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내가 사용했던 모든 돈들에게 6
자연계에서 4월이 잔인한 달이라면, 재테크계에서 가장 잔인한(?) 달은 5월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인 데다가 5월의 신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혼식도 많은 달이니 여러모로 돈 나갈 일이 많은 달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정도 예외는 아니고, 여기에 더해 부모님 결혼기념일과 엄마 생신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매년 5월이 그러하지 아니한가? 우리는 현명하게 대비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번 5월에 내 평생 가장 성공적인 절약을 해냈다.
1. 저축: 65만 원
- 청년희망적금 50만 원
-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 원
- 연금 및 상조회 5만 원
2. 투자: 약 245만 원
- 주식 예수금 입금: 136만 원
* 부수입 약 86만 원 포함
주말 출근: 463,500원 / 현금성: 146,058원 (신한, KB, 페이북, 토스, 모니모, 핀크, 뱅크샐러드, 설문조사, 니콘내콘 등) / 용돈: 25만 원
- 수익금 재투자: 1,089,460원
3. 지출: 366,401원 (월 예산 133,599원 남음)
역대급 절약과 역대급 저축이다.
* 일단 경조사비를 어떻게 마련했나 가장 궁금하실 텐데,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매월 월급날에 자산 점검 후 익월 지출을 미리 계획해 본다. 어버이날과 엄마 생신만 해도 나의 월 예산 대부분에 해당하는 돈이 필요할 예정이었다. 한창 절약에 재미가 붙어서 월 예산을 최대한 남기기 위해 도전 중인데 시작도 전부터 실패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몇 가지 안을 준비했다.
1) 주식 투자 수익금을 활용한다.
나는 가계부에서 주식 투자 원금을 '예산에서 제외'된 현금 지출로 잡는다. 즉, 가계부에는 적금, 예금 등 현금성 자산만 기재하는 것이다. 대신 주식 투자 내역은 별도 엑셀로 관리를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최대한 지키고 있다.
제1원칙: 손절하지 않는다.
제2원칙: 원금을 출금하지 않는다.
나도 워렌 버핏의 원칙(Rule No. 1: Never Lose Money. Rule No. 2: Never Forget Rule No. 1.)을 따르고 싶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특히 한국) 주식들 대부분이 이미 파란불이라 열심히 물타기를 할 뿐이다. 아직까지 손절한 적은 없고 딱 한 번 매도 수수료 때문에 조금 손실이 있었으나 기존에 받은 배당금으로 상계 가능했던 적이 있다. 피치 못할 손절을 하지 않기 위해 급등주, 테마주는 당연히 피하고, 장기 투자를 추구한다.
또한, 복리의 마법을 위해 원금을 최대한 출금하지 않고 수익금 또한 재투자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호주 여행 경비를 위해 일부 수익금을 출금한 적이 있다. 부득이하게 원금을 출금하면 기존 작성한 가계부에서도 수정해서 내가 실제로 투입한 원금 총액을 항상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한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무난하게 수익을 내며 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주식 배당금이나 매도 차익을 활용하면 나의 자산과 가계부를 크게 건드리지 않고 필요한 돈을 쓸 수 있다.
2) 어린이날 용돈을 활용한다.
조금 부끄럽지만 아직까지도 부모님과 외할머니, 친할머니께서 세뱃돈과 어린이날 용돈을 주신다. 생일에 용돈을 주시기도 한다. 대학 졸업 후에는 많이 민망해서 언제까지 용돈을 받으면 되냐고 여쭤봤는데, 엄마는 쏘쿨하게 그냥 줄 때까지는 받으라고 하셨다. 그래도 마지노선은 한 3년 정도 남은 것 같다. 물론 생신, 설날, 추석, 어버이날 등에 나도 용돈을 다 드리기 때문에 주고받기 형식이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이번에는 용돈으로 상계했다. 드린 용돈보다 받은 용돈이 더 많아서 받은 용돈을 예산에 합산한 후 드린 용돈을 지출로 잡았다. 그리고 받은 용돈을 모두 주식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3) (미리) 경조사비 통장을 관리한다.
이번에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경조사비 통장을 따로 관리하는 게 역시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월 예산 중 변동비는 조금 미루거나 참거나 대체해서 절약하는 게 가능하지만, 경조사비는 미룰 수도 참을 수도 대체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걱정 없이 여유 자금을 쓰기 위해 월 10만 원 정도 따로 모아둘 생각이다. 마침 다음 달에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26주 적금 만기가 타이밍 좋게 돌아와서 아예 축의금 적금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통장 쪼개기 관련해서는 아래에 더 상세하게 설명하겠다.
* 카카오뱅크 오픈뱅킹을 활용해 통장 쪼개기를 했다.
앱 UI도 깔끔하고 편리하고 다 좋은데, 타 은행 적금 계좌는 연결이 안 되는 단점이 있다. 한꺼번에 다 조회하고 싶은데 아쉬운 부분이다.
