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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아빠 Apr 10. 2016

[여행][국내]#1-4. 무작정 떠나는 남해여행

전주의 한옥마을을 거닐며...

3박 4일 여행의 마지막은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주가 되겠다. 역시나 어디로 어떻게 다녀야겠다는 계획 따윈 없다. 나의 두 다리가 알아서 자유자재로 갈 뿐 그에 따라 내 몸만이 자연스레 따라간다.

전주에 걸었던 나의 기대치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한적한 마을에 예부터 이어져오는 한옥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하며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져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았었다. 조용하니 옛 정취가 묻어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평화롭기를 기대해보았다. 환상적인 비빔밥과 콩나물 국밥의 맛을 기대해 보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기대감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요즘 주변 지인들에게 들려오던 전주의 분위기는 그런 것들과 사뭇 달랐기도 하고...


한옥마을 내부 지도

게스트 하우스에 있던 지도 한장  들고 우린 여행을 아니, 산책을 하기 시작하였다. 크게 한 바퀴 돌아보면서 정취나 느껴보고 가자였던 것이다. 내가 15년도 더 된 옛 기억을 가지고 있는 탓일까? 이곳은 이미 많은 변화를 겪어왔으며 이젠 상당히 상업적인 느낌이 훨씬 강한 곳이 되어버렸다. 지도 속에 나와있는 차이나 거리, 영화의 거리, 걷고 싶은 거리 등은 이름에 비해 관리가 전혀 안되어 있으며 볼거리 또한 없어 보인다. 모든 것은 경기전과 전주향교를 사이로 번화하고 있었다. 그래도 많이 변했다는 뜻이지 나쁘게 변했다는 뜻은 아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변해가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테니..




한옥마을은 오전부터 방문객들이  적지 않았다.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 연인들끼리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외국인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래 사진처럼 양쪽으로 한옥 건물들이 쭉 늘어서고 있으나 옛 건물들이 아닌 단순히 옛 건축양식을 따서 지은 요즘 건물 느낌이 강하다. 이곳에 와서 절대 먹어보아야 하는 음식이라고 입소문 탄 것들은 만두, 문어꼬치 등 다소 뭔가 전통 과는 거리가 멀다.

오전부터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는 한옥마을의 풍경
한복을 빌려서 삼삼오오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여학생들


 요즘은 매스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대이다. 내 기억에 사진에서 보듯이 관광객들에게 한복을 대여해주고 옛날 교복을 대여해주는 것이 성행하게 된 것은 한 유명 방송 프로그램 나오면서 부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뒤로 여길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역시나 굉장히 많은 한복/교복 대여점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았다.너도 나도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듯하였다. 이렇게라도 한복을 입어보고 사진으로 남겨놓는 것은 아마 이곳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니 이런 문화를 굳이 상업적이라고만 보면서 비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 한옥 마을은 일종의 이터라는 느낌이 든다. 조금 다른 놀이터, 도심에선 볼 수 없었던 낯선 놀이터, 도심에선 입어보지 못했던 낯선 옷들..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는 즐거워하는 그 사람들, 먹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는 사람들이 더 이색적인 풍경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전히 우리는 산책하는 나그네 포스로 이곳 저곳을 배외해 본다.   



즐거운 시간 때를 보내는 사람들




정부가 멋대로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단정 지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 역사책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이러한 시대 정세에 직구를 던지고 있던 한 객주이다. 시간만 좀 어두웠더라면 이곳에 들어가서 기쁜 마음으로 막걸리 주전자 한 사발을 시켜서 주인과 정세를 논해보았겠으나 백두 대낮이라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훗날 저곳은 내가 꼭 가보리다. 주인 얼굴은 보지 못했으나 내가 다 시원하더라...  


한옥 마을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남부시장이 나온다. 옛날 시장 느낌이 나는 곳이며 우린 출출하니 콩나물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기로 한다. 아내가 빠르게 검색해보니 이 시장에는 유명한 콩나물 국밥 집 하나, 유명한 피순대 집이 하나 있다고 한다. 물론 콩나물국밥과 피순대를 파는 가게가 그 집들 외에도 매우 많이 있다. 다만 어떠한 연유로 매스컴을 탄 가게에만 연일 손님들이 끊이질 않으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얼마나 맛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은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계속 줄을 서서 기다린다. 빠른 순환을 요구하는 이러한 시스템에 주인들이 친절 할리 만무하다. 또한 이 가게 하나로 인하여 주변 여러 가게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우리야 기다리지 않았기에 진짜 그 정도로 맛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맛집과 주변에 동종 업계의 다른 집 음식을 가져와 블라인드 테스트하였을 때, 과연 차이가 있을까?? 정말 틀릴까?? 우선 첫 번째로는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두 번째로는 아무리 맛있어서 황제가 먹던 것이라 할지라도 먹는 것에 30분 이상 투자하는 건 나에게 있어 사치이다. 옆에 한 블록만 건너가 보니 또 다른 콩나물 국밥 집이 나온다. 역시 유명하다는 맛집 한 곳 빼고 다가게들은 상대적으로 손님이  없다.

이리하여 찾아가게 된 다올 콩나물 국밥 집이다. 검색해보니 그래도 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찾은 대안으로 종종 거론되고 있는 곳이었다. 맛은 어땠을까?? 토렴을 여러 번 해주는 이 국밥집은 국물의 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묵묵히 손님들이 행여나 불편할까, 맛이 없어할까를 염려하고 배려해주는 주인의 성의가 엿보였었다. 굉장히 기분 좋고 만족스럽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서 한번 좋았고, 주인의 배려에 두 번 좋았던 그런 가게였다.



다올 콩나물 국밥 한 그릇 계란은 두개



남부시장 2층으로 올라가니 창업 청년들이 모여서 청년몰을 이루고 있는 장소가 나온다. 꿈이 있는 청년들의 창업 공간이었으며, 문전 상시 사업으로 2011년부터 시작되어 2013년까지 이어졌으나 그 후로는 정부나 시 의 외부 지원 없이 청년들 독립적으로 이 오고 있다고 한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슬로건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곳곳에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각자만의 아이템을 가지고 조그마한 상점들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적인 곳이었다. 항상 그들을 응원하겠다는 작은 마음을 먹고 돌아나온다.


점심도 먹고 좀 둘러보고 나니 한옥 마을에는 더욱더 많은 인파가 몰렸으며, 각 맛집들 앞에서는(맛집이라기보다 매스컴을 탄) 관광객들의 빼곡한 줄이 늘어서있다. 별로 급할 것 없는 나와 아내는 각각 흩어져서 다른 먹거리의 긴 줄을 이겨내고 음식을 사수해보기로 한다. 처음이였다. 무엇이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장시간을 기다리게 하는지가 궁금하였다.  그리고 다시 얻은 나의 결론...

30분여 이상의 대기 시간을 거쳐서 먹어본

음식들 물론 있다.

하지만 크게 맛있진 않다.

즉, 저 집이나 이 집이나 여기나 저기나 다 내가 보기에는

도긴개긴이더라..


그냥 느낌가는대로 방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많은 않으리,

매스컴을 타지 않았어도

꼭 사람들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지 않더라도

그 시간 그 장소에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뭔들 맛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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