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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이노 May 25. 2023

아윌두를 허하라

2023년 호주 여행기 2


나름 미국이니 유럽이니 홍콩이니 자유 여행도 많이 해봤고, 영어 성적도 괜찮지만 막상 여행 중에 영어를 쓰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처음 당황스러웠던 것은 미국에서 마주친 How are you? 였는데, 나만 아임파인땡큐앤유가 바로 생각나는 건 아닐 거다...ㅋㅋㅋ

https://youtu.be/gpNyNDuzkyI?t=75

선배님 ㅋㅋㅋㅋㅋㅋㅋㅋ


놀이공원에 입장하는 그 짧은 순간에 굿모닝 하왈유?라는 질문을 듣는 순간 아니 이걸 휙 지나가면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는 거지 하고 당황하게 된다. 딱히 답변을 원하는 질문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 거기에 굿 하왈유? 해봐야 답변 들을 시간도 없고, 쏘쏘 하기엔 현지 영어와는 맞지 않고... 그럴 때 나는 그냥 (웃으면서) 굿 땡큐 원 툴을 쓰곤 한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지난번 미국 여행에서는 식당 가서 주문할 일이 없었다. 월그린도 가고 아웃백도 가고 맥도날드도 가고 타코벨도 갔지만 원 빅맥 밀 플리즈에 음료나 사이드 정도 고르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었고, 그나마 조금 주문이 복잡할 듯한 판다익스프레스 등에서는 당시 미국에서 교환학생 중이던 내 친구가 대신 주문을 해줬으니 그랬다.


그런데 이번 호주 여행에서는 내가 전적으로 모든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공항에서, 숙소 체크인할 때, 식당에서 주문할 때 등 필수적인 영어 표현을 미리 연습해가려고 했다. 특히 그동안 어떻게 밥을 먹고 다녔는지 모를 정도로(...) 모호한 식당 영어를 중점적으로 봤다. 필요가 생기니 귀가 기울어지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나오는 영어 원어민들이 어떻게 식당에서 주문을 하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종종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주문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조금 부끄러워하고 또 조금 뿌듯해하기도 하는데, 나는 영어라는 공용어가 있음에 매우 감사한다. 당케쉔, 셰셰조차 제대로 못 하는데 여행 잘만 다녀왔으니 말이다.)



먼저, 캐나다 친구들! 호텔 식당에서 음식명 플리즈와 I'll do를 썼다.

https://youtu.be/BShNrt4eBKc?t=570


호주 밴드 5SOS. 한국 전통 차 가게에서 동일하게 음식명과 I'll do를 썼다. 여담이지만 빌보드 200 1위가 이렇게 대단한 것인 줄 몰랐다 ㄷㄷ

https://youtu.be/qt8Tv8YOJYs?t=267



추가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호주 유튜버인 해쭈나 헬렌 언니 영상을 보면, Can I please get을 많이 쓰더라. 내 기준으로 플리즈를 가운데 미리 넣는 게 맨 마지막에 말하는 것보다 발음하기가 나았다. 게다가 자꾸 끝에 플리즈 붙이는 걸 까먹어서(...) get은 have나 grab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하왈유도 그렇고 영어에는 질문 표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이 품절이 아닌 이상, 어차피 내가 명확하게 그 음식을 먹을 건데 굳이 질문으로 돌려서 말하는 건 '공손함'의 표현인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인사는 질문이 아닌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로 하지만 주문 상황에서는 주문 도와 드릴까요? 주문하시겠습니까? ~ 괜찮으십니까?로 묻고 ~ 주시겠어요? 주실 수 있을까요?로 답변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물론 I'll have나 I'd like (to order)도 쓸 수 있다.


주문을 끝내면 더 필요한 건 없는지 거의 대부분 물어보는데, Anything else?라고 물어보면 No, that'll be all, thank you 혹은 That'll do, That'll be it, That's all, I'm good 등으로 대답한다. 그런데 더 필요한 거 없니?라고 물어보면 No, thanks 아니 없어가 자연스러운데, Is that all for you today? / Will that be all? 다 주문한 거니?라고 물어보면 또 고민이 된다. 아마도 이건 Yes, that'll do, thank you 응 다야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애매하면 그냥 댓윌두 땡큐 갈기시긔...ㅎㅎㅎ


그 외에 음료를 유리잔에 가져다 줄지, 소스나 디저트를 추가할 건지, 먹고 갈 건지 have here 아님 포장할 건지 take away, 영수증 receipt을 받을 건지, 테이블 위에 놓인 번호가 뭔지 등을 물어보기도 한다. 현금 pay in cash으로 결제할 건지, 카드로 pay with a card 할 건지도 물어본다. 호주는 어떤 곳은 카드로 결제할 때 수수료가 붙고, 어떤 곳은 또 안 붙으니 참고하시길! 1-1.5% 수준이라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이러나저러나 선택지가 많은 곳은 키오스크나 QR 스캔 후 사이트에서 결제하는 게 훨씬 편하긴 하더라. 기술 발전 만세!



아무튼 분명 원어민들이 I'll do를 식당에서 주문할 때 쓰는 걸 똑똑히 봤는데, 그럼 Can I do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한 건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마침 딱 정확한 질문 답변이 있었다.


https://ell.stackexchange.com/questions/270865/using-can-i-do-when-ordering-food-at-the-restaurant


원어민들의 의견이 분분한데 캐나다 도시에서는 I'll do를 가끔 쓴다는 의견, 누가 그렇게 주문할 때마다 개 빡친다는 의견;;;, 뉴저지와 뉴욕에서는 흔하다는 의견,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다는 의견 등등등... 아주 그냥 대토론의 장(?)이 열렸다. 확실한 건 Can I do 보다는 I'll do가 좀 더 흔하다는 건데, 이 답변이 정말 걸작이다.



치폴레에서 I'll do로 주문하는 게 시작된 것 같다. 많은 젊은이들이 I'll do를 쓴다. 정말 무례한 짓이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다. 써브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짜증 난다. 이것은 실화다.라는 내용인데... 확실히 어떤 방식으로 주문할 때 I'll do라고 쓰기 시작했는지를 잘 알겠다 ㅋㅋㅋ 주문받는 곳 앞에 서서 하나씩 선택하면서 옆으로 넘어가는 식당에서 쓴다는 것이고, 젊은이들이 주로 쓴다는 것이지. 저 위의 글은 2022년 11월 30일에 달린 답변이다.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주문할 때 I'll do를 써도 무방할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ㅋㅋㅋ 여러분도 참고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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