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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이노 May 03. 2023

2023년 4월 결산

2023년 내가 사용했던 모든 돈들에게 5


갑자기 벼락 맞은 듯 미친 절약을 실천한 2023년 4월을 돌이켜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달은 2019년 3월에 예산 475원을 남긴 후로 가장 돈을 적게 쓴 달이었다. 무려 4년 만이다. 와우!



1. 저축: 65만 원

- 청년희망적금 50만 원

-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 원

- 연금 및 상조회 5만 원


2. 투자: 약 216만 원

- 주식 예수금 입금: 73만 원

* 부수입 약 22만 원 포함

주말 출근: 147,000원 / 현금성: 79,529원 (신한, KB, 페이북, 토스, 모니모, 핀크, 뱅크샐러드, 설문조사, 니콘내콘 등)

- 수익금 재투자: 1,434,502원


3. 지출: 501,600원 (월 예산 1,600원 초과)

- 미용실 12만 원

- 약속 3번 / 문화생활 2번 (영화, 전시회 얼리버드)

- 배달, 포장, 식재료 구입 8번 이상


* 못난이 세척 고구마 10kg짜리를 인터넷에서 1만 원대에 살 수 있다. 나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3,900원 쓰고 13,000원만 결제했다. 고구마 철이 아니라서 몇 개는 상태가 안 좋았지만 달고 맛있었다. 판매처에서는 일주일 내 섭취를 권장했는데, 정 안되면 쪄서 얼려두면 된다. 식사 대용으로도, 간식용으로도 아주 좋고 저렴한 식재료이다.


* CU에서 스미후루 반값 바나나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5개 들이에 정가 2,100원도 저렴한데 아침 7-9시 사이에 월별 카드 할인을 받으면 1,470원에 살 수 있다. 심지어 5월 11일까지는 기간 할인 적용돼서 1,500원이고, BC/KB카드 결제 시 870원이다. 재고는 포켓CU 앱에서 조회 가능하나, 근처 CU가 있다면 여러 군데 둘러보기를 권한다. 평생 아침을 안 먹었는데 아침에 바나나를 하나씩 먹어보니 집중도 잘 되고, 점심에 뭘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파서 식곤증이 없어졌다. 공복에 바나나, 고구마 모두 안 좋다고는 하는데 계란, 방울토마토가 질릴 때 추천할 만한 가성비 식사 대용템이라고 생각한다. 재고 상태에 따라 안 익은 바나나부터 푹 익은 바나나까지 랜덤이다.


* 최근에 김밥, 쫄면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 마침 배민 배달비 4천 원 할인 쿠폰이 생겨서 딱 배달비 4천 원인 육회 쫄면과 연어 뱃살 초밥을 배달시켜 먹었다. 육회 쫄면은 2인분 기준 14,900원이라 그냥 쫄면보다는 비쌌지만 육회가 들어 있으니 당연히 더 비쌀 수밖에 없고, 집에 있던 샐러드 채소 추가해서 맛있고 좀 더 건강하게 잘 먹었다. 그런데 연어 뱃살 초밥은 6개에 9,500원이었는데 아주 아주 작았다. 지금 계산해 보니 개당 1,500원 꼴이니 작을 수밖에 없는 가격이었구나... ㄷㄷ 평소에 먹는 저렴한 초밥의 1/2 크기라서, 그냥 4개로 개수를 줄이고 크기를 좀 더 키워주시면 좋을 듯하다.


* CU에서 간식을 사면서 카카오페이 포인트 7,128원과 현금 172원을 사용했다. 빵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 없이 구입했는데 너무 충격적으로 맛이 없어서 포인트가 아까울 정도였다.


* 요즘 치킨 값도 오르고 배달비도 오르고 영 부담스러운데, 네네치킨이 자사앱 주문 시 5천 원 할인해 줘서 레드마요를 포장 주문해서 먹었다. 스리라차마요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정가 19,000원이면 저렴하니까! 근데 지금 보니 그냥 후라이드는 16,000원이구나 ㄷㄷㄷ 사실 아빠가 사 오시는 시장 1만 원 치킨도 좋아하고, 3월에 노랑통닭이랑 교촌도 먹었는데 평소에 사 먹던 지점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엄청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네네치킨이 이렇게 맛있었나 싶을 정도로 후라이드가 미쳤었다. 어차피 레드마요 소스는 뿌려 먹지 않고 찍어 먹기만 해서 다음에는 후라이드로 시키면 딱 좋겠다. 5천 원 할인받고 네이버페이 포인트 4,300원 써서 9,700원만 지출했다.