1) 26주 적금: 이벤트 참여와 필요 자금 마련을 위해 1천 원씩 소액으로만 한다. 만기 되면 35만 원 정도다.
2) 최애 적금: 목표는 미국 투어 비행기 표 값. 오늘 자 아직 2만 3천 원 밖에 못 모았다;;;
3) 생활비: 현재 사용 중인 하나 알뜰교통 체크카드와 네이버페이 등에 연결된 계좌로 25만 원 이하로 넣어 둔다. 교통비가 여기서 빠져나간다.
4) 키움 증권: 단타 치려다 물린 소액이 들어 있다. 언제 오르죠?
5) 한투 증권: 메인 주식 계좌다. 대부분 미국 주식이고 한국 주식도 일부 가지고 있다. 언제 오르죠?222 부수입이 생기면 예수금으로 채워 둔다.
6) 월급: 월급이 들어오면 싹 정리해서 각 계좌로 보내고 청년희망적금용 50만 원만 남겨 둔다.
7) 청약: 정확히 말하면 청약 저축용 자동 이체 통장이다. 거의 쓸모가 없었는데, 급여 이체 이벤트가 있어서 일부 금액이 거쳐 간다.
8) 통신비: 통신비 자동 이체 시 6개월 동안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준대서 옮겼다. 신한은행 통장이라 쏠야구 및 급여클럽 이벤트도 이걸로 참여한다.
9) 신용카드: 가끔 쓰는 신용카드 대금이나 구독 관련 지출은 이 통장에서 해결한다. 이 통장으로 이체하는 순간 내 돈이 아니다.
10) 토스뱅크: 토스 포인트 현금화를 위해 만들었다.
11) 카카오뱅크: 적금, 헌금, 보험, 경조사 및 수수료 없이 체크카드로 현금 출금하는 계좌이다. 여기에 월 10만 원씩 쌓고 또 쓰고 반복할 예정이다.
이렇게 나열해 놓으니 엄청 복잡해 보이지만 앱에서 화면으로 보면 간단하다. 사용은 더 간단하다. 대신 가능하면 중구난방으로 연결된 체크카드 결제 계좌나 자동 이체 계좌를 차차 하나로 합쳐가면 더 좋을 듯하다. 대부분 계좌마다 1만 원 이상은 넣어 두었는데 무슨 계좌에 연결을 해놨는지 인터넷에서 1원 결제하는데 잔고가 없다고 뜨더라... 아무튼 점점 더 다듬어 나가면 되겠다!
* 앱테크의 결실을 맺어가는 5월이었다.
현금성 부수입 약 15만 원 외에도 과장 조금 보태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부수입이 들어왔다. 대략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오아시스 포인트 2만 원, 배민 1만 원 상품권, 네이버페이 약 5만 원, 카카오페이 약 1만 3천 원, 메가박스 관람권 2장, 메가커피 아아메 3잔, 투썸플레이스 조각 케이크, 노티드 도넛, 온누리 상품권 5천 원, CU 1만 원, GS25 1만 원, 폼클렌저, 컵라면 3개, 봉지라면, 박카스 2개, 츄파춥스 3개 등등... 대략 계산 해도 15만 원이 넘는다. 그 외에 메가박스 포대팝콘과 탄산음료 72병을 각각 3천 원에 사는 등 할인받거나 적립받은 것들도 꽤 있다. 현금성은 아니지만 이런 부수입이 들어오면 지출 방어가 확실하게 되고 일상의 소소한 활력이 된다.
특히 편의점 갈 때는 꼭! 네이버페이든 카카오페이로 실지출 0원의 기쁨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온누리 상품권은 이번에 처음 사용해 봤는데, 모바일 앱으로 충전하고 연결된 카드로 결제를 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온누리 잔액을 초과하여 결제 시 부분 결제가 적용되지 않고 카드 자체 전액 결제가 되므로, 반드시 잔액에 딱 맞추거나 그 이하로 결제를 해야 한다. (e.g. 온누리 잔액이 5천 원인데 5,100원 결제 시 전액 카드 결제되고 온누리 잔액 사용이 전혀 안 됨) 가맹점 조회해 보니 동네 시장 내에 있는 GS25가 가맹점이어서 잘 사용했다. 금액을 딱 맞추기 위해 할인 적립은 받지 않았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은 이제 거의 화폐 수준이다. 많은 이벤트에서 가장 흔하게 경품으로 내걸리는데, 나는 스벅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라 거의 대부분 니콘내콘에서 판매한다. 빽다방이나 메가커피 기프티콘은 그냥 사용한다. 이번 달에는 스벅 아아메 10잔을 3,450원에서 3,480원으로 판매했다.
* 바나나를 열심히 사 먹었다.
