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내가 사용했던 모든 돈들에게 4
드디어 다 읽었다!
정말 정말 좋은 글이라 아끼고 아끼며 읽고 읽었는데, 이제는 다 읽어서 아쉽기도 하고 조금 후련하기도 하다.
'소비단식 일기'에는 보석같이 빛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짠테크,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나에게 완벽한 책이었다. 작고 가벼운 종이책의 크기와 무게마저도 완벽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정리하고 돌아보았다.
생각보다 우린 이미 가진 게 많다.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의 경우 1월에는 칫솔과 면세점 화장품들(세럼, 크림, 클렌징 마스크 등), 2월에는 샴푸 바와 대나무 화장지, 3월에는 생리대 잔뜩과 베개와 베개 커버를 샀다. 모두 필요에 의해서 한 소비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하고 만족스러운 소비를 하고 싶었다.
본격적인 절약 시작에 앞서, 방 정리와 집에 쟁여둔 생필품 정리를 하며 재고를 파악했다. 클렌징 오일, 샴푸 등 잔뜩 사놓고 완전히 잊고 있었던 물품들이 많았다. 4월에는 렌즈액만 샀다. 비록 딱 한 개만 사지는 못 했지만, 마지막 통을 탈탈 털어 썼고 네이버페이 포인트 9,200원을 써서 4,700원만 결제하여 355ml 3통을 구매했다.
원래 5월에는 선크림을 살 예정이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마스크에 베이스가 묻어나는 게 불편해서 아예 선크림만 바른 지 오래이고, 적당히 톤업되어서 잘 쓰고 있는 선크림의 마지막 통을 지금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리를 하면서 쓰다 만 파데프리용 톤업 크림, 틴모 등을 발견했다. 사실 코로나 전에 구매했던 액체류 베이스들은 코로나가 끝나면 다 버리고 새로 살 생각이었다. 근데 지금 다시 보니 피부에 큰 영향이 없으면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조 화장을 한창 열심히 할 때는 화장품이 안 맞거나 브러시가 오염돼서 얼굴에 트러블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기초 제품도 그대로이고 턱 쉐딩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턱드름이 나거나, 이마에 좁쌀 여드름 혹은 뾰루지가 올라오는 걸 걸 보면서 그냥 호르몬 영향임을 깨달았다. 제로웨이스트 측면에서도 이미 산 제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도저히 안 될 때 추가 구입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이고 지고 다닐 만큼의 짐만 남아 있기를 바란다.
약 한 달 정도 열심히 정리 정돈하고, 하루에 브러시 5개 세척하기와 같은 소소한 목표를 꾸준히 달성하고, 절약하고, 짠테크를 하는 요즘의 나는 정신적으로도 꽤 평온하다. 살면서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굳이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뿐, 나에게도 고통이 있었고 상처가 있다. 하지만 인생사 모든 일이 나쁜 면이 있으면 좋은 면도 있기 마련이라, 지금의 나는 오롯이 감사함을 느낀다. 책에서도 언급하신 감사 일기를 나 또한 종종 쓰고 있다. 유튜브 티비조씨 채널의 영상을 보고 시작한 건데 감사한 일 3가지 이상, 반성 1가지, 소원 1가지를 쓴다. 감사 일기를 쓰다 보면 사실 물질적인 것들 보다는 가족, 자유, 일상 등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엄마가 여행을 가셨을 때 여행지에 잘 도착하셨음에 감사하고, 아침 샤워 후 여유롭게 출근하며 향기로운 샴푸 향에 행복을 느끼는 식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sqrnPDlXCc
우리는 늘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책에서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결말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러한가?
인생은 무수히 많은 점들이 모인 선이다. 때로는 그 선이 구불구불 돌아갈 수도 있고, 가끔은 실선이 아닌 점선과 같이 띄엄띄엄 찍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계속된다. 맞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가 요요 반동이 오더라도 방향만 맞게 다시 돌아가면 된다.
1년을 목표로 달려서 1년 안에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1년 1개월, 1년 반, 2년, 끝없이 도전하면 된다. 중간에 넘어져도 잠시 쉬었다가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힘만 되찾으면 된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나만 지키면 된다.
이것이 내가 '소비단식 일기'를 통해 깨달은 인생의 진리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한 나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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