* 주말 조조 영화 예매 2장 각각 페이북, 오케이캐쉬백 할인받아서 총 12,343원 지출했다.


* 땡겨요 땡데이 이벤트로 KFC 징거버거를 공짜로 받았다. 영화 보고 집에 오는 길에 포장 주문하고, 맥도날드 앱 쿠폰 써서 빅맥도 3,300원에 구입했다.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가 출근 시간 이후에 열고 퇴근 시간 전에 닫아서 주말에 동네 나온 김에 3천 원짜리 아아메를 마셔봤다. 네이버 주문이 가능했는데 당시에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3천 원이 없어서 네이버페이 결제만 했다. 결론적으로 이날 먹은 것들은 모두 실망스러웠다.


* 마켓컬리는 1만 원 쿠폰이 올 때만 주문하는 편인데, 마침 컬리카드 첫 결제 3만 원 할인과 중복이 되어서 망고향 스테비아 방울토마토, 땡초 꼬마김밥, 갈릭베이컨마요 김밥, 참치 김밥, 마늘 순대, 냉동 꿀 블루베리, 모듬 초밥 12p를 실 결제 1,218원에 샀다. 다 만족스러웠다.


* 친한 친구들한테 거지로 살아야 한다고 하니까, 친구가 근처에 세븐일레븐이 없다고 안 쓴 간식 기프티콘과 5천 원 권을 나에게 보내줬다. 압도적 감사!!! 기프티콘은 해당 간식들로 바꾸고, 금액권은 삼각김밥 하나랑 2+1 하는 오미자 음료를 사고 500원 추가 결제했다. 근데 처음에 매실 음료랑 교차 증정되는 줄 알고 그냥 결제했다가 쌩으로 2천 원 더 쓸 뻔했다;;; 항상 주의!


* 카카오쇼핑라이브에서 어른이날 이벤트를 해서 카카오쇼핑 포인트를 2,100원 받았다. 다른 가족들은 800원 정도 받아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고래밥 볶음양념맛과 동생이 좋아하는 미쯔 기프티콘으로 교환했고, 내 포인트로는 다이소 1천 원 권을 2장 사서 어버이날에 외할머니, 친할머니께 드릴 카네이션 코사지를 샀다.


* 정가거부님 영상을 보고 해피오더에서 16,000원 할인받고 피자헛 포장 주문을 했다. 카카오페이 포인트 10,600원 쓰고 실 결제는 300원 했다.


* 이래저래 당첨된 스벅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3장을 니콘내콘에 3,470원에서 3,480원씩 받고 팔았고, 뒤늦게 발견해서 유효기간이 얼마 안 남아 판매 불가한 기프티콘은 사용했다. (벤티 아이스 블론드 아메리카노 5,500원 - 텀블러 할인 400원 - KT 사이즈업 500원 - 기프티콘 4,500원 = 100원 네이버페이 포인트 결제)



4. 후기

지난달에 언급했던 앱테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지출 방어와 부수입이 좀 있었다. 특히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포인트는 현금화는 안 되어도 지출 방어에 아주 유용했다. 5월에는 현금성 부수입에 집중하려 한다. 엄마 생신 케이크 정도는 포인트로 살 수 있을 듯하다.