보통 같은 음식을 쭈우욱 이어서 계속 먹는 걸 안 좋아하고, 식당조차도 한 번 가면 다시 잘 안 가는 나인데 바나나는 매일 하나씩 먹어도 맛있다?! 심지어 나는 바나나가 달고 이미 질려서 안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왜 때문인지 아직도 잘 먹는다. 확실히 가공 식품보다는 자연 식품이 안 질리고 건강에도 좋은 듯하다.
CU에서 870원으로 할인할 때 5번 사서 가족들과 나눠 먹었고, CU에 재고 없을 때는 이마트24에서 샀는데 여기도 1,500원으로 할인 중이더라 ㄷㄷ 개이득!! 아임이 이래도 안 바나나의 정가는 2,000원이고, CU와 동일하게 5개입이다. 2번 사 먹었다. 이번 달에는 바나나가 CU에서 7-9시 할인 품목이 아니지만 그래도 6월 11일까지는 1,500원으로 할인한다. 또 열심히 사 먹을 거다.
* 부모님의 사랑은 한이 없어라.
내가 이렇게 극한절약을 할 수 있었던 건 만 퍼센트 부모님 덕분이다. 어버이날에 나와 동생이 가고 싶었던(?) 명륜진사갈비 리뉴얼 매장을 갔다. 할머니도 모시고 갔는데, 내가 사드린 것도 아닌데 연신 맛있다, 가격이 좋다, 다른 사람들과도 와야겠다, 네 덕분에 새로운 것도 먹어 보고 고맙다고 해주셔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또 참 감사했다. 원래 내가 계산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는데, 아빠가 사주셔서 감사하게 먹었다. (근데 진짜 댕맛있긴 했다. 인당 17,900원인데 진짜 대강추 드린다. 웬만하면 같은 식당 다시 안 가는데 여긴 무조건 또 갈 거다. 위생이나 분위기는 내려놓으시면 편하다. 꼭 반드시 무조건 리뉴얼 지점으로 가시길!)
엄마 생신 때 바닷가에서 조개구이, 해물라면, 해물파전도 먹었다. 여기도 나랑 동생이 가자고 한 곳... 운전도 안 하는데 이 정도면 양아치긴 하다. 그 외에도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집밥, 아빠가 사주시고 또 해주시는 별식에 행복한 한 달이었다.
그래도 평소에 바나나만 먹으면서(?) 절약해 둔 덕에 1만 3천 원짜리 삼선짬뽕과 닭튀김 정식도 먹고, 연세 말차 생크림빵도 먹고, 떡순김도 먹고, 피자도 먹고, 커피도 먹을 수 있었다. 영화도 봤다. 가족들과 치킨 2번, 물냉면과 숯불고기와 왕돈가스,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엄마 생신 케이크와 미역국도 공짜로 준비했다. 동생이랑 산책하면서 돈 한 푼 안 내고 간식 2만 3천 원어치도 사 왔다. 지출 방어할 때는 꼭꼭 가족들에게 폐지 주운 거다, 이거 공짜다 하고 자랑을 한다. 동생이 자기도 할까 하는데 내가 굳이 힘들여서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고통은 나만 받으면 돼...!
월말에 예산이 15만 원 정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인이 뭘 같이 먹자고 하는 거다. 지난달처럼 조금 고민했지만, 금방 기쁜 마음으로 돈을 썼다. 심지어 내가 사줬다.
올해는 연 3천만 원 저축 목표를 위해 많이 아끼고 있지만, 내년에는 카카오뱅크 통장에 모은 여유 자금으로 주위에 베푸기도 하는 한 해를 보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절약도 하는 것이다.
4. 후기
현재 쓰는 가계부 앱은 2018년 1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가계부 상으로 이번 달보다 예산이 많이 남았던 건 2018년 1월, 10월, 11월뿐이다. 심지어 이번 달은 부수입이 나름 역대급이었던 달이어서 매우 만족한다. 매만.
이번에 주말 출근을 했는데, 사실 매번 할 때마다 힘들어서 돈 안 받고 안 가고 싶다. 그래도 가는 이유는 할 때는 힘들어도 꼭 돈 들어올 때쯤이면 그 돈이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비를 줄이니까 이번에는 조금 새로운 경험을 했다. 돈이 생각보다 빨리 들어왔는데도 당장 필요하지 않은 거다. 추가적인 돈 없이도 내 계획대로 한 달을 무사히 지낼 수 있는 거다. 한 마디로 돈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적어진다.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다음에는 가지 말까...? 했는데 원래보다 금액도 크게 늘고 당장 팬미팅도 잡혀서 그냥 다음에도 또 가기로 했다. ^^!
소비를 확 줄이면 또 달라지는 점이, 이론상으로는 내가 확보해 둔 연간 배당금으로도 이미 최소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파이어족이 말하는 MCL, 최저생계비일 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 과실을 다 따먹을 때가 아니고, 가능하면 정년까지 일을 하려 한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기에는 지금의 내가 너무나 부족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든든한 부수입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안정감은 나의 일상 또한 지켜줄 것이다.
5. 결론
특!별한 5월이었다. 6월에 이번 달만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