원.


열심히 글을 써놓고 보니 이건 이래서 써야 했어라고 소비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시도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모든 소비는 내가 가진 선택권들 중에 가장 가격도 품질도 좋은 가성비 소비들이었다.


바꿔 말하면 더 돈을 아끼는 것은 무의미한, 꼭 써야만 하는 돈들이었다는 뜻이다.

꼭 써야 해서 쓴 돈인데 소비 그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아봐야 무슨 의미겠는가.


하지만 딱 하나, 어제 돈을 쓰면서 이렇게 돈을 많이 쓸 줄 알았으면 내년에 카드 실적 필요할 때 맞춰서 쓸 걸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12월 26일이나 1월 2일이나 별 차이도 없을 텐데 그렇게 동선이며 일정이며 다 계획해놓고 지출 계획은 제대로 세우지 않아서 왜 아무 생각 없이 적립 혜택도 못 받고 실적도 인정 못 받는 방식으로 결제했을까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러니까 돈을 쓰는 것은 OK지만 쓰는 방법을 조금만 더 섬세하게 계획했다면 나에게 더더욱 이득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내가 다시 차분하게 내린 결론은 이미 쓴 돈은 쓴 돈이고, 또 어쨌든 쓸 돈은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은 아니어도 이런 식으로 조금 상세하게 소비를 반성해보면 깨닫는 바가 여럿 있을 것이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지출 내역이 공개된다는 생각을 하면 나도 조금 더 신중하게 돈을 쓰지 않을까?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라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면 좋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정리해보고자 한다.


2023년 내가 사용했던 모든 돈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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