요즘 거지방이 유행한다고 한다. 고독한 영수증방이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출석체크나 설문조사 등 앱테크를 한참 하다가 그만두고, 또 열심히 하다가 징글징글해서 관두곤 했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해 보니 설문조사 사이트들 중 한 군데 자동 탈퇴당한 곳 빼고는 적립금이 남아 있어서 유용하게 현금화했다. 최근에는 아예 이런 앱테크를 온라인/디지털 폐지 줍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앱테크로 부자가 될 순 없다. 초반에는 인스타 팔로우나 카톡 플친 추가, 회원 가입 등 몇 백 원씩 혹은 1천 원 이상 한 번에 쏠쏠하게 쌓이는 경우도 있지만, 몇 번 하고 나면 거의 1원씩, 많아봐야 10원씩밖에 안 쌓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쉬거나, 책을 읽거나, 투잡을 하거나 뭘 해도 이것보다 더 생산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투잡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상을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는 꾸준히 앱테크를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앱테크를 하는 동안에는 1원 하나도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엄청나게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뭐 하나 살래도 기프티콘 하나, 그 몇 백 원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여러 번 버튼을 터치해야 하는지 몸이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돈을 턱턱 쓸 때와는 또 다른, 돈을 아껴 쓰면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이 또 따로 있기 때문에 먹튀나 과도한 개인정보 유출만 주의하시면서 조금씩은 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위에 언급한 지출 내역들을 보면 절약한 것치고는 알차게 잘 먹고 다녔음을 알 수 있다. 따로 할인을 받지는 않았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던 소비들도 있었다. 하루 만에 징기스칸 양고기, 양곱창전골, 딸기 케이크 등에 꽤 큰돈을 썼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딸기 케이크는 4만 2천 원짜리였는데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네이버 예약을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고, 언감생심 꿈도 안 꿨던 케이크인데 롯데월드몰에 들렀다가 운 좋게 득템 했을 뿐만 아니라, 딸기가 끝물인데도 내 평생 먹어본 생크림 딸기 케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당도면 그냥 생딸기를 쓰시지는 않는 것 같지만, 그만큼 행복한 맛이었다. 쓸 데 쓰고, 안 쓸 데 안 쓰는 현명한 소비의 맛이었다.



여기까지는 쉽고 무탈하게 절약에 성공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중간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날들이 있었다. 두통이 올 정도였다. 이미 예산에서 800원이 초과된 상황이었고 추가적인 지출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4월 말일에 약속이 남아 있었다. 이미 월초에 내가 평양냉면을 먹자며 식당과 메뉴를 정해두었고, 냉면 하나 값과 수육 반절 값도 미리 따로 빼두었다. 근데 커피 값을 안 빼둔 거다.


5천 원의 추가 여유가 없으니 밥만 먹고 카페에는 안 가고 싶었다. 둘이서 면 하나 수육 하나만 먹을까도 고려해 봤지만 검색해 보니 수육 양이 적어서 안 될 듯했다. 그러다가 미리 약속에 대해 상대와 이야기를 해보니, 밥 먹고 카페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가 아닌가! 괴로웠다. 돈을 쓰기 싫어서 괴로운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더 컸다. 막말로 내가 커피 사 마실 돈이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렇게 월 예산이라는 목표에 내가 집착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미 800원이 초과되어서, 이미 실패라면 실패이고 5천 원쯤 더 초과해서 돈을 쓴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대신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소비들을 곱씹으며, 이때 이 돈을 안 썼으면 5천 원이 남아서 아무렇지 않게 카페를 갔을 텐데 하고 이미 마른 수건의 물기를 다시 짜는 심정으로 고통받았다. 셀프 고문이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내가 이번 달에 50만 원만 쓰기로 해서 커피는 못 마실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건 더 싫었다. 내가 그 비싼 평양냉면에 한우 수육을 먹자고 해놓고는 커피 마실 돈이 없다고 하는 건 앞뒤가 한참 안 맞는 일이었다. 그동안 내 나름의 깨달음도 있었다. 타인에게, 특히 아주 친하지 않은 지인에게는 절약한다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다 알지 않는가. 정말 사정이 어려운 사람이 아닌 이상, 돈 때문에 못 만난다는 이야기는 돈을 대신 내달라는 뜻이거나 우리의 관계가 돈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들리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래서 진짜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도 차마 그렇게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부모님이나 동생한테는 장난식으로 난 거지야~라고 말하지만 '돈이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분명 나에게는 돈이 있다. 다만 때에 따라 ㅇㅇㅇ를 할 돈이 아까울 뿐이다. 누누이 말하듯이 나는 최저임금 수준의 연차대비 말도 안 되는 연봉을 받고 있지만,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고 차나 건강이나 결혼이나 여러모로 큰돈 들어갈 일이 아직은 없다. 주위 사람들에 비해 취직도 일찍 했고, 꾸준히 일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어서 내가 남들보다 자산이 더 많으면 많았지 적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절약하기 전에 덕질 대상들에게 쏟아부었던 비용들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교제비, 경조사비처럼 인간관계와 관련된 비용을 아까워하는 것은 더 기만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더 괴로웠다. 오로지 갑자기 절약을 하겠다고 아주 빡빡한 예산을 세운 나만의 잘못이었다. 그러니까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생각해 보면 4월 한 달을 살면서 절약 때문에 조금씩 스트레스받는 순간들이 있었다. 돈이 아까워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시키고 디저트를 안 시켰다. 나 아메리카노 좋아한다. 밥 먹고 나서 디저트를 꼭 먹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다. 먹고 싶은 마음보다 돈을 쓰기 싫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도 솔직하게 "돈을 쓰기 싫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돈이 아깝다" 혹은 "먹기 싫다"는 공격적인 것 같아서 "건강 때문에 자제한다"라고 했다. 사장님들이 객단가 때문에 고통받으신다는 걸 알아 버려서 죄책감이 더해졌다. (나는 카페에서 공부나 노트북을 하지 않지만, 만석이 아닐 때는 음료 한 잔씩 시키고 아무 생각 없이 오래 수다 떨 때도 있었다. 인당 음료 한 잔은 당연히 시키지만 디저트는 시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몇 시간 이상 있으면 음료를 더 주문하길 바란다고 하시니까 더 신경 쓸 게 많아졌다. 그리고 식당 밥은 양이 너무 많고 가족들은 소식좌라, 가족끼리 식당에 가면 인원수보다 적게 주문할 때가 있다. 식당 방침 상 안 된다고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지만, 이건 돈보다도 음식을 남기는 게 더 고통스럽다.) 편의점에서 전액을 포인트로 결제하고 싶었는데 조금 모자랐을 때 또 당황했다.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추가 결제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포인트가 쌓여 있었다. 다시 돌아가서 취소 후 재결제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기술의 발전으로 앱에서 한 번에 쉽게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하필 우리 동네 지점이 주문 접수를 하지 않아서 왕복 1시간 거리를 걸어서 음식을 포장해 왔다. 비 오는 주말 아침이어서 신발도 다 젖었다. (하지만 동생과 즐겁게 수다 떨면서 다녀왔고,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져서 괜찮았다. 음식도 맛있었다.)


돌이켜 보면 절약은 고통의 연속이다. 중간중간 기쁨도 분명 존재하지만 큰 틀은 어쨌든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절제와 고난이다. 게다가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낭비를 하게 되는 구조다. 이에 수반되는 자괴감도 고통에 한몫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커피 값과 관련한 깊은 고뇌를 마친 후, 일단 냉면 집 근처 카페들을 검색해 봤다. 만날 사람이 일반 우유를 먹을 수 없어서, 귀리 우유 변경이 가능한 곳들로 찾아봤다. 식당 바로 옆에 아메리카노가 2천 원인데 맛도 있어 보이는 개인 카페가 있었으나 일찍 문을 닫아서 갈 수 없을 듯했다. 귀리 우유 변경 여부도 100% 확실하지 않았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가격은 비싸지만 확실하게 귀리 우유 변경이 가능한 카페를 찾았다. 앱테크로 모은 포인트가 있으니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결제가 되는 카페면 더 좋았겠지만, 그 모든 요소들을 충족하는 카페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동생에게 현금을 빌려서 쓰되, 쓴 금액에 500원을 더해서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갚기로 했다. 그러면 약간의 편법을 동원해서 나는 어떤 카페에서 어떤 음료든 마실 수 있고, 지출 예산을 더 이상 초과시킬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여윳돈의 자유함을 그제야 뼈저리게 느꼈다. 귀리 우유가 있으면서 퇴근 후 방문해도 여유 시간이 있는 카페를 찾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저렴한 가격과 페이 결제 여부까지 완벽하게 들어맞는 선택지를 찾기란 힘들었다. 아니 불가능했다. 여윳돈이 있으면 최소한 지출 예산 때문에, 돈 때문에 받는 선택의 제약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금의 나는 자발적으로 '월 지출 예산'이라는 제약을 선택하는 자유를 갖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사서 하는 이 고생'을 통해 먼 훗 날, 더 이상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고 몸도 예전 같지 않은 때가 왔을 때 최소한 돈 때문에 뭘 못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5월에 무조건 월 50만 원 이하 소비에 성공한다. 어버이날, 엄마 생신,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있어서 경조사비가 무서운 달이지만 나는 능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올 연말까지 나는 3천만 원 자산 증식을 이뤄 낸다. 나는 해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 나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다시 도전해서 결국 내가 원하는 부자가 될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 또 나의 '정신적인 여유'를 위해 여윳돈이 필수임을 깨달은 4월 한 달이었다.



아 그래서 결국 어디 카페에 갔냐고? 안 갔다. 야구 보러 가셔야 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어쨌든 냉면만 먹고 헤어졌고, 미안하지만 솔직히 조금 기뻤다. 커피를 안 마신다고 우리의 우정도 연해지는 것은 아니더라.


그리고 결국 편의점 500원, 피자헛 300원을 더 써서 월 예산의 총 1,600원을 초과했다. '소비단식 일기'에서 보면 편의점에서 지인을 만나기도 하셨다는데, 나는 솔직히 자신 없다. 대신 내 집 마련을 해서 꼭 지인들을 초대해보고 싶다.



5. 결론

특별한 계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절약에 과몰입하게 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은 과한) 목표가 나에게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목표는 이러하다.


- 2023년 한 해 동안 자산 3천만 원 증식

- 내 집 마련 및 독립

- 가족이 필요로 할 때 주저 없이 내어줄 수 있는 자산 형성 (총자산의 일부로 목적성 자금)

- 나의 노후 준비


아래 세 가지는 아직도 좀 막연하다. 그래서 일단 첫 번째 목표에 집중하려 한다.


아무도 당신에게 필수 소비를 하지 않으면서까지 돈을 아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부모님 정도가 아닌 이상 내가 내 돈을 어디에 쓰든지, 모으든지 말든지, 내가 빚을 내든지 말든지 남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오히려 당신들이 그 돈을 쓰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 연봉이 적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적게 쓰고 더 모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돈을 모을 수 있는 지금 열심히 모아두어야 한다.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나를 엄격하게 다루어야 한다. 물론, 나의 실수나 실패는 다독여줄 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용돈을 받으면 항상 빠르게 다 써버리고 모자라기만 했지 예산에 맞춰서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가계부도 10년 넘게 썼지만 그냥 기록만 할 뿐 절약에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달 절약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고, 몇 가지 꿀팁을 정리하며 길고 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책도 한 권 추천한다. 오늘 보니 절판이 되었던데... 내가 한 달 동안 몸소 느낀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꼭 한 번 읽어 보시면 좋겠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6406140



- 월급날에 가계부 상의 자산과 실제 자산을 비교해서 맞춘 후, 그다음 달 가계부에 고정비를 미리 기입해 둔다. 그러면 벌써부터 예산 내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고, 좀 더 계획적으로 소비를 할 수 있다.


- 보통 절약을 시도할 때 하루에 현금 1만 원씩 쓰고 남은 돈은 매일 저축한다고 하는데, 나는 총지출 예산 외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고정비를 제외하면 변동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으니, 이번 달에 경조사가 많으면 약속을 다음 달로 미루는 식으로만 대처하면 된다. 생필품 구매도 미리 계획해서 같은 달에 몰리지 않게 분배하는 게 좋다. 그 외에 평소에는 그냥 아예 돈을 안 쓰는 게 나에게 가장 잘 맞았다. 특히 나의 경우, 소소하게 여러 번 돈을 쓰는 것보다 그 돈을 모아서 크게 한 방에 쓰는 게 만족감이 훨씬 더 높았다. 예를 들어, 자잘하게 배달시켜 먹을 돈을 아껴서 찐 맛집에서 한 번에 다 쓰거나, 몇 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가는 게 나는 더 좋다. 또 편의점 등 소소한 지출은 앱테크를 통해 방어가 잘 되었다. 지인 중에는 블로그 체험단을 활용하는 분들이 계신데, 나는 아직까지는 도전해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내돈내산으로 정말 원하는 것만 하는 게 제일 좋지만, 새로운 경험 차원과 지출 방어 측면에서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평일 아침, 점심은 집에서 간단하게 싸 온 걸 먹고 저녁에는 집밥을 먹는다. 냉장고 파먹기는 기본이다. 가끔 주말에는 포장이나 배달을 해먹기도 하지만 매주는 안 된다.


- 정가거부, 체리포인트, 각종 짠테크 블로그 정보를 활용한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정도는 받을 수 있다.



그럼, 모두들 5월